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

창조적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수많은 워치 아이콘을 탄생시킨 샤넬 워치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을 만났다.

EDITOR 윤정은

아르노 샤스탱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2013년부터 샤넬에 합류해 ‘보이 프렌드’, ‘코드 코코’, ‘무슈’ 등 아이코닉 워치들을 탄생시켰고, 기존의 아카이브를 재해석해 ‘J12’와 ‘프리미에르’ 워치 등을 새롭게 선보였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샤넬은 2017년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 워치, 2018년 ‘보이 프렌드 스켈레톤’ 워치, 2019년 ‘J12 칼리버 12.1’ 워치로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새롭게 ‘인터스텔라’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별과 우주를 모티프로 한 이전의 샤넬 컬렉션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느 부분에 중점을 뒀나.

샤넬과 함께하면서 1932년 가브리엘 샤넬이 선보인 ‘비쥬 드 디아망’ 컬렉션에 끊임없이 매료되어왔다. 샤넬은 당시 별과 혜성을 중심으로 주얼리를 만들었는데 실로 혁명적인 컬렉션이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인터스텔라’ 컬렉션에는 샤넬이 창조한 이야기와 더불어 나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나는 1932년보다 미래에 살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을 좋아했다. 그래서 이번 컬렉션에 내가 좋아하는 세계를 담아내는 작업이 즐겁고 흥미로웠다. 별과 더불어 우주인과 우주정거장, 로봇 등 어렸을 때 상상했던 것들을 컬렉션의 영감으로 삼았다. 오늘날 같은 디지털 시대에 친숙한 슈퍼 데이터나 픽셀 같은 아이디어도 활용했다. 컬렉션을 만드는 일은 때때로 실험이며, 새로운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기회다.


‘J12 이클립스 박스’ 세트는 7개 워치가 하나의 풍경을 이루며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행성 하나가 다른 행성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일식을 표현했다. 매트 블랙과 매트 화이트 세라믹으로 제작한 7개의 워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올 화이트 제품으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점차 검은 부분이 많아지며 마지막 일곱 번째 워치는 올 블랙으로 물든다. ‘J12’ 워치의 상징적 컬러인 블랙과 화이트의 조합이 돋보이며, 기술적 수준에서도 독보적인 작품이다.


세라믹을 조합하는 기술력이 놀랍다. 픽셀 효과를 낸 ‘J12 사이버네틱’ 워치나 그래픽적인 구성의 ‘J12 스페이시오템포럴’ 워치 세트 등에서도 정교한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나?

소재의 조합과 대비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는 데는 매번 기술적 도전이 뒤따른다. 세라믹이나 사파이어 크리스털 모두 단단하고 작업하기 까다로운 소재여서 원하는 형태나 스타일을 표현하는 데 상당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디자인을 구상하면, 최고의 실력을 갖춘 팀원들과 장인들이 매번 완벽한 해결책을 찾아준다. 필요한 것은 오직 그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뿐이다.


‘J12 X-RAY 스타’ 워치는 투명과 불투명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2020년에 ‘J12’ 워치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며 처음 ‘J12 X-RAY’를 선보였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를 사용해 무브먼트를 전면에 드러낸 색다른 시도였다. 올해는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행성의 얼음과 같은 표면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가공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기술적 문제에 부딪혔다. 여러 연구 끝에 유광과 무광 모두 손으로 직접 마감해 결국 원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진짜 얼어붙은 것 같은 외관이 매우 만족스럽다.


이번 컬렉션 중에 작업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제품은?

가장 도전적이었던 제품은 ‘프리미에르 X- RAY’ 워치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링크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링크가 교차하며 섬세한 체인 브레이슬릿을 이룬다. 디자인 자체도 섬세하지만, 특히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세공해 체인 링크를 제작하는 작업이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어려웠다. 원하는 완성도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워치스앤원더스 직전에서야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투르비용을 탑재한 제품도 2가지나 선보였다. 각각 소개해달라.

‘J12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워치는 ‘칼리버 5’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투르비용 케이지에 세팅한 65면의 다이아몬드를 회전시키는 것이 기술적 난제였다. ‘무슈 뚜르비옹 메테오라이트’ 워치는 투르비용을 유성으로 표현했다. 다이얼에 메테오라이트라는 원석을 사용한 점도 특징이다. 운석은 세상에서 가장 희귀하고 독특한 물질 중 하나이며 ‘인터스텔라’ 라는 주제에도 잘 어울린다.


‘리옹 아스트로클락’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오브제를 만들게 된 배경은?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오브제를 만들고 싶었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사파이어 구 안에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꼬메뜨가 시간을 가리키고, 사자자리 형태의 핸즈가 분을 표시한다. 그 아래에는 올 블랙 컬러의 사자 조각상이 당당하게 서 있다. ‘J12’와 같은 시계를 많은 사람들이 착용하는 것도 뿌듯하지만, 이 같은 오브제를 누군가가 아트 컬렉션처럼 소장하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인터스텔라’ 캡슐 컬렉션 외에 쿠튀르에서 영감받은 시계들도 소개했다. 어떤 컬렉션인가?

‘마드모아젤 프리베 리옹’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가장 좋아하던 상징 중 하나였던 사자에 경의를 표한다. 입체적으로 세공한 사자 모티프가 4가지 형태의 시크릿 워치를 장식하고 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피케 귀’ 컬렉션은 가브리엘 샤넬이 사용했던 핀 쿠션에서 영감을 받았다. 난 언제나 실질적 필요에서 탄생한 사물의 디자인에 매료되어왔고, 핀 쿠션의 단순함과 대담함을 좋아한다. 쿠션의 큰 표면적이 빈 캔버스처럼 이상적인 표현 공간을 만든다.


‘보이 프렌드’, ‘코드 코코’ 같은 아이콘을 탄생시켰고, ‘J12’ 워치도 재해석해 큰 성공을 거뒀다. 처음부터 시계 디자이너를 꿈꿨나?

디자인을 공부할 당시만 해도, 시계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연히 시계업계에 들어와 지금의 자리로 이어졌고, 지금은 시계에 남다른 애정을 자랑한다. 어쩌면 시작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시계 디자이너들과는 차별화된 감성을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경쟁력이기도 하다. 물론 지나온 시간만큼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이해하지만, 나의 역량은 최대한 창조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샤넬과 함께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면?

지난 10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샤넬에 합류한 이후 이 놀라운 브랜드와 깊이 사랑에 빠졌다. 가브리엘 샤넬의 이야기와 그가 창조한 아름다움, 철학 그 모든 것에 매료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샤넬과 함께한다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최고의 환경이 주어지는 것과 같다. 정말로 창조적인 문화가 있고, 함께 꿈을 실현시켜줄 능력 있는 팀원들이 있다.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그 사이 사랑하는 아이들도 태어났는데, 이 역시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피케 귀

가브리엘 샤넬을 비롯해 많은 디자이너와 재봉사가 필수품처럼 여기는 손목 위의 핀 쿠션을 컬렉션의 모티프로 활용했다. “나는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탄생한 사물의 디자인에 매료된다. 핀 쿠션은 손목 위에서 위엄을 풍기며, 모든 손목에 편안하게 잘 맞는다. 쿠션 위에 꽂힌 바늘의 무작위한 배열도 마음에 든다.”라고 아르노 샤스탱은 전했다. 컬렉션은 5가지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까멜리아 레이스 세공, 아이코닉 백의 조합, 블랙 트위드 위에 흩어진 주얼리, 다이아몬드 자수, 그리고 패턴 단계의 재킷까지, 각각 개성 있는 테마로 완성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리옹

‘마드모아젤 프리베’ 컬렉션은 샤넬이 좋아했던 상징과 소중히 여겼던 물건들을 테마로 삼아 그의 비밀스러운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올해는 샤넬의 별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사자 모티프의 컬렉션을 구성했다. 블랙과 골드 컬러가 대비를 이루며, 4가지 제품 모두 사자 모티프의 원형 장식을 움직이면 작은 시계 다이얼이 드러난다. 유니크 피스로 선보이는 화려한 버전의 커프 시계와 20개 한정으로 출시하는 커프 시계, 555개 한정의 손목시계, 그리고 20개 한정으로 출시하는 펜던트 네크리스 형태의 시계 중 선택할 수 있다.



COOPERATION  샤넬(080-805-9628, chanel.com), SPONSORED BY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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