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기법, 하나의 언어: 인트레치아토의 현재형

루이스 트로터가 불러온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시간.

EDITOR 손소라

겨울의 끝자락, 밀라노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 어딘가 느슨해져 있었다. 지난 2월 28일, 보테가 베네타의 겨울 2026 컬렉션은 그 공기 속에서 소리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장도 선언도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구조적인 테일러링 위로 곡선과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며 단단함의 결을 서서히 풀어냈고, 장식보다 구조로, 유행보다 존재감으로 말을 건넸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지난해 9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첫 컬렉션에서 루이스 트로터는 하우스의 근간인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를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부드러움과 구조미, 실용성과 예술성이 공존하는 세계. 보테가 베네타가 오랫동안 지켜온 가치들을 다시 한번 현재형으로 불러낸 순간이었다.



시간의 결을 엮다

이번 시즌, 인트레치아토는 하나의 기법을 넘어 하나의 언어로 작동했다. 196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보테가 베네타는 1975년, 하우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트레치아토를 선보이며 고유한 미학을 확립했다. 베니스와 베네토 지역의 가죽 수공예 전통에 뿌리를 둔 이 직조 기법은, 구멍을 낸 가죽 베이스 위에 얇은 가죽 스트립인 ‘페투체Fettucce’를 엮어 완성된다.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 철학 속에서 인트레치아토는 곧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시그너처가 되었다. 2026 여름 컬렉션은 이러한 유산 위에서 디테일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고전적 구조의 해체를 병행했다. 전통적인 남성복 테일러링의 규율과 편안함은 여성복으로 확장되었고, 이탈리아 하우스 특유의 엄격함과 정교함은 끝까지 유지됐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절제와 관능 사이에서 루이스 트로터는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언어를 천천히, 그리고 단단하게 쌓아 올렸다.


새로운 리듬

가방 역시 분명한 변화를 맞았다. 아카이브에 대한 존중은 유지하되 새로운 아이템으로 확장하며 보테가 베네타의 장인 정신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고, 전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 중심에는 ‘베네타Veneta’ 백이 자리한다. 루이스 트로터가 새롭게 제안한 이 백은 과거의 디자인을 현재의 감각으로 불러오며, 시간에 흔들리지 않는 균형을 완성했다. 인트레치아토 나파 가죽으로 완성된 유려한 실루엣은 과시 없이 스며들고, 일상의 스타일에 조용한 존재감을 더한다.




‘바바라Barbara’ 백은 조형적인 실루엣으로 브랜드가 정의하는 현대적 우아함을 보여준다. 핸드와 숄더를 오가는 유연한 착용 방식은 일상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까바Cabat’ 백은 보테가 베네타가 축적해온 가죽 공예의 정수를 담아낸 결과물이다. 얇은 가죽 스트립을 손으로 엮어 유연함과 견고함을 동시에 갖춘 까바 백은, 별도의 프레임 없이도 형태를 유지하며 기능을 넘어 하나의 공예로 자리한다. 런웨이에서 공개된 까바-아-마노 백은 까바의 새로운 패밀리로 합류한 아이템으로, 오버사이즈 클러치 형태로 제안되었다.



이미지 및 자료 제공 보테가 베네타, @newbottega, www.bottegavenet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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