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더 나아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에 빛나는 이른바 ‘네임드’ 건축가들이 한국에 상륙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이제 대중도 서울의 아이코닉한 빌딩들과 그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거기에 지난 몇년간 또 다른 이름이 더해졌다. 우선, 서울 강남의 도산대로에 등장한 삼각형 노출콘크리트 건물 ‘ST송은빌딩’. 최근 홍콩에 문을 연 ‘M+ 뮤지엄’을 디자인했으며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이기도 한 헤르초그 & 드 뫼롱이 그 설계자다. 건축계의 조용한 찬사 세례가 이어진 또 다른 명작은 바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남양성모성지 대 성당’이다. 2021년 완공한 이 성당은 마리오 보타 특유의 적 벽돌로 구현한 종교 건축 특유의 성스러움과 소박함으로 큰 화제가 됐다. 2021년, 국내 건축상을 휩쓸다시피 한 이두 건물의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시공사’가 같은 곳이라 는 사실이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 하던가. 두 세계적 건축 거장의 흔쾌한 ‘호출’을 받은 시공사의 정체는 분명히 짚고 넘 어갈 가치가 있어 보인다.
시공이라는 분야는 분명 문화의 가장 높은 경지에 있다고 할 만한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분야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에게 그 세계는 차라리 ‘미지’에 가깝다 해도 과 언이 아닐 것이다. 알다시피 건축이란 3개의 트라이앵글이 균형을 이루며 완성된다. 건축주와 건축가, 그리고 시공사가 바로 그 축이다. ‘시공’의 사전적 의미는 이러하다. “건축계획과 건축설계에 따라 건축물을 구축하는 작업”. 바로 뒤에는 이러 한 부연이 따라붙는다. 모든 분야의 지식, 특히 미적·구조적· 경제적지식, 재료나 기계, 전기 또는 화학적 지식을 포함한 종합 기술의 결집. 그러니까 시공이란, 건축가의 빛나는 아이디어, 그 3차원의 그림을 만지고, 밟고, 체험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인 셈이다. 주지하듯, 좋은 시공 없이는 결코 좋은 건축이 있을 수 없다. 앞서 말한 두 건축물을 시공한 장학건설의 정세학 대표는 시공 분야에서 28년간 묵묵히 ‘명품 건축’을 추구하며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그와 장학건설 직원들의 분주한 손과 발끝에서 이 땅의 많은 건축물이 세워지고, 새 주인을 맞아들였다. 말하자면 그들은 이 나라, 도시의 풍경을 만든 ‘창조자’의 일부다. ST송은빌딩,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이라는 최근의 대형 프 로젝트로 시작된 대화는 장학건설이 진행한 미지의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최근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아쿠아리우스 피라미드’, OMA 건축사무소가 설계한 ‘제네시스 강남 전시장’, ‘남해 사우스케이프 스파 & 스위트’ 같은 대표작 외에도, 한남동의 고급 빌라 ‘장학파르크한남’, 또 여러 개의 한옥 이름이 더해지는 것이 이채롭다. ‘명품 건축을 만든다’는 하나의 목표 로 한국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건축 시공사 라는 명성을 얻은 장학건설의 정세학 대표는 이제 ‘명품 주거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좋은 건축을 만드는 일, 건축가와 시공사의 역할, 진정한 럭셔리에 대해 그와 대화를 나눴다.

ST송은빌딩. 설계: 헤르초그 & 드 뫼롱, 김기한((주)정림건축종합건축사무소), 시공: 장학건설.
우선 건축 과정에서 시공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궁금하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경쟁 입찰이일반적이다. 입찰에서 건축주가 고려하는 건 첫째가 공사비, 둘째가 시공사의 퀄리티다. ST송은빌딩의 경우에는 경쟁 입찰을 거쳐 수주를 따냈다. 건물을 보면 알겠지만, 이 건물은 퀄리티를 추구하는 건축이지 사업성을 노리고 지은 게 아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가 좋은 점수를 얻은 것 같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은 이상각 신부님께 직접 의뢰가 왔다. 아마도 건축가분들이나 여기저기수소문을 한 후 결정하셨을 것이다.
유독 해외 유명 건축가들과 함께 작업한 프로젝트가 많다. 비결이 뭔가?
건설 회사, 시공사로서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의사소통)과 코디네이션coordination(상호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건축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최대한 지원한다. ST송은빌딩을지을 때는 착공 전에 미리 모형 건물을 지어, 자재에 대한 샘플링을 다양하게 제공했다. 또한 그들이 원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여기에 원활하게 팔로업을 하느냐 못 하느냐,거기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 같다.
ST송은빌딩은 소나무 무늬의 질감을 살린 외부 노출콘크리트로 큰 화제가 됐다.이 외벽을 구현하는 과정은 어땠나.
‘송은松隱’의 뜻이 ‘숨은 소나무’다. 헤르초그 & 드 뫼롱이 이 아이덴티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그들이 송은을 나타내기 위해서 소나무 물결 문양을 표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구현하는 게 우리 몫이었다. 기존의 나무 물결무늬로는 만족이 안 돼서 목공소를 찾아 지금의 물결무늬를 직접 만들고 거푸집을 제작했다. 이렇게 문양을 넣은 노출 콘크리트는 아 마 우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 같다. 더불어 의미가 있는 건 대한민국에서 제일 넓은 면적의 노출콘크리트 건축물을 구현했다는 것이다.이 벽을 나는 “만 개의 얼굴을 가진 표피”라고 부른다. 다양한 패턴과 질감 덕분에 날씨, 해의 방향에 따라 아주 다른 표현이 나타난다.이런 디테일을 구상한 것이야말로 헤르초그 & 드 뫼롱의 실력인지도 모르겠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역시 뒤지지 않는 역작이다. 특히 건물의 인상을 결정짓는 외부 벽돌의 컬러와 배열, 깔끔한 마감 등이 결정적인 것 같다.
마리오 보타는 알다시피 벽돌을 많이 쓴다. 그는 벽돌을 가지고 다양한 패턴으로 플레이를 한다. 메쌓기를 하거나 덜쌓기를하면서 그 패턴을 매번 다르게 만들고,벽돌 쌓을 때의 줄눈으로도 여러가지 표현을 한다. 성당건물에서 2개의 원통을 보면, 아랫부분이 사면으로 깎여 있는데 이게 보통의 벽돌쌓기 방식으로는 구현이 안 된다.경사면은 모두 철사를 넣어서 벽돌을 하나하나 매달아 쌓은 거다.국내 벽돌회사들을 다 뒤져서 제작해줄 회사를 찾는 것은 물론, 시공 전에 벽돌의 컬러나 쌓는 방식, 줄눈 샘플시공 등을 모두 제시해 건축가가 일일이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벽돌은 총70만 장을 주문했는데 결과적으로 53만3000장이 사용됐다.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설계: 마리오 보타 아키텍티 + HnSa 건축, 시공: 장학건설.
몇년씩 걸리는 대형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고충도 많을 것 같다.
나는 “명품을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회사를 운영해 왔는데, 그에 걸맞은 회사가 되려면 명성이 중요하다.그리고 그 명성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게 아니다. 가끔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작품은 만들자’라는 마음으로 임한다. 그래서 직원들에게도 늘 이야기한다. “손실을 본다고 공사를 대충하면, 돈도 명성도 얻을 수 없다. 약속했으니 일단 악착같이 작품을 만들자”라고.
공사를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뭔가? 건축주 혹은 건축가와의 대화 중 더 우선시되는 것은?
나는 “건축가가 작곡가라면 건설회사가 오케스트라고, 나는 악단의 주인이다”라는 표현을 자주한다. 지휘자라고 하면 건축가들 이 싫어해서.(웃음) 말하자면 내 역할은 프로젝트에 맞는 ‘프로’들로 팀을 짜는 것이다. 작곡가의 의도가 악보로 다 표현이 안 되듯이, 건축가의 의도도 도면으로 다 표현되기는 어렵다. 우리는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고, 건축가의 편에 서고자 한다.예를 들어, 건축주가 여러 번 설계를 바꾸거나 하는 경우에 그분들을 설득하거나 중재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건축가의 작곡을 우리가 잘 플레이합시다”하면서 중간 중간 꼭 해야할 말을 하는 거다. MIT에서 내 석사전공이 건설경영construction management인데, 건축주를 위해서 땅을 살 때부터 집을 지어 사용할 때까지 그들의 프로젝트를 돕는 역할이다. 이 개념이 나에게 항상 내재되어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업계에서 말하는 장학건설의 특기는 뭔가?
“장학이 지으면 깔끔하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마도 장학건설뿐 만 아니라 장학디자인이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기 때문일 거다. 우리 회사는 건설직이 인테리어직의 일도 하고, 인테리어직이 건설직의 일도 할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전문가들을 되도록 많이 보유하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다.
장학건설이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의 노하우와 경험 및 지 식을 집대성해서 내 브랜드, 내 물건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장학’이라는 브랜드로 주택 사업을 해나가겠다는 비전 이 있고, 그래서 부동산 개발 분야로 진출하려고 준비 중이다. 인테리어 회사인 장학디자인을 운영하는 것도 그 일환이고, 디자인 파워를 좀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렇다 면 어떤 집이냐. 유행에 민감하고 디지털화된 집보다는 품격 있고, 오래가는 그런 ‘명품 주택’을 만들고 싶다. ‘집’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치와 고민이 있으니 제대로된 완성품, 브랜드를 만들 자신이 있다.
진정한 명품, 혹은 ‘럭셔리’란.
옛말에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 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華而不侈”는 말이 있다. 사치란 자기 능력을 벗어나 정신과 물질을 쓴다는 거다. 그런데 또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기만 하면 자칫 누추해진다. 화려하지만 사치하지 않는 정도의 멋이 ‘럭셔리’인 것 같다. 그런 물건이나 사람을 보면 절로 ‘중후함’이나 ‘품격’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나.
PHOTOGRAPHER 이기태 LOCATION ST송은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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