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ART

LUXURY WEEK x 아티스트 송민규

다이버 워치의 매력과 탁월한 기능성을 결합한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 바티스카프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워치. 이 시계를 상징하는 도형과 기호, 반짝이는 선으로 가득한 10점의 회화 시리즈를 완성한 송민규 작가와의 일문일답.

EDITOR 김수진

송민규는 오랜 시간 풍경화를 그려왔지만, 그의 작품에는 산이나 나무, 하늘과 구름, 혹은 건축물 같은 이미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익숙한 풍경이 사라진 자리에는 작가가 직접 경험한 감각, 에너지, 인상 등을 형상화한 상징적 패턴과 기호, 다채로운 컬러가 가득하다. 작가는 정량적이고, 수치적 접근이 가능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풍경을 변주해왔다. 고전 회화의 데이터를 가공하거나 색과 면, 명암의 수치 등을 체계화한 작가의 감상은 캔버스 위에서 은은한 암시를 전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송민규 작가는 2004년 첫 그룹전을 시작으로 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수많은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 주요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매일 노화를 경험하는 인간의 내적 풍경을 표현한 <영광의 움직임>, 젊은 시절의 기억을 단초로 시간을 재조명한 <아일랜드 오아시스> 등이 최근 전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와 그에 대한 단상을 자연스레 작업에 녹여온 작가는 이번 <IN TIME> 전시에서 ‘물속’, ‘어두움’, ‘감각’, ‘침묵의 시간’ 등을 키워드로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 바티스카프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시계를 선과 기호, 패턴으로 재해석한 총 10점의 페인팅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태국에서 레지던시에 참여 중이라고 들었어요. 작업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 귀국했다고요. 그곳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아직 준비 단계라 현지 상황을 살피기 위해 미리 가 있던 상태였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레지던시에 입주합니다. 주변 풍경을 개인적 경험으로 해석해 기호와 상징, 패턴 등으로 시각화해온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페인팅 작업을 하게 될 듯해요. 지내게 될 곳이 도심에 위치해 있는데, 그곳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작업 주제가 되겠지요. 작업할 때 스프레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안전상 문제로 비행기에 실을 수가 없어서 컴프레션은 현지에서 대여하고, 에어브러시와 최소한의 도구만 챙겨 떠나게 되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 도구로만 작업하는 시도를 해보려 합니다.


다양한 풍경을 추상화한 형태로 표현해왔어요. 작업의 주제가 되는 풍경은 어떻게 발견하나요?

다양한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되면서 노매드와 같은 생활을 7년 정도 이어왔어요. 국내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보이는 풍경도 매번 달라지고, 작업 속 풍경도 그에 따라 변화해온 셈이죠. 예를 들어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는 대부도에 있어요. 바로 옆이 인천공항이었는데, 밤이면 착륙 신호를 기다리며 선회하는 비행기 수백 대가 새카만 하늘 위로 궤적을 그리는 모습이 선연하게 보이곤 했어요. 하늘을 맴도는 비행기와 달, 바닥의 갯벌과 해조류 같은 요소들이 그 해의 작업 시리즈가 되었죠. 인천 아트플랫폼의 경우엔 주변에 항만이 많아요. 밤이 되면 컨테이너 이동하는 소리가 들려왔죠. 또 바로 옆이 차이나타운인데, 낮이면 수백 명의 관광객이 오가다가 밤이 되면 사람이 싹 사라져요. 번잡함과 고요함 사이의 간극이 재미있어서 작업에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는 코로나 19가 낳은 질병의 시대와 맞물려 제 나이도 40에 접어들면서 건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헬스장에서 본 기구의 반복되는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었죠. 이러한 상황은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와 그에 따른 질량과 높이의 관계, 나이 듦과 근력운동의 상관관계, 팬데믹 시대와 노화를 극복하려는 방어 운동 등에 대한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그렇다면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풍경이나 주제는 무엇인가요?

요즘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나이 듦’과 ‘시간의 흐름’이에요. 사람들은 나이를 거부하기 위해 운동을 하잖아요. 저 역시 40대가 된 이후 신체 기능들이 퇴화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어요. 이를테면 이전에 비해 시력이 감퇴해서, 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잘 했던 옵티컬 작업이 어느 날부터 버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신체의 노화와 퇴화가 작업하는 방식조차 바꿀 수 있다는 걸 깨친 지 얼마 안 돼서, 현상의 변화를 주시해 작업에 담아내고 있어요. 이 주제에 천착하기 시작한 게 3년 정도 됐는데, 앞서 언급한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처음 시도한 운동 기구 관련 작업을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운동과 에너지>에 출품할 기회를 얻으면서 좀 더 확장하게 된 케이스예요. 사실 에너지, 시간 같은 거시적 주제는 작가들이 주제화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이니까요. 그런데 그와 관련된 나만의 에피소드, 그 속성을 끌어내면 상황이 달라지지요. 초반에는 헬스 운동에 관해 주로 그렸다면, 지난해부터는 운동에너지 순환 구조, 노화의 방식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IN TIME>은 매체와 브랜드, 아티스트의 협업 프로젝트입니다. 참여를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시간을 주제로 다뤄온 만큼 시계 브랜드와의 협업은 접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껏 이어온 작업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블랑팡 ‘피프티 패텀즈 바티스카프 컴플리트 캘린더 문페이즈’ 시계를 모티프로 신작을 선보일 텐데요. 제품을 처음 접했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무엇인가요?

어떤 면에서 모티프를 얻어 작업했는지 궁금합니다. ‘시간’이라는 주제에는 다소 거시적으로 접근했고, 이미지 차원에서는 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상징화, 기호화했습니다. 10호 작품 10점을 시리즈로 제작했는데 제법 근사해요.(웃음) 다이빙에 특화된 시계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두운 물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가 떠올랐고, 이런 맥락의 단어를 정리한 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속’, ‘어두움’, ‘감각’ 같은 키워드가 모티프가 되었어요. 이와 함께 주요 컬러를 레드 골드, 인디고, 야광 빛이 나는 루미너스로 택했지요. 3가지 색의 조합으로 ‘침묵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려 했습니다. 작업을 하며 시계의 메커니즘이 헬스 운동 기구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무한히 반복되는 에너지 측면에서요. 내용 면에서는 이런 반복성과 함께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나가는 시간들과, 시간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어떻게 작업에 담아낼지 고민했습니다.


<IN TIME> 전시의 주제는 ‘시간’입니다. 작가님께 시간이란 무엇인가요?

작가로서 지금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저의 관심은 늘 ‘현재’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의 시간을 남기는 것, 나만의 방법으로 기록하는 것이 현대미술 작가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00년에 처음 미술 공부를 시작했는데, 당시와 지금은 아트 신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때는 미디어가 현대미술의 주요한 매체가 될 거라고 다들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미디어가 올드한 매체가 되었고 오히려 당시 고루하게 여겨졌던 회화나 조각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지요. 이런 변화 속에서 한결같은 고민은, 지금 발 디딘 현실을 나만의 방식으로 어떻게 잘 기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PHOTOGRAPHER 이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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