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의 기호가 되다
모노그램의 시작은 아버지를 향한 경의에서 비롯됐다. 1896년, 창립자 루이 비통의 아들 조르주 비통Georges Vuitton은 아버지를 기리며 하나의 패턴을 고안했고, 이는 곧 하우스의 유산이 되었다. 네오고딕 장식과 자포니슴에서 영감을 받아 LV 이니셜과 플로럴 메달리언을 조합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 완결된 미감을 지닌다. 루이 비통의 상징이자 20세기의 아이콘, 모노그램은 구조적이면서도 즉흥적이고, 영원성을 지니되 끊임없이 변주될 수 있다는 철학을 담아내며,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절대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이니셜 L과 V는 균형을 이루며 교차하고, 그 주위를 네 장의 꽃잎이 펼쳐진 플라워 모티프가 별자리처럼 둘러싼다. 네오고딕, 자포니슴, 아르누보 양식이 어우러진 이 독특한 미학의 조형은 오늘날 하우스의 표식으로 기능하며, 모노그램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패턴과 확연히 구분 짓는다. 탄생의 배경과 제작의 맥락, 그리고 시작의 순간부터 함께해온 철학이 시간 속에 겹겹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WHERE ART MEETS CRAFT
끊임없이 진화해온 모노그램은 언제나 시대의 흐름과 나란히 존재해왔다. 현대의 여행자를 위해 설계된 모노그램 제품은 실용성과 시적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결과물로 예술과 문화와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스스로를 확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단일한 형식이 아닌, 보편성과 무한한 창조성이다. 처음에는 모노그램이 리넨 자카르로 직조한 하나의 패턴에 불과했지만, 여러 세대의 창작자와 컬렉터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계승되었다. 마크 제이콥스와 니콜라 제스키에르, 버질 아블로, 퍼렐 윌리엄스에 이르기까지 메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각자의 언어로 모노그램을 재해석했다. 또한 무라카미 다카시, 쿠사마 야요이,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등 하우스가 사랑해온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모노그램은 예술적 실험의 장으로 확장되었다. 이렇듯 모노그램은 고정된 상징이 아니라, 예술적 상상력과 장인 정신의 정밀함이 맞닿는 역동적인 매개체다.

아이콘 중의 아이콘
2026년, 루이 비통은 하우스의 마스터피스로 자리한 모노그램 백을 다시금 조명한다. 그 주인공은 시간을 초월해 사랑받아온 타임리스 백들이다. ‘개인 이동성’의 개념을 끊임없이 재정의해온 ‘스피디Speedy’(1930), 단단한 트렁크를 유연한 동반자로 전환시킨 조용한 혁명이자 자유롭고 편안한 여행의 상징인 ‘키폴Keepall’(1930), 샴페인 다섯 병을 담기 위해 탄생해 삶의 즐거움을 예찬한 ‘노에Noé’(1932)가 그 시작을 이룬다. 여기에 파리 건축에 대한 경의를 담아 완성된 ‘알마Alma’(1992), 그리고 모던 라이프스타일의 동반자로 자리 잡은 ‘네버풀Neverfull’(2007)까지. 각기 다른 시대에 태어난 이 아이콘 백들은 기능과 감성, 유산과 모던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루이 비통의 130년 여정을 함께 그려낸다. 그 결과 여행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삶의 방식이자 시간을 관통하는 하나의 예술로 확장된다.

NEW MONOGRAM
루이 비통은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모노그램 애니버서리 컬렉션Monogram Anniversary Collection’을 공개한다. ‘모노그램 오리진’, ‘VVN’, 그리고 ‘타임 트렁크’ 컬렉션으로 구성된 이번 라인업은 전통과 혁신, 클래식한 장인 정신과 현대적 예술성을 바탕으로 하우스 유산의 다층적인 면모에 집중한다. 모노그램 오리진 컬렉션은 하우스 초창기의 여행 정신을 빈티지 감성으로 새롭게 구현한다. 1908년 하우스 아카이브에 보관된 고객 장부 표지(각 키 번호와 고객 정보를 기록한 문서)에서 영감받아 모노그램을 재해석했으며, 코팅 캔버스를 사용해 뛰어난 내구성과 부드러운 촉감을 동시에 완성했다. VVN 컬렉션은 루이 비통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천연 가죽 노하우에 바치는 헌사다. VVN은 ‘바슈 베제탈 나튀렐Vache Végétale Naturelle(천연 식물성 가죽)’의 약어로, 하우스는 1880년대 이후 천연 가죽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공고히 해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광택과 우아한 파티나로 잘 알려진 연한 베지터블 태닝 카우하이드는 그 대표적인 예다. VVN 컬렉션은 하우스의 아이코닉한 형태를 보다 부드럽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진정한 레더 애호가와 루이 비통 컬렉터라면 이 컬렉션이 지닌 희소성과 세련미를 단번에 알아볼 것이다. 시간의 결이 더해질수록 각 백은 한층 깊은 색감과 고유한 개성을 획득하며, 기품 있는 간결함과 정교한 손길로 완성된 장인 정신의 상징으로 자리한다. 모노그램은 130년간 장인 정신과 예술, 여행과 기능, 아름다움이 시대마다 새로운 언어로 구현되어왔다. 그 시간은 닳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덧입히는 힘이며, 클래식이란 멈춰 있는 형식이 아닌 매 순간 새롭게 호흡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태도였다. 그렇게 모노그램은 과거를 품은 채 지금에 머물고, 다시 다음 시간을 향해 나아간다.
COOPERATION 루이 비통(3432-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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