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5월호

BY YOUR SIDE

198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한 마시모데카를로MASSIMODECARLO 갤러리가 런던, 홍콩, 베이징, 파리에 이어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서울 스튜디오’를 열었다.

EDITOR 박이현

마시모 데 카를로  1958년 밀라노에서 태어나 파도바에서 자란 마시모 데 카를로는 약사로 일하던 중 실험 음악에 매료돼 콘서트 기획 프로듀서를 병행하다 현대미술에 관심을 두게 됐다. 1987년 밀라노에 개관한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는 1990년대부터 ‘아트바젤’, ‘프리즈 아트페어’, ‘TEFAF’, ‘웨스트 번드’ 등 아트페어에 참가하고 있다. 60여 명의 작가가 소속된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는 현재 밀라노, 런던, 홍콩, 베이징, 파리, 서울에서 전시 공간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축인 홍콩과 베이징에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가 있음에도 서울에 진출한 이유가 궁금하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이후 서울의 번창하는 예술 현장을 깊이 탐구하고 싶어졌다. 서울은 아시아, 나아가 세계 현대미술 신이 발전하는 데 흥미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는 그 일원이 되어 함께 성장하기를 열망한다.


여러 갤러리가 모인 신사동과 청담동이 아닌,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처음엔 다른 갤러리들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다양한 문화가 응집력 있게 어우러진, 압구정 로데오거리라는 맥락 안에 우리의 정체성을 새기기로 했다. 이것이 우리 갤러리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니까. 한 가지 자랑하자면, 서울 스튜디오 테라스에선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서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은 ‘스튜디오’란 명칭을 사용한다. 갤러리와 차이점은?

갤러리와 달리 고정된 전시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 스튜디오는 지역 커뮤니티와 같이 예술을 향유하고,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지향한다. 더불어 국내 작가와 큐레이터, 컬렉터와의 관계도 발전시키고자 한다. 단, 예약제다. 배타성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방문객이 예술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갖고 돌아갈 수 있는 일대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향후 변화 가능성을 논하는 건 아직 이르지만,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국제적인 미술 프로그램을 접했으면 한다.


일반적으로 상업 갤러리는 ‘판매’에 비중을 둔다. 그래서 예쁜 작업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시모데카를로 전속 작가들의 작업은 ‘파격’이란 단어와 잘 어울린다. 작업을 볼 때 주안점은?

나는 예술이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고 확신한다. 도전적인 예술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 그리고 오해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아름다움은 예상치 못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미학과 감성의 문제이며, 우리가 그 한계를 탐구할수록 예술은 재밌어진다.


마시모데카를로 갤러리의 방향성은? 예를 들어, 담론을 조성한다든지.

밀라노·런던·파리·홍콩 지점은 독특한 건축 환경에서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다. 각 공간은 저마다 고유의 정체성과 전시 형식을 갖고 있다. 내가 화이트 큐브 형식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다. 우리 갤러리는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과 공존하는 예술을 제시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묻고 싶다. 약사로 일하던 중 실험 음악에 매료돼 현대미술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하던데.

1987년 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인 올리비에 모세Olivier Mosset의 추상미술 작품이 전환점이 됐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예술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스티븐 패리노Steven Parrino와 캐디 놀런드Cady Noland 같은 미국 작가를 열정적으로 이탈리아에 데려오기도 했다. 이제 막 미술계에 발을 들인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와 일하면서 그들을 지원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음악은 나와 아티스트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열정의 대상이다. 음악은 대화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소중한 ‘또 다른’ 언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엘름그렌 & 드락세트, 이수경 등 유명 작가를 제외하고, 당신이 직접 발굴한 이후 현대미술 신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작가는 누가 있나?

모든 이름을 나열하면 기사 쓸 공간이 부족할지도 모른다.(웃음) 당신이 언급한 작가들 모두 내가 발굴했고, 그 외에도 지금 2명의 이름이 떠오른다. 한 명은 40여 년 동안 15회의 전시를 진행한 욘 아름레더John Armleder. 5월 11일까지 밀라노 본점에서 <우리는 그러지 않아On ne fait pas ça> 전시를 개최한다. 다른 한 명은 이탈리아 근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를라 아카르디Carla Accardi(1924~2014). 그녀의 추상 작업은 오랫동안 과소평가됐다.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우리 갤러리뿐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아카르디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미술 신에서 눈여겨보는 작가가 있다면?

파리에 ‘마시모데카를로 피에스 유니크MASSIMODECARLO Pièce Unique’라는, 단 한 작품만 전시하는 공간이 있다. 작년 이곳에서 이강소·이건용 같은 거장과 강서경, 배헤윰, 이희준 같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시간과 감정, 결단력을 탐구하는 중국 작가 얀 핑Yan Ping의 회화도 인상적이다.


마지막으로 상반기 서울 스튜디오의 계획은?

카르스텐 횔러Carsten Höller의 버섯 작품과 피터 스카이프Peter Schuyff의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마시모데카를로는 지역 예술 커뮤니티와의 유대를 꿈꾼다. 서울 스튜디오를 찾은 방문객들이 우리 갤러리의 활동을 통해 동시대 미술 신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예술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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