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7월호

폴트로나 프라우 CEO, 니콜라 코로풀리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의 이정표가 되어온 폴트로나 프라우. 수장 니콜라 코로풀리스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EDITOR 이호준

니콜라 코로풀리스  폴트로나 프라우의 총괄 CEO를 역임하고 있다. 폴트로나 프라우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같은 장인 정신과 소재에 대한 집착은 기저에 두되, 보다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영역의 확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이에 마세라티, 포르쉐, 페라리 등 세계 유수의 럭셔리 카 브랜드와의 협업은 물론 요트,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어가는 중이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자랑할 만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며 트렌드를 선도해온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시장 내에서도 폴트로나 프라우의 저력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다. 특히 가죽과 리더십을 결합한 ‘레더십Leathership’이라는 고유명사로 대변될 만큼, 가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발전해온 장인 정신과 미학은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역사를 지닌 폴트로나 프라우의 탄탄한 기반이 되어왔다. 폴트로나 프라우는 1912년 설립자 렌초 프라우Renzo Frau에 의해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토리노에서 처음 시작한 브랜드다. 가죽 공방처럼 운영되던 브랜드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가지게 된 시작점은 바로 1926년 이탈리아 사보이 왕가 시대, 왕실 가구에 사용되는 가죽을 납품하는 공식 업체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설립한 지 10여 년 만에 이룬 쾌거로, 이는 브랜드 창립 초기부터 최상의 소재와 디테일에서의 결정을 통한 완성도가 ‘럭셔리’를 결정하는 한 수임을 알았던 창립자의 혜안 덕분이었다. 제작 과정에서도 브랜드의 헤리티지는 빛난다. 제품의 90% 이상을 수작업으로만 제작하며, 가죽을 가공하는 데만 20단계가 넘는 공정을 거친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 물론 가죽이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한 소재이고, 통기성이나 마찰 저항성 등의 요건을 갖추기 위해 여러 필수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긴 하나 그야말로 품질을 향한 극한의 집착이 아닐 수 없다. 포르쉐, 마세라티 등 소재의 내구성을 중시하는 럭셔리 카 브랜드나 에르메스에서 조차 폴트로나 프라우의 가죽을 사용할 만큼 소재를 다루고 관리하는 장인 정신은 더 이상의 증명이 불필요할 정도. 가죽에 안주하지 않고 텍스타일이나 대리석, 목재 등 다양한 소재를 접목하며 이를 하나의 가구로 구현하기 위한 자체적인 디자인 능력 또한 갖추고 있다. 그만큼 100년을 훌쩍 뛰어넘는 폴트로나 프라우의 역사는 결코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고도화된 제작 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나 소재 관리법, 신규 생산 과정이나 디자인에도 항시 열린 자세를 취한다. 감프라테시, 드라가 & 아우렐, 페이 투굿 등 현시대를 이끄는 브랜드 및 디자이너와의 협업은 물론, 오즈왈드 보텡 등 같은 패션 디자이너와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올해 4월 열린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폴트로나 프라우의 쇼룸이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동시대적인 면모까지 갖춘 이 브랜드는 과연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밀라노 현지에서 만난 폴트로나 프라우의 수장, 니콜라 코로풀리스와 나눈 일문일답을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폴트로나 프라우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레더십’이다. 이 키워드에서 최고급 가죽만을 취급하는 뚝심, 좋은 소재로 최상의 가구를 만드는 뛰어난 기술력과 장인 정신, 그리고 디자인 완성도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렌초 프라우가 설립한 폴트로나 프라우의 역사는 가죽과 함께 쓰였다. 가죽은 우리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이 소재에 관해서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을 쏟아왔다. 1980년대에 처음으로 가죽에 색상을 도입하는 기술을 선보인 것 또한 폴트로나 프라우인 것을 아는가? 이뿐만 아니라 1984년에는 무려 100가지가 넘는 컬러 팔레트를 보유했었다. 당시 가죽의 색상은 갈색, 검은색, 버건디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브랜드가 한시도 안주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을 테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연구 또한 꾸준히 확장해왔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는 작금의 시대보다 한발 앞서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고 태닝 과정에서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천연 가죽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폴트로나 프라우는 가죽 인쇄는 물론 엠보싱, 패턴 프린트 기법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소재를 다채롭게 활용하는 다방면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폴트로나 프라우의 자부심이 자신감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수라 평가받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뒷받침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동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늘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 새로운 시도에 주저함이 없다는 건 달리 말하면 장인 정신과 재료의 품질에 대한 집착 같은 원칙에 충실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는 ‘상상력’을 테마로 한 신규 컬렉션을 선보였다. 어떠한 지점을 강조하고 싶었나?

상상은 혁신의 원동력이다. 우리는 하나의 가구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초석이라고 여긴다. 폴트로나 프라우는 궁극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며 컬렉션을 확장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총 6가지의 테마로 선보인 2024년 컬렉션에도 이러한 지향점이 담겨 있다. 더 나은 삶의 안식처를 만드는 모든 요소를 선보이고자 인도어와 아웃도어를 구분하지 않는 가구를 선보이는가 하면, 공예와 가구 디자인을 접목하고 가구 외에 웰니스 라이프를 영위하기 위한 아이템도 공개했다. 시도는 계속해서 이뤄질 것이다.


올해 컬렉션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디자인의 가구가 있다면 알려달라.

구태여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스쿼시Squash’ 라운지체어를 꼽고 싶다. 영국 디자이너 페이 투굿이 디자인한 것으로, 폴트로나 프라우의 시그너처 가구인 ‘배니티 페어Vanity Fair’를 연상케 하는 라운드형 디자인이 시각적인 편안함을 선사한다. 동시에 가죽 소재의 좌석 및 등받이와 대비되는 단단한 프레임이 조화롭다. 이 가구 또한 차후 브랜드의 역사를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작년, 한국에서 폴트로나 프라우와 두오모가 진행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실제 배니티 페어의 제작 공정을 보여주는 인스톨레이션을 보면서 소재와 장인 정신은 타 브랜드와 폴트로나 프라우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죽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브랜드인 만큼 우리에게 재료 선택은 매우 세심한 고뇌가 동반되는 과정이다. 특히 가죽의 경우, 전담 팀이 무두질 공장을 방문해 전 과정을 지켜볼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이 외의 재료를 사용할 때도 원료 조달에서 시제품 제작, 생산,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ISO 표준 절차에 따라 진행한다. 장인 정신의 본질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뛰어난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여기서 말하는 뛰어남은 결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때로는 결함이 포인트가 될 수도 있기에 소재에 남은 흉터나 주름 등의 흔적을 부각하는 작업을 감행하기도 한다. 결국 재료의 모든 요소를 활용해 손이라는 수단을 통해 최선을 이끌어내어 독특한 제품을 만든다.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장인 정신은 ‘럭셔리’의 필수적인 속성이다. 우리가 럭셔리를 표방하는 이유는 모든 가구를 제작하는 데 장인 정신을 기저에 두기 때문이다.


장인들은 어떻게 길러내는가?

자체 설립한 장인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모델링 전문가나 재봉사, 가죽 절단사 등 아름다운 물건을 손으로 만드는 장인을 직접 양성하는 것 또한 브랜드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라고 본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새롭게 개발될 각종 산업 기술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는 인력을 키우는 것이다. 장인 정신을 한층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하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장인 정신보다 기술을 우선하지는 않는다. 모든 기술은 장인 정신을 강화하는 요소이며 그 어느 것도 장인의 손을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시그너처 퍼니처인 배니티 페어 체어를 소재로 포르나세티 등의 브랜드는 물론, 오즈왈드 보텡Ozwald Boateng 같은 디자이너와의 협업에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다채로운 협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역의 경계를 보다 폭넓게 확장할 수 있다고 믿어서다. 일례로 오즈왈드 보텡의 경우, 아프리카 전통문화에 기반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기존 폴트로나 프라우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이었기에 기대를 안고 협업을 제안했으며 결과 또한 성공적이었다. 배니티 페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포르나세티와의 협업도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비록 신세대 브랜드는 아니지만 패터너블한 작업을 주로 해온 만큼, 그들의 기술과 우리의 실크스크린 기술을 결합해 가구의 진일보를 엿볼 수 있는 작업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든 협업은 발전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다. 폴트로나 프라우는 안주하지 않는다.


폴트로나 프라우에게 럭셔리란 무엇인가?

럭셔리의 시발점은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어느 시대에서나 인정받는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럭셔리는 독점적이어야 한다. 나만이 가질 수 있고, 누구든 쉽사리 가질 수 없어야 하는 것이다. 폴트로나 프라우는 언제나 동시대적이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을 지향한다. 동시에 소비자가 우리의 디자인을 소유함으로써 남들과는 다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이끌어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이 폴트로나 프라우가 추구하는 진일보한 럭셔리의 모습이다.



COOPERATION  두오모(duo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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