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필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학부 시절 인공위성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던 중 2012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1회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우주산업에 뛰어들었다. 같이 참여했던 동년배들과 2015년 현재의 나라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발사된 관측 위성 ‘옵저버 1A’의 레플리카. 가로세로 20x20cm, 높이 40cm, 무게는 약 20kg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는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라는 곳이 있다. ‘우주군’은 육군이나 해군처럼 별도로 우주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군사 및 상업 위성을 궤도에 쏘아 올리는 발사 임무를 수행한다. 지금 소개할 나라스페이스가 개발한 초소형 위성 ‘옵저버Observer 1A’는 지난해 11월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이 로켓에 실려 있던 위성은 113개. 이들 중 옵저버 1A가 가장 먼저 지상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초소형 위성이 우주에서 교신에 성공한 사례는 국내 최초, 세계 열 번째였다.
“옵저버 1A 개발 기간이 딱 3년이었어요. 위성이 우주에 나가서 처음 통신될 때까지 2시간 정도 걸립니다. 3년간의 노력이 2시간 만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거죠. 통신에 성공했을 땐 뭐라 설명할 수 없이 기뻤어요.” 박재필 대표는 성장기부터 우주를 좋아했다. 과학 매거진을 손에 끼고 살았고, 특히 우주와 로켓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했다. 대학 진학 시에도 다른 전공은 생각하지 않았다. 우주와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자연스럽게 천문우주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대학 시절 참가한 큐브 위성 경연대회에서 만난 이들과 2015년 위성 회사를 만들었다. 그게 현재의 나라스페이스다.
창업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비슷했다. ‘대기업도 아니고 스타트업이 인공위성 제작?’ 너무 허황한 도전이라는, 걱정을 가장한 비웃음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위성을 띄워 올린 지금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전히 우주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로 느껴지고, 제작은 국가나 대기업 단위에서나 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론 한때는 그랬지만 국가에서 민간 업체로 개발의 주체가 넘어가면서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위성 산업의 트렌드는 대형 위성 하나 대신, 무게 100kg 이하의 초소형 위성 수백 개를 띄워 그룹을 형성해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5년 내에 초소형 위성 100기를 운용하는 게 목표입니다. 위성의 양이 많아지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와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저는 지금의 위성 산업이 20세기 초반 자동차 산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포드가 대량생산에 뛰어든 그 시점 말이죠. 위성 기술이 보편화되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라스페이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2가지다. 우선 위성 자체의 판매 서비스. 발사에 성공한 옵저버 1A와 같은 위성의 판매 단가는 개당 약 20억 원이며, 위성이 보내주는 영상 분석 서비스는 솔루션당 1억 원 정도다. 525km 상공에 떠 있는 옵저버 1A의 광학 카메라는 지상 높이 1.5m 수준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영상 보정을 거치면 0.5m 크기의 물체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적외선 같은 파장도 담을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도 산불이나 지진 같은 대규모 재난 시 피해 상황 확인이 가능하다. 파장을 통한 온실가스나 대기질 관측 등도 물론이다. 해상 수송로의 정체 현상을 파악하거나 도시의 교통 흐름 분석, 국가 안보 등 위성의 용도는 무척 다양하다.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은 위성의 직접 판매, 위성을 활용한 영상 분석 서비스로 나뉩니다. 위성을 제작 기술과 활용 솔루션까지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성과와 비전이 있는 기업에 투자는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나라스페이스는 현재 시리즈 B 규모의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목표는 150억 원이었지만 예상보다 50억 원 정도 더 많은 투자금이 모였다. 요즘 같은 스타트업 빙하기에 목표치를 상회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워낙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잖아요. 생존을 위해서는 정보력 확보가 절실한데, 위성은 그걸 위해 필수적인 제품이에요. 위성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들도 그런 점을 높게 산 것 같아요.”
2000년대 초반 정부에서는 우주항공청을 신설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하기 싫은 숙제처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이 얘기가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다. 5월 27일 과학기술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이 정식으로 개청하는 것. 미래 우주 분야의 핵심 경쟁력을 확보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설립 목표다. 이제야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우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나라스페이스를 포함한 국내 여러 우주 관련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언젠가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에 가보고 싶어요. 지름이 500km밖에 안 되는 작은 행성인데 표면에서 수증기가 분출되는 게 발견됐어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거죠. 지금은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우선이지만 언젠가는 그런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요.”

나라스페이스의 개발실 모습.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2030년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를 약 1조 달러로 예상한다.
나라스페이스는 올해 코스닥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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