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CHANEL IN AFRICA

샤넬-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 샤넬과 다카르의 교류를 강화하고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데 의의가 있다.

FREELANCE EDITOR 이선화


샤넬이 선택한 다카르 아프리카

서쪽에 위치한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유럽과 남아메리카를 연결하는 대서양에 접해 있으며 세계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항구도시다. 그러나 샤넬이 2022/23 공방 컬렉션의 장소로 다카르를 선정했다는 소식은 많은 이에게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그간 아프리카 대륙과 패션 하우스 사이에는 많은 접점이 있지 않았던 것. 그러나 ‘다양성’과 ‘공존’을 고민하는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의 철학이 이번 결정을 이끌었다. “단순한 런웨이 쇼를 넘어 이벤트 전체를 고려했다. 3년이나 고민했다. 여러 날에 걸쳐 깊이 있고 정중한 대화를 나누면서 부드럽게 진행되기를 원했다”라고 버지니 비아르는 전했다. 2019년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를 맡은 이후로 그는 항상 다른 이들을 만나고, 꿈꾸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작업 방식을 선보여왔다. 이번 다카르 프로젝트 역시 그러한 열정의 결과물이다. “오랫동안 주고받은 진정한 대화, 내 작품에 동기를 부여하고 내가 다시 기록하고자 하는 게 바로 이런 인간적이고 따뜻한 측면이다. 여기에 내 모든 영혼을 쏟아부었다. 이번 컬렉션처럼 예술적인 모험이 탄생하는 이런 놀라운 만남이 나의 원동력이다”라고 버지니 비아르는 이야기한다. 오랜 샤넬 하우스 친구들과의 만남도 이번 결정에 한몫했다. 다카르에서 살았던 사람, 그곳에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사람, 또는 다카르의 창의적인 활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 등이 모여 이 특별한 도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샤넬이 다카르로 향한 건 단순히 패션쇼 개최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샤넬은 패션, 영화, 무용, 문학, 현대미술, 음악 등 다방면에 창조성을 지닌 이 예술적 수도에 경의를 표현하고자 했고, 이를 구체적인 행동과 병행해 하나의 프로젝트로 확장하고자 했다. 먼저, 패션쇼의 장소는 다카르의 구법원Palais de Justice으로 정했다. “우리의 방식으로 구법원의 레노베이션에 기여하고 싶었다”라고 샤넬 측은 설명했다. 패션쇼 직전인 2022년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다양한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다카르와 세네갈 출신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문화계 인사, 학생, 예술 및 공예 애호가, 언론 등 각 분야의 인물들에 맞춰 세심한 설계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샤넬의 다카르 프로젝트는 일회성 패션쇼 개최를 넘어 지역사회와 환경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 이를 위해 샤넬은 세네갈의 여러 기관 및 전문가들과 손잡고 다양한 사업 계획을 수립했으며 앞으로도 꾸준한 지원을 약속했다. 사업은 브랜드의 노하우 전수, 원자재 생산을 위한 책임감 있는 재생 농업 사업과 순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예정이다.




샤넬 2022/23 공방 컬렉션

파리의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와 11개의 샤넬 공방이 모인 포르트 도베르빌리에의 ‘르 19M’을 오가며 완성한 샤넬의 2022/23 공방 컬렉션.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기리는 공방 컬렉션은 2002년 이래 전 세계 여러 특별한 장소에서 개최되어왔다. 이번 컬렉션이 상륙한 도시는 세네갈 다카르. “다카르의 구법원은 샤넬이 컬렉션을 진행했던 곳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다. 당연한 선택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라고 버지니 비아르는 전했다.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다카르 2022/23 공방 컬렉션을 통해 다카르의 예술계와 자신이 좋아하는 여러 예술 분야를 기리고자 했다. 먼저, 디미트리 샹블라Dimitri Chamblas와 에콜 데 사브레École des Sables의 무용수들이 함께한 퍼포먼스가 패션쇼의 서막을 열었다. 2019년 ‘슬로 쇼Slow Show’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는 샤넬 2021/22 공방 컬렉션의 안무를 이끌기도 한 하우스의 오랜 친구다. 에콜 데 사브레는 제르맹 아코그니Germaine Acogny가 설립한 국제 교육기관이자 크리에이션 센터로, 아프리카의 전통 및 현대 무용을 가르친다. 이번 다카르 프로젝트에도 시작부터 함께 참여했다. 웅장한 퍼포먼스에 이어 세네갈의 가수 오브리 다만Obree Daman과 그의 합창단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럽과 아프리카 문화의 조우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만들어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어서 트위드 재킷으로 문을 연 샤넬의 런웨이가 펼쳐졌다. 자유와 팝, 솔soul, 펑크, 디스코의 시대이자 버지니 비아르에게 주요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1970년대 무드가 컬렉션 전체를 관통했다. 몸에 붙는 롱 코트와 타이트한 플레어 팬츠, 플랫폼 슈즈, 자수 장식을 넣은 오버사이즈 스웨트셔츠, 멀티컬러 트위드, 뒤보다 앞이 짧은 드레스 등이 등장했고, 활력 넘치는 1970년대 컬러가 각각의 룩에 생기를 더했다. 식물 모티프와 기하학적 형태가 두드러지고, 하우스의 전통적 코드를 담은 플로럴 패턴과 자수 장식도 눈에 띄었다. 다발을 이룬 까멜리아, 촘촘히 이어진 진주, 무수한 주얼 버튼과 눈부신 시퀸 자수, 플리츠 처리한 레이스 자수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런웨이 후반부는 샤넬을 대표하는 블랙 & 화이트의 클래식 드레스와 이브닝드레스로 채워졌다. 피날레는 DBN 고고Gogo의 공연이 장식했다. 패션쇼에는 총 62명의 모델이 참여했는데 그중 19명이 아프리카 출신이었고, 12명은 세네갈 출신이었다. 헤어 & 메이크업 또한 다카르에서 활동하는 스태프들이 다수 참여해 작업했다.




프로젝트의 확장

패션쇼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월 5일, 다카르의 구법원에서는 버지니 비아르와 문학 사학자 파니 아라마Fanny Arama, 샤넬 앰배서더 샤를로트 카시라기가 주최한 ‘캉봉가에서 만나는 문학’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히 2009년 소설 으로 파리의 ‘공쿠르Goncourt’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마리 은디아예Marie Ndiaye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배우 로카야 니앙Rokhaya Niang이 마리 은디아예의 또 다른 소설 에서 발췌한 내용을 낭독했고, 래퍼 닉스Nix 또한 켄 부굴Ken Bugul의 저서 의 내용을 인용해 멋진 공연을 펼쳤다. 코라 연주자 노우모우코운다 시스코Noumoucounda Cissoko의 콘서트도 이어졌다. 행사 영상은 샤넬의 공식 플랫폼과 팟캐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패션쇼에 맞춰 2022/23 공방 컬렉션에 관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공개되었다. 이번 시리즈는 영화감독 레지 리Ladj Ly와 다카르의 쿠르트라즈메Kourtrajmé 학교가 함께 제작했다. 1994년 킴 샤피론Kim Chapiron, 투마니 상가레Toumani Sangaré, 로맹 가브라Romain Gavras가 공동 설립한 쿠르트라즈메는 프랑스의 협회이자 오디오 비주얼 분야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의 집단으로, 영화 교육을 위한 학교도 운영한다. 쿠르트라즈메라는 이름은 단편영화를 뜻하는 프랑스어 ‘쿠르트 메트라주court métrage’를 거꾸로 조합한 것.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 누구에게나 영화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쿠르트라즈메 학교는 마르세유의 몽페르메유, 마드리드에 이어 2022년 다카르에도 문을 열었고, 예술 및 기술을 가르칠 뿐 아니라 직업적 네트워크 또한 제공함으로써 세네갈의 젊은 감독과 각본가를 지원하고 있다. 총 4편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영상은 파리 캉봉가에 위치한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파리와 오베르빌리에 사이에 자리한 르 19M, 다카르를 오가며 촬영했다. 감독 레지 리는 이번 협업에 담긴 창조적 자유를 강조했다. “이 프로젝트는 몽페르메유의 학교와 다카르 학교 간의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자 진정한 교류를 위한 것이다. 쿠르트라즈메의 교훈은 완전한 자유다. 학생들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하자, 학생들이 샤넬의 세계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간직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시리즈의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샤넬 공방과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에서 컬렉션의 최종 준비를 하는 모습, 다카르에서 안무가 디미트리 샹블라와 에콜 데 사브레의 무용수들이 리허설하는 모습이 교차한다. 파리 포르트 도베르빌리에에 위치한 샤넬의 ‘19M 갤러리la Galerie du 19M’ 관계자들 또한 2023년 1월부터 수개월간 다카르에 머물렀다. 검은 아프리카 기초 연구소Institut Fondamental d’Afrique Noire(IFAN)의 지원으로 세네갈 관계자들과 교류하고 창의적 대화를 나눴으며, 무료 공개 프로그램을 열어 다양한 자수와 직조를 공유했다. 현대적 창의성과 전통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탄생한 컬래버레이션 작품들은 19M 갤러리에서 전시로 선보인다.




2022/23 공방 컬렉션 캠페인

1970년대 무드를 신선하고 활기차게 재해석한 이번 샤넬 2022/23 공방 컬렉션의 캠페인 촬영은 스웨덴 출신의 사진작가 미카엘 얀손Mikael Jansson이 맡았다. 그는 새벽부터 어두운 밤까지 빛에 따라 변화하는 다카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컬렉션의 개성 있는 룩들을 눈부시게 담아냈다. 2020년부터 샤넬 하우스와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미카엘 얀손은 “쇼가 열렸던 당시 다카르에 머물렀던 시간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패션쇼가 열린 구법원을 포함해 다카르 전 지역을 뒤졌다. 창의적인 에너지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다카르는 현대와 과거가 대조를 이루는 활기찬 도시다. 다양한 분야의 현지 예술 단체와 문화적 교류 및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정신으로 접근했다.” 이번 촬영은 에티오피아 모델 아마르 아콰이Amar Akway와 네덜란드 모델 리아너 판롬파이Rianne van Rompaey가 함께했다. 이들은 알마디Almadies의 모래 해변에서부터 도시의 고요한 해안을 따라 햇살을 머금은 루프톱 테라스와 바람이 잘 통하는 구법원을 거닐었고, 다카르의 인공 건축물과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영화 같은 이미지를 완성했다. 파리의 공방에서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컬렉션의 의상들은 놀랍도록 가벼우면서도 유려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여기에 채도 높은 컬러와 섬세한 텍스처가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매력적인 조화를 이룬다. 미카엘 얀손은 “다카르의 정신을 연상시키면서 공방 컬렉션의 뛰어난 장인 정신과 예술적 기법을 선보이고자 노력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지난 몇 년 동안 버지니 비아르와 함께한 작업은 놀랍고 고무적인 경험이었다. 언제나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은 창작이다. 버지니 비아르는 예술적 자유와 창의성을 관대하게 허용한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번 2022/23 공방 컬렉션 캠페인은 도시를 가로지르는 시각적 여정인 동시에, 샤넬과 다카르 간의 예술적 유대를 기리는 의미 있는 기념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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