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6월호

음악과 함께 날아오르다, 야니크 네제 세갱

2024년 한국의 공연 신에서 가장 중요한 공연을 꼽으라면, 오는 6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첫 한국 공연으로, 지휘는 3대째 음악감독인 야니크 네제 세갱이 맡는다. 장르를 넘나드는 전문성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동시대 최고의 마에스트로를 인터뷰했다.

GUEST EDITOR 박지혜

야니크 네제 세갱  1975년생. 몬트리올 퀘벡 음악원에서 피아노, 지휘, 작곡, 실내악을 전공했으며, 뉴저지 프린스턴의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대학에서 합창 지휘를 공부한 후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등 유명 지휘자를 사사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현재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몬트리올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22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플로렌스 프라이스 교향곡> 음반으로 첫 그래미상을 수상한 이후 총 3개의 그래미상을 받았다.



야니크 네제 세갱. 오십의 나이를 목전에 둔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 캐나다 퀘벡 출신으로 2000년대 초반 유럽에 진출해 로테르담 필하모닉을 10년간 성공적으로 이끈 것에 이어, 라흐마니노프가 사랑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위촉되는 한편, 2018년부터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 음악감독을 맡아 세계 최정상의 오페라 가수들을 이끌고 있다. 가히 ‘폭주’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음반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2010년도 초반부터 도이체 그라모폰을 통해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전곡은 물론 멘델스존, 슈만, 말러, 쇼스타코비치, 베토벤, 브루크너, 스트라빈스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앨범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하고 주연한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비유럽 출신으로 독일 위주의 콧대 높은 클래식 음악계를 제패한 하나의 상징적 존재로서 세계를 누비고 있다. 교향악과 오페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전문성, 현대 오페라로 다져진 동시대 음악에 대한 감각, 무엇보다 ‘서사가 있는 곡’을 날아오르게 하는 아름다운 지휘로 음악가들은 물론, 청중을 모두 자신의 편에 세우고 있는 것. 그런 그가 6월 19일과 20일,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 공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건, 세계 최고의 오페라 오케스트라인 메트 오페라의 첫 내한 공연인 것과 더불어, 함께 한국을 찾아 아름다운 오페라 레퍼토리를 들려줄 세계적 기량의 성악가들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그 모든 아름다움을 조율해낼 마에스트로 야니크 네제 세갱의 면모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비행기 안에서, 혹은 분주한 리허설 현장과 포디엄에서 바쁜 예술적 여정을 이어가고 있을 그가 여러 개의 질문에 꼼꼼한 답을 보내왔다. 범접할 수 없는 오라가 지휘자의 가장 큰 미덕이던 시대를 지나, 부드러운 리더십과 그 이상의 실력으로 청중을 매료시키는 마에스트로, 야니크 네제 세갱의 생각들.


이번 레퍼토리를 구성하는 데 꽤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작곡가의 명곡과 레퍼토리를 취했다는 면에서 ‘모음집compilation’의 성격이 있는데, 이런 구성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메트 오페라가 처음 선보이는 한국 공연인 만큼, 우리의 강점을 잘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가장 잘하는 것을 표현하고, 다양한 스타일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수준과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오페라곡에 집중하고자 했다. 6월 19일에 공연할 버르토크 벨러의 <푸른 수염의 성Bluebeard’s Castle>은 위대한 오페라 곡 중 하나로 극적인 색채의 폭넓은 음악적 팔레트를 갖고 있으며, 곡을 선보일 연주자와 솔리스트 역시 역대급이다. 1부 프로그램이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änder’ 서곡과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éas et Mélisande’로 구성된 것은 이 두 작곡가 모두 버르토크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데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 작곡가가 하나로 묶여 있다고 생각한다. 드뷔시는 바그너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으며, 이 두 작곡가가 없었다면 버르토크는 이토록 아름다운 곡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내한에 동행하는 솔리스트들은 어떻게 선정했나. 그들과 소통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메트 오페라단이 세계 최고의 오페라단인 이유는 모든 면이 빠짐없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오페라 레퍼토리와 최고 수준의 음악, 그리고 모든 면에서 탁월함을 달성하기 위한 메트의 노력이 솔리스트의 면면이나 오케스트라의 수준, 공연 준비 과정에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이는 한국 공연에 함께할 소프라노 리세트 오로페사Lisette Oropesa,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Elīna Garanča, 베이스바리톤 크리스천 밴혼Christian Van Horn 같은 솔리스트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이미 여러 번 메트 무대에 오른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나는 그들이 평소에 해오고 또 사랑받아온 것처럼, 이번 공연에서도 음악에 헌신하고 집중하기를 바랄 뿐이다.


엘리나 가란차와 함께 <카르멘>을 공연했고, 그 공연 동영상도 공개되어 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엘리나 가란차는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 시대 최고의 메조소프라노다. 그녀는 정말 많은 일을 해왔고, 그녀의 경력과 레퍼토리는 아름다운 궤적과 폭을 보여준다. 2009년 <카르멘>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기를 본 후 우리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최근에는 쇤브룬 궁전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의 서머 나이트 콘서트Sommer Nachts Konzert에서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푸른 수염의 성>에는 극적인 힘과 뛰어난 보컬 컨트롤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데, 엘리나가 바로 그 역할을 해줄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둘째 날인 6월 20일 공연에서는 말러의 5번 교향곡을 선보이는데, 이 곡을 선택한 이유는?

메트 오케스트라는 오페라 악보에 너무 익숙해서 브람스나 차이콥스키, 말러 같은 교향곡 레퍼토리의 대작을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런 곡을 연주할 기회가 생기면, 특히 남다른 열정을 불태우곤 한다. 말러 5번 교향곡은 이들의 연주가 얼마나 환상적인지를 잘 보여주는 곡이다. 이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게서 정말이지 전기에 감전된 듯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오케스트라의 개방성과 유연성도 곡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큰 장점 중 하나다. 이 곡은 특히 그 유명한 4악장 ‘아다지에토’가 핵심이며, 현악기의 친밀함과 아름다운 선율, 오스트리아에 뿌리를 둔 분위기 있는 춤사위를 모두 갖춘 전형적인 말러의 곡이다. 오페라처럼 완전한 이야기를 갖추고 있으며, 관객들은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만들어가는 그 생생한 이야기에 매료될 것이다.



2018~2019년 시즌부터 메트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었다. 처음 이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그리고 메트 오페라를 이끈다는 것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처음 제안을 받고 나의 파트너인 피에르에게 “이 일은 한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큰일”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메트 오페라를 이끄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 중에 하나다. 140년 넘게 이어져온 존경받는 유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음악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내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데, 나는 메트와 함께하는 신성한 공연장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메트 오페라는 현대 오페라 공연 확대와 ‘라이브 인 HD 시리즈’ 등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혁신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음악감독으로서 메트가 세계 최고 오페라극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분야에서든 혁신의 최전선에 서서 주변 환경에 대응하는 것은 리더의 책임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늘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우리 시대의 오페라와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이렇게 새로운 작품들과 전통적인 오페라 레퍼토리의 명작들을 균형 있게 선보이고 세계 최고의 성악가, 연출가, 음악가들과 함께 최고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면서 메트 오페라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클래스를 만들어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음악가들은 물론 의상 디자이너, 세트 디자이너, 스태프 등 메트의 모든 구성원들은 ‘탁월함’이라는 하나의 비전을 향해 뭉쳐 있다.


이번 시즌, 메트 오페라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2024~2025년 시즌에는 기대할 만한 작품이 정말 많다. 특히 이번 시즌은 레퍼토리에 새로운 작품을 추가하기 위해 위촉된 작품 <그라운디드Grounded>로 시작된다. 지닌 테소리Jeanine Tesori의 작품으로, 오늘날 우리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다루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뒤이어 <살로메>, <아이다>, <나비 부인>, <라 보엠> 같은 명작들도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과거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오페라의 미래를 위해 길을 닦는 진정한 현대적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은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콘서트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모두 맡고 있고, 두 분야에 모두 능통하다. 오페라곡과 교향곡을 지휘할 때 당신의 마음가짐이나 접근법은 어떻게 같고 다른가?

교향곡과 오페라를 모두 경험해본 지휘자로서 내가 가진 장점은 속도에 대한 이해인데, 이로 인해 곡을 각기 다르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작품들을 온전히 표현해내기 위해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명지휘자이기 이전에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런 자신의 성격이 음악가로 살아가는 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한 자기 관리법이 있는지도 알고 싶다.

당신이 세상에 기쁨을 발산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 기운을 거부하기가 어렵고 당신의 팀과 함께하고 싶어질 것이다. 긍정적인 태도는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를 지지하게 만들거나, 적어도 대화를 나누고 싶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한다. 음악가로서 나는 항상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부정적인 태도로는 그다지 멀리 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아 우리의 정신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기 위해 이런 태도를 선택했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 지휘 디렉터로서 참여했다. 이 작업이 당신에게 갖는 의미는 무엇이었나?

브래들리 쿠퍼와는 그가 영화에 대한 조사를 막 시작하던 2015년에 처음 만났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뉴욕에 살고 있지만 필라델피아와 강한 유대감이 있다는 점을 통해 가까워졌다. 나는 그를 메트의 오케스트라 피트에 초대하고, 필라델피아에서 리허설과 콘서트를 참관하게 해 그가 영화 속 ‘레니’를 만드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커티스 음악원, 도멘 포겟 여름 아카데미, 몬트리올의 오케스트라 메트로폴리탄 지휘 아카데미에서 꽤 많은 지휘자를 가르쳤기 때문에, 사실 그를 가르치는 일 자체가 그리 새롭지는 않았다. 브래들리에 대한 조언은 대중에게 클래식이라는 예술 장르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했다고 할 수 있다. 지휘자를 가르치는 일은 다음 세대가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면에서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들에게 누군가와 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줌으로써, 우리 모두가 보다 발전적인 예술 형태를 이뤄갈 수 있길 바란다.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말러, 토스카니니 같은 전설적 지휘자들과 함께 작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앞으로 지휘자로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지휘자로서의 역할이 세상에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음악을 통해 이를 실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매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특권이다. 내가 포디엄에 오르는 순간마다 세상에 그런 종류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COOPERATION  롯데문화재단(1544-7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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