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않아도 들어가보고 싶은 덴마크 교회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덴마크에서는 카페나 숍만 둘러보기엔 아쉽다. 이 나라의 미학은 의외로 교회 건축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화려함 대신 구조와 빛, 그리고 사람이 머무는 방식에 집중한 공간들. 그중에서도 여행 중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보길 추천하는 두 곳이 있다.

EDITOR 김민지

조용하지만 강한 두 개의 교회


그룬트비 교회Grundtvig’s Church


코펜하겐 북서쪽 비스페비에Bispebjerg 주택가에 자리한 그룬트비 교회는 멀리서부터 단번에 시선을 끄는 건축물이다.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벽돌 파사드는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화려한 장식 없이도 충분히 압도적이다. 관광지로 붐비는 도심과는 거리가 있지만, 건축 산책이라는 목적 아래라면 꼭 들러야 할 장소다.




이 교회는 1940년 덴마크의 사상가이자 신학자였던 니콜라이 그룬트비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으며, 설계는 덴마크 건축가 포데르 빌헬름 옌센-클린트Peder Vilhelm Jensen-Klint 가 맡았다. 그는 덴마크 전통 벽돌 건축과 고딕 양식을 결합해, 장식이 아닌 구조와 반복으로 경건함을 표현했다. 수백만 장의 벽돌이 만들어내는 리듬은 이 건물을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처럼 보이게 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진다. 벽돌 아치와 자연광만으로 완성된 공간은 소리를 흡수하듯 고요하다. 이곳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는 가구다. 내부에 놓인 의자와 일부 가구는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기초를 세운 카레 클린트Kaare Klint 의 디자인. 건축가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공간의 비례와 사용성을 기준으로 가구를 설계하며, 건축과 가구가 하나의 언어로 작동하도록 했다.




그룬트비 교회는 단순한 종교 건축이 아니라, 덴마크 건축과 가구 디자인이 함께 완성된 드문 사례다. 잠시 앉아 공간의 리듬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의 디자인 철학이 전해진다.


주소 Bispebjerg Torv 1, Copenhagen 2400, Denmark



바우스뵈어 교회Bagsværd Church


그룬트비 교회가 벽돌의 힘으로 기억된다면, 바우스뵈어 교회는 빛과 곡선으로 기억된다. 코펜하겐 외곽에 위치한 이 교회는 외관만 보면 다소 소박하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이 공간이 왜 덴마크 모더니즘의 걸작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하게 된다.




설계를 맡은 이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로 잘 알려진 덴마크 건축가 요른 웃존Jørn Utzon. 그는 이 교회에서 종교적 상징 대신 ‘공간의 경험’에 집중했다.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구름이 흐르듯 부드럽게 이어지는 콘크리트 천장이다. 자연광이 곡면을 따라 스며들며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직선적인 외관과 대비되는 유기적인 내부는 웃존 특유의 자연에서 영감받은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장식은 최소화되어 있고, 빛과 구조만으로 공간의 밀도를 완성한다. 관광객이 몰리지 않아 조용히 머물며 건축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1976년 완공된 바우스뵈어 교회는 ‘종교 건축은 엄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무르며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 묻는다. 덴마크 건축이 왜 인간 중심적이라고 말해지는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카페와 숍 사이, 하루쯤은 이런 건축 산책을 끼워 넣어도 좋다.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공간들. 덴마크 여행의 인상을 한층 깊게 만들어줄 것이다.


주소 Taxvej 16, Bagsværd 2880, Den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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