<럭셔리 M> 2024년 7월호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지만, 죽음 후의 장례 과정은 조금 다르다. 
특히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장례 절차와 비용은 애도의 시간을 빼앗는 요소 중 하나다. 
이걸 제대로 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고이장례연구소다.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송슬옹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여러 스타트업을 거쳐 지난 2021년 고이장례연구소를 창업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창업가인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저는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별로 없어요. 여행을 가도 낯선 곳에서 고생해야 흥미가 있고, 뭘 해도 내 손으로 직접 발전시켜야 직성이 풀립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장례식은 슬픔의 시간이 아니라 감사의 시간”이라고. 모두가 참담한 기분으로 식장에 들어서지만, 고인의 삶을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고인에 대한 애도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장례식이지만, 정작 유족들은 대체로 슬픔에 온전히 잠겨 있기 힘들다. 밀려드는 조문객 때문만이 아니다. 수많은 절차와 청구서들이 슬픔을 방해한다. 장례식장에서 죽음은 계산서상의 숫자로 나타난다. 이건 얼마, 저건 얼마, 더 좋은 걸 하려면 또 얼마의 비용이 추가된다. 문제는 이 장례 비용이 특정한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인의 죽음 앞에 황망한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건네는 제안을 큰 불만 없이 따른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돈 앞에서 치사해지고 싶지 않아서다. 그렇게 장례의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난 뒤에야 뭔가 ‘당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상조 서비스에 미리 가입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고이장례연구소의 송슬옹 대표는 이 불투명한 장례 서비스를 혁신하고자 나선 창업가다. 서비스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장례 문화를 개선하고,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장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쩐지 터부시되는 장례 산업 영역에 스타트업이 뛰어들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아버지가 현직 장례지도사세요. 저 역시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요. 어릴 때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자주 지켜봐서인지,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어요. 죽음은 저에게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일종의 현상이었던 거죠. 그래서 장례 산업에 뛰어드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어요. 창업의 동기도 부모님 장례식을 특별하게 치러드리고 싶어서였죠.”


고이장례연구소는 공식 앱이 없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장례지도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비공개 앱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사망자 수는 35만 명, 2030년부터는 사망자 수가 해마다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망자는 가파르게 늘고 일상의 많은 영역이 스마트폰으로 해결되는 시대인데도 정작 장례 서비스는 큰 진전이 없다. 친지의 죽음은 일생에 한두 번 찾아오는 일이라 변화의 필요성을 적게 체감할 수도 있다. “장례 절차가 상당히 복잡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제대로 몰라요. 장지나 수의, 유골함 등 선택해야 할 품목이나 행정절차가 너무 많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바가지 쓰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저희는 장례 서비스 추천부터 사후 행정절차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요.” 고이장례연구소는 전국 장례식장과 장지 정보를 데이터화했다. 사용자가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도와 지역, 조문객 수 등 기초 정보만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정보를 제안한다. 품목별로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고, 장례용품 강매나 수고비 강요 등은 엄격히 금지한다. 장례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장례식이 잡음 없이 무사히 넘어가기 위해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좋은 장례지도사를 만나는 것.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현재 구조에서는 장례지도사들이 적절한 수익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부 장례지도사의 경우 불필요한 고가의 상품을 추천해서 이익을 남기기도 한다. 고이장례연구소가 집중한 것도 이 부분이다. “장례지도사분들의 수익이 저희의 수익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고객에게 직접 와닿는 건 장례지도사분들의 태도니까요. 저희는 최소한의 수수료만 받고 대부분의 비용을 장례지도사들에게 돌려드려요. 그분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제공해야 서비스가 좋아지고, 좋지 않은 관행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장례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떤 상조 회사나 장례지도사를 만나도 일관된 가격, 기본적인 품질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이장례연구소의 본질은 기술 스타트업이다. 2023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장례 상담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개인화된 알고리즘의 개발’을 통해서다. 아직 장례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운 것. “저희는 일반 회사처럼 로그인 정보나 구매 정보를 저장하기 힘들어요. 매번 사용하는 서비스가 아니니까요. 결국 전화 상담으로 정보를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게 음성 정보인 데다 비정형 데이터예요. 처리하기도 힘들고 활용하는 것도 힘들죠. 저희는 음성에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로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합니다. 알고리즘이 계속 고도화되면 어느 순간에는 고객의 상황을 일정 부분만 입력하면 그에 맞춰 무언가를 계속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고이장례연구소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후기는 최고 수준, 고객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상조 회사들에 비하면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이들이 바꿔나가는 새로운 장례 문화가 반가운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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