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호

RESTAURANT & MENU

이준, 손종원, 강민철, 엄태준 셰프가 각각 이끌고 있는 레스토랑과 그들이 선보이고 있는 메뉴에 대해 소개한다.

EDITOR 김수진·안서경·한동은


SOIGNÉ

미국식 프렌치 기반의 이국적 뉘앙스에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퀴진을 선보이는 스와니예가 어느덧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스와니예를 이끄는 오너 셰프 이준은 줄곧 자신만의 새로운 길 걸어왔다. 10여 년 전, 국내 최초로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였고, 이제는 스와니예의 시그너처가 된 ‘ㄷ’ 자 형태의 바와 오픈 레스토랑 역시 당시 서울의 파인다이닝 신에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퀴진 역시 안주하지 않는 의 실험적 태도를 닮아 대담하고 새롭다. 시그너처 메뉴 ‘서래 달팽이’가 대표적인 예. 트러플 달걀 커스터드 위에 대파 오일과 국내산 달팽이, 그리고 볶은 시금치를 얹은 애피타이저다. 한국 달걀찜과 골뱅이를 먹는 듯한 익숙한 식감과 서양의 향기가 함께 느껴지는 음식으로, 스와니예의 정수가 함축 되어 있다. 2023년은 스와니예에 가장 특별한 해가 될 것이다. 오픈 10주 년과 동시에, 미쉐린 가이드 1스타에서 2스타로 승급되는 겹경사를 맞게 된 것. 게다가 내년에는 지금의 서래마을을 떠나 신사동에서 새 둥지를 틀 예정이다. 바 대신 룸을 마련하며 보다 넓고 쾌적한 환경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하는 이준 오너 셰프의 두 눈에 미쉐린 2스타 셰프로서의 책임감과 새 출발에 대한 설렘이 투영되어 보인다.

서초구 반포대로39길 46



EATANIC GARDEN

강남 도심 뷰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조선 팰리스 호텔 36층에 자리한 ‘이타닉 가든Eatanic Garden’. ‘먹다’의 ‘Eat’과 ‘식물원’의 ‘Botanic Garden’을 조합한 이름으로, 식물원에 ‘심을 식植’ 대신 ‘먹을 식食’을 더해 아름다운 정원에서 맛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존 한식에 창의성을 가미한 이노베이티브 퀴 진을 표방하는 이곳에서는 한국의 식문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메뉴를 경 험할 수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 ‘라망시크레’의 손종원 헤드 셰프가 주방을 맡아 발효와 숙성의 미학이 깃든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계절별로 제철 식재료를 조화롭게 활용해 메뉴를 구성하는데, 식물원 콘셉트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담아 채소 등 식물성 재료를 변주한 요리들이 특히 훌륭하다. 두부 커드 위에 차가운 캐비아를 올리고 발효한 표고버섯으로 만든 글레이즈를 뿌린 전식, 안유태 장인과 특별 제작한 자개함 안에 차와 막걸리로 만든 초콜릿, 대추 가나슈 등을 함께 담아낸 디저트 등 한 폭의 예 술 작품 같은 플레이팅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도심 속 정원을 연상시키는 모던하고 화사한 공간이 기분 좋은 시간을 선사하는 곳. 메뉴판 대신 주 재료를 담백한 일러스트로 표현한 도감을 제공하는 점도 색다르다.

강남구 테헤란로 231 조선 팰리스 36층



KANGMINCHUL RESTAURANT

세계 다이닝 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피에르 가니에르Pierre Gagnaire, 조엘 로부숑Joёl Robuchon,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레스토랑을 모두 거친 강민철 셰프가 지난해 10월 청담동에 오픈한 레스토랑. 입구에 드리운 커튼을 열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모노톤의 유려한 곡면, 낮은 조도로 채워진 프라이빗한 공간이 펼쳐진다. 벽면을 채운 실크 벽지부터 거 울을 활용한 파티션, 앤티크한 스타일,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식기까지 모든 요소는 강민철 셰프가 직접 구상한 것. 테이블 은 단 3개로, 런치와 디너 타임을 더해 하루에 오직 6팀만 그의 요리를 맛볼 수 있어 예약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정통 프렌 치를 기반으로 재미와 변주를 가미한 피에르 가니에르 스타 일의 오트 & 누벨Haute & Nouvelle 퀴진을 선보이며, 코스마 다 메인 디시를 중심으로 2~3가지 서플리먼트 형태의 요리 를 함께 서브한다. 강민철 셰프의 철학에 따라 코스별 메뉴를 정해두지 않고 매일 다른 요리를 내는 것이 특징. 메뉴판도, 시 그너처 메뉴도 없지만 매번 다른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감을 더한다.

강남구 도산대로68길 18 지하 1층



SOLBAM

약 1년 전 문을 연 뒤 사계절을 보낸 솔밤은 한국식 식재료를 깊이 연구하며 감각적으로 해석한 요리를 선보여왔다. 뉴욕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와 한국의 ‘임프레션L’impression’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엄태준 셰프의 첫 레스토랑으로,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재료를 정성스레 준비해 오직 저녁 식사만을 제안한다. 공간에 들어서면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인테리어가 역동적 분위기의 오픈 키 친과 대조를 이루며 신선한 인상을 전한다. 중복된 조리법 없이 구성한 14가지 코스는 계절의 변화를 담는다. 솔잎과 송이 버섯 등 셰프가 유년 시절을 보낸 경북 안동의 기억을 플레이트 곳곳에 반영하기도 한다. 시그너처 메뉴인 합에 담긴 캐비 아에 곁들인 무스의 경우 지난 여름에는 초당옥수수 크림이 놓였고, 촬영이 이루어진 늦가을에는 밤이, 겨울엔 군고구마가 담길 예정.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는 재미도 돋보인다. 숯에 훈연한 한우를 캐비닛에 담아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송 어알을 김부각에 올려 손으로 먹는 등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 하고자 의도했다.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지금, 곳곳에 스민 사려 깊은 태도는 앞으로의 솔밤에 대해 기꺼이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강남구 도산대로37길 6 4층



PHOTOGRAPHER  이우경·이경옥·이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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