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BIG STEPS of THE YEAR

누구나 자신만의 보폭으로 세상을 살아가지만, 올해 조금 더 큰 걸음으로 의미 있는 깃발을 꽂은 이들이 있다. 2023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둔 5인을 만났다.

EDITOR 정송, 이호준, 정두민, 김송아, 정규영 PHOTOGRAPHER 박영빈

최고의 순간을 향해 달리는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

우영미의 ‘프라임 타임’은 과연 언제일까. 이전에도 없었고, 아직도 오지 않았을 것 같은 그 시간을 늘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최고의 시간’처럼 사는 우영미. 그렇지만 분명 그가 보낸 2023년은 대단했다.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파리 럭셔리 패션 거리인 생토노레Saint Honore에 지난 10월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것. “나를 정의하는 건 분명 ‘무모함’이지 않을까 싶어요. 좋게 생각하면 용감한 거죠. 오픈하고 지금까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우리 매장을 찾는 이들의 50%가 현지인이라는 거예요. 우리 컬렉션을 이미 접했던 적이 있고, 브랜드에 대해 알고 나서 찾아온 거죠. 앞으로 이를 어떻게 잘 유지해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창립하고 20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흘렀다. 먼 프랑스에서 자신의 기반을 닦겠다고 선언했던 그 시절엔 지금만큼 우리나라의 국력이 뒷받침되지도 않았고, 문화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해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요즘 정말 세월이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하이패션’을 선보이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나는 시간을 오래 두고 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스스로 하이 퀄리티가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죠. 그게 내가 나의 이름을 건 하우스를 유지해온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니었을까요.” 우영미가 추구하는 ‘럭셔리’는 바로 거기에 있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궁극의 미를 추구해요. 나는 참 모호한 사람입니다. 남성적이지만 여성적이고, 동양인이지만 서구적이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이 모든 것을 휘어잡을 힘을 기를 수 있길 바랍니다.” 디자이너로서, 한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우영미는 같은 길을 걷는 후배에게 척도이자 깃발 같은 존재나 다름없다. 언제 이 일을 그만둘지 정해두지 않았을 만큼 아직 붉디붉은 열정을 불태우는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내년도, 어쩌면 향후 20년도 건재할 우영미의 프라임 타임은 그래서 아직 오지 않았다.





올해의 자동차인,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 이상엽

월드 카 어워즈가 발표한 2023년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으로 선정되었고, 그가 디자인을 담당한 현대차와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월드 카 오브 더 이어, JD 파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거기에 판매량 기준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이라는 실적까지. 양과 질 모두에서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를 이룬 이상엽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에게 2023년은 어떤 해였을까? “개인의 영광이라기보다는 현대차와 제네시스를 만들어온 한 명 한 명의 노력이 모인 결과입니다. 앞으로가 더욱 중요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계속 도전해야죠.” 제너럴 모터스(GM)부터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에 이르기까지 8개국 15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가 입사한 2016년 이후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위상은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 ‘가성비’를 따지던 현대차가 세계인이 감탄하는 혁신적 신차를 연이어 내놓았고, 미국 베벌리힐스 부촌의 차고에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 ‘G90’과 ‘GV80’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럭셔리 브랜드는 그 시작점을 강조합니다. 샤넬이 파리를, 버버리가 런던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제네시스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손님을 맞는 따뜻한 환대, 그 총체적 경험을 제네시스에 담고 싶습니다.” 이상엽 부사장이 몰두하고 있는 다음 프로젝트는 상용차 포터의 40년 만의 리뉴얼. “현대차의 모토는 인류를 위한 진보입니다. 소상공인들이 주로 타는 포터는 생계 수단이자 삶의 공간이지요. 그런 차가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고 아름답게 바뀐다면 모두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영광입니다.”






올해의 신 스틸러, 배우 강길우

<더글로리>, <재벌집 막내아들>,<악귀> 그리고 <힘쎈여자 강남순>. 누구나 인정할 만큼 흥행 가도를 달린 작품들의 교집합을 꼽자면 단연 배우 강길우를 꼽을 수 있겠다. 우스갯소리로 ‘틀면 나오는’ 배우라는 별칭이 생길 만큼 크고 작은 비중을 가리지 않고 다작 하며 기라성 같은 주인공들 사이에서도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아온 그에게 ‘일당백 신 스틸러’라는 말은 당연한 수식어다. “감사하게도 올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에 다수 참여했어요. 좋은 기회였던 만큼 진부하고 똑같은 연기를 선보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싶었고요. 대중은 수많은 배우 중에 하나인 제 모습을 보겠지만 저는 늘 제 자신을 지켜보고 있잖아요.”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저 담담하게만 보이던 눈이 이내 치열한 열기로 일렁인다.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건 비교적 최근이지만, 강길우는 이미 연기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었을 만큼 잔뼈가 굵은 배우다. 연극과 독립영화, 대중영화와 드라마까지 영역을 막론한 그의 필모그래피만 보더라도 이를 쉽게 가늠할 수 있을 터. 벌써 2개의 차기작을 준비하는 만큼 그에게도 분명 새로운 한 해가 찾아올 테지만, 강길우는 시간이 흘러도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아요. 배우는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은 나를 살피고, 주변을 살필 줄 알죠.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살피고 배려할 줄 알아야 겪어보지 않은 누군가의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2024년의 저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아쿠아 컬러의 더블 버튼 재킷과 루스 핏 팬츠, 로퍼 모두 구찌.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브이넥 니트는 몽클레르×팜 엔젤스. 녹색 팬츠는 비욘드 클로젯. 스니커즈는 아디다스 오리지널.

ASSISTANT  차세연

COOPERATION  구찌(1577-1921), 몽클레르×팜 엔젤스(514-0900), 비욘드 클로젯(3210-5869), 아디다스 오리지널(547-0325)




리틀 슈퍼스타, 아역 배우 오지율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외모와 통통 튀는 매력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아역 배우 오지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어린 영우, <더 글로리> 하예솔 역으로 연이은 ‘히트작’에 출연하며 작중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 외에도 드라마 <대행사>, 예능 프로그램 <귀염뽕짝 원정대> 등 각종 매체를 넘나들며 대중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광고와 새로운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올해는 특히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한 해였는데, ‘백상예술대상’ 무대나 또래 오빠들과 새로운 곳에서 시골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귀염뽕짝 원정대>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어린 나이지만 평소 호기심이 많고 친화력이 좋은 성격이라 낯선 촬영 현장에서도 빠르게 적응한다는 그는 매번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며 똑부러지는 연기를 선보인다. “여섯 살부터 키즈 모델로 활동했지만 움직이고 말도 할 수 있는 연기가 더 좋았어요. 촬영장에는 매번 엄마와 함께 다니는데, 현장에 도착하면 엄마를 찾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에요.” 촬영장에서는 아홉 살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전한 소감은 여느 또래와 다름없이 천진난만하다. “요즘에는 골프도 배우고 영어 학원도 다니기 시작했어요. 방송 활동도 좋지만 내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도 더 즐기고 싶어요. 하지만 매번 새로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에요. 곧 촬영을 마친 드라마가 방송된다고 하는데, 저는 볼 수 없지만 엄마가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플라워 패턴의 카디건과 팬츠는 모두 마르디 메크르디 레쁘띠. 튀튀 스커트는 더 애니멀즈 옵저버토리. 메리 제인 슈즈는 빅토리아.

리본 칼라 티셔츠와 삭스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민트 컬러 원피스는 모아뚜아누 by 룩스루. 블랙 컬러 시스루 원피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리본 헤어핀은 노엘 드 엠마 by 룩스루.

바이커 부츠는 자라.

HAIR & MAKEUP  황령경  STYLIST  하은선  ASSISTANT  이나래

COOPERATION  더 애니멀즈 옵저버토리(070-7878-0036), 룩스루(1577-0087), 마르디 메크르디 레쁘띠(mardimercredi.com),

빅토리아(1644-1889), 자라(080-479-0880)




세계를 향한 무브, 비보이 홍텐

한국을 넘어 세계 브레이킹 신에 전무후무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비보이 홍텐. 김홍열이라는 본명에서 비롯된 그의 비보이 네임은 25년째 회자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세계 무대로 뛰어든 그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값졌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브레이킹 부문 은메달을 수상하고, 세계 최대의 일대일 비보잉 대회 ‘레드불 비씨 원 월드 파이널’에서 타이틀을 차지하며 연속 수상이라는 남다른 영광을 안았기 때문.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부상으로 인해 예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거든요. 아시안게임 당시 많은 분이 케어해주신 덕에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 기세를 몰아 레드불 비씨 원 월드 파이널까지 정신없이 달렸던 것 같아요.” 특히 레드불 비씨 원 월드 파이널은 2006년, 2013년에 이어 세 번째 타이틀 획득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이는 네덜란드의 비보이 멘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달성한 기록이기도 하다. “레드불에서 타이틀을 얻었을 때, 잊고 있던 열정을 되살려줘 고맙다는 댄서들의 연락과 많은 축하를 받았죠. 체력적인 한계가 와닿는 지금,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았구나 싶어요.” 그의 가열찬 무빙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 ‘2024 파리 올림픽’의 브레이킹 부문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한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당장의 목표는 최고령 브레이킹 국가대표 선수로 참전하는 것이에요. 수상까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선수가 아닌 인간 김홍열로서 그의 목표는 브레이킹이라는 장르의 부흥을 위해 더욱 힘쓰는 것. 재능 있는 어린 친구들을 위한 단계를 어떻게 다져나갈지 고민 중이다. “올해는 유독 업다운이 많았던 해였어요. 돌아보니 결국 그 과정이 저라는 사람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준 초석이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유행했던 것처럼 이 마음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끝까지 도전하고 싶어요.”


재킷과 팬츠 모두 구찌.



운동화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HAIR & MAEUP  황령경  ASSISTANT  이나래

COOPERATION  구찌(1577-1921), 아디다스 오리지널스(54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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