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4월호

공간이 만든 영감

역사적인 도시의 풍경과 건축물, 그리고 배경음악과 한 줄기 빛까지. 이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공간은 비로소 무대가 된다.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에서 화제가 된 2026년 F/W 런웨이 베뉴 8.

EDITOR 이수연


DIOR × JARDIN DES TUILERIES

놀랍도록 맑은 햇살이 쏟아진 파리 튀일리 정원의 유리온실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집요하게 좇았던 빛의 찰나를 머금었다. 공원의 상징인 초록 의자와 수련 연못을 배경으로 한 디올의 런웨이는 정원을 거니는 서정적인 산책로가 되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파스텔 플라워 프린트와 대담한 아플리케 디테일은 디올 특유의 우아함 속에서 찬란히 만개했다.

오픈 1667년

주소 Place de la Concorde, 75001 Paris, France

규모 약 3500m2의 유리온실 파빌리온




VALENTINO × PALAZZO BARBERINI

발렌티노는 본향 로마의 팔라초 바르베리니를 무대로 선택했다. 견고한 바로크 건축과 피에트로 다 코르토나의 화려한 천장 프레스코화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대비는 컬렉션의 주제인 ‘간섭Interferenze’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고전적 공간 속에서 마찰을 일으키는 파격적인 모던 룩은 메종이 지향하는 미학적 긴장감을 완성한다. 이처럼 역사를 품은 공간의 전복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흐리며, 패 션이 지닌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또 한 번 증명한다.

오픈 1953년

주소 Via delle Quattro Fontane, 13, 00184 Roma RM, Italy

규모 약 2000m2의 그란 살로네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 JARDINS DU TROCADÉRO

에펠탑을 마주한 투명 파빌리온은 그 자체로 강렬했다. 안토니 바카렐로 는 이브 생 로랑의 아파트 속 조각상을 복제해 메종의 내밀한 향수를 소 환했고, 정교한 테일러링의 블랙 턱시도와 섬세한 커팅의 레이스 드레스 로 생 로랑만의 관능적 미학을 완성했다. 사적인 공간의 기억과 도시의 유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본향의 존재감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

오픈 1878년

주소 Place du Trocadéro, 75016 Paris France

규모 약 2500m2의 실내 파빌리온




LOUIS VUITTON × COUR CARRÉE DU LOUVRE

루브르박물관 내에 자리한 쿠르 카레에 푸른 언덕 이 솟았다. 무슈 루이 비통의 고향 쥐라산맥을 형상 화한 이 풍경은 여행의 원형인 유목의 역사를 소환 했다. 그래픽적으로 구현한 대지는 메종의 유산과 미래 비전을 시각화하며, 방패처럼 견고한 실루엣 과 나무 막대에 가방을 매단 연출은 자연의 서사를 한층 입체적으로 확장했다.

오픈 1793년

주소 Cour Carrée, Musée du Louvre, 75001 Paris, France

규모 약 5000m2의 유리 파빌리온




GUCCI × PALAZZO DELLE SCINTILLE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라 스칼라 극장의 대체 공연장이었던 팔라초 델레 신틸레를 가상의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모델의 걸음을 추적하는 스포트라이트가 1995년 톰 포드의 무대를 소환할 때, 클래식과 테크노를 융합한 선율은 1990년대식 헤도니즘의 부활을 알렸다. 육체미를 가감 없이 드러낸 모델들의 실루엣은 관능적이었던 과거의 영광을 대담하게 재해석한다. 역사적 건축물 속에서 박동하는 이 생생한 물성은 구찌가 정의하는 새로운 미학적 탄생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오픈 1923년

주소 Piazza Sei Febbraio, 20145 Milano MI, Italy

규모 약 1만5000m2




PRADA × DEPOSITO OF THE FONDAZIONE PRADA

5세기에 걸친 유물이 층층이 쌓인 거대한 발굴 현장을 연상시킨 프라다의 런웨이. 메종이 탐구해온 ‘멀티튜드Multitude’를 옷 겹 사이에 숨은 의미처럼 공간 곳곳에 은유적으로 재현해놓았다. 컬렉션은 특히 ‘레이어링의 과정’ 그 자체에 주목했다. 일상의 흐름 속에서 옷의 형태가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견고한 구조와 유연한 감각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발굴된 과거의 흔적과 새롭게 쌓아 올린 옷의 층위는 프라다 특유의 지적인 미학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오픈 2015년

주소 Largo Isarco, 2, 20139 Milano MI, Italy

규모 약 4700m2




MM6 MAISON MARGIELA × MILANO CENTRALE

기차 소음과 군중의 움직임을 예술로 승화시킨 무대는 익명의 통근자들 사이에서 개성을 발굴했다. 실드 선글라스로 눈을 가려 메종의 실험적 감각을 드러내고, 의도적인 절개 디테일은 평범함을 뒤트는 반전의 미학을 완성했다. 일상적 풍경과 예술적 시도가 교차하는 이 공간의 전복은 과거와 현재,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흐리며 패션이 지닌 무한한 확장성을 증명한다.

오픈 1931년

주소 Piazza Duca d'Aosta, 1, 20124 Milano MI, Italy

규모 약 1000m2의 역내 대기실




CHANEL × GRAND PALAIS

해 질 녘 그랑 팔레를 채운 형형색색의 크레인은 샤넬이 설계 중인 미래에 대한 은유였다. 레이디 가가의 ‘저스트 댄스’가 울려 퍼진 피날레는 새로운 샤넬에 대한 기대를 확신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여유로운 실루엣의 트위드 룩과 낯선 광택의 소재는 여성에게 선택의 자유를 선사하고자 했던 코코 샤넬의 철학을 가장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증명했다. 변치 않는 미학 위에 실질적인 자유를 덧입힌, 샤넬식 현대성의 찬란한 발현이다.

오픈 1900년

주소 17 Avenue du Général Eisenhower, 75008 Paris, France

규모 약 1만3500m2의 글라스 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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