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2월호

SWEET BREAKS

<나 혼자 산다>, <우주메리미> 같은 인기 프로그램은 물론, 연말 시상식의 신인상에서부터 조연상 수상까지 종횡무진 중인 배우 서범준의 원동력에 관하여.

EDITOR 이수연 PHOTOGRAPHER 채대한

하늘색 캐시미어 재킷은 배리.


새해를 앞두고 뉴욕에 다녀오셨더라고요. 마침 저도 연말을 그곳에서 보냈는데, 혹시 촬영 전에 마주치는 건 아닐지 내심 기대했어요. 진짜요? 저도 연말까지 있고 싶었는데, 일정상 4일 정도만 다녀왔어요. 그래도 가고 싶던 곳은 다 갔어요. 그런데 에디터님도 아까 빵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혹시 ‘에싸Ess-a’, ‘팝업PopUp’ 베이글 가보셨어요? 거기 진짜 맛있는데.


아침마다 베이글을 먹긴 했는데, 이름까진 잘 모르겠네요. 저도 아침마다 무조건 브런치 먹으러 갔어요. 바게트에 아보카도랑···. 제가 치즈랑 버터를 정말 좋아하는데 ‘매그놀리아Magnolia’ 베이커리가 참 잘하더라고요.


뉴욕에서 빵 투어하신 거 아니에요? (웃음) 맞아요. 이렇게 빵만 먹고 왔네요. 저는 먹으러 여행 가는 타입이거든요.


어떤 여행 스타일인가요? ‘여긴 꼭 가야 해’ 하고 바쁘게 다니는 편? 가고 싶은 곳은 정해놓지만, 거기 갇히진 않아요. 더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 있으면 더 머무르죠. 다른 곳은 나중에 가도 괜찮다는 주의예요.


울 소재 카디건은 메종 마르지엘라. 데님 팬츠는 올드파크 by 아데쿠베. 스니커즈는 질 샌더.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그렇게 귀국하자마자 조연상을 수상하셨어요. 배우 서범준이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한층 묵직해졌네요. 상의 무게를 느끼며 새해를 맞이했을 텐데, <우주메리미> 송현욱 감독님께 받은 메시지가 앞으로의 이정표가 되었다고요. 상을 받는 순간 정말 무겁게 느껴지더라고요.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는데 이런 답장을 주셨어요. “배우는 배움을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작품을 하고 동료의 연기를 통해 배울 수 있음에 늘 감사해야 합니다”라고요. 늘 초롱초롱한 눈으로 현장을 뛰어다니던 초심을 잃지 말라는 그 말씀이 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이 될 것 같아요.


감사 인사를 드렸는데, 오히려 진심이 담긴 답장을 받으면 감동이겠어요. 정말요. 그래서 이번 상은 제가 넘어질 때마다 자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고 싶어요. 초심 잃지 않고, 묵묵히 가다 보면, 시청자분들이 어느 순간 또 다른 모습의 저를 발견해주시지 않을까요?


올해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아직 못 해본 역할이 많지만, 여태 보여드린 쾌활한 모습과는 다른 성숙한 로맨스나 장르물에 도전하고 싶어요. 또, 예능 속 제 모습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화보 촬영도 좋아해요. 지금처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옐로 포인트 하프 집업과 데님 팬츠는 디젤. 벨트는 겐조.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저처럼 범준 씨 일상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먹는다고?”라며 놀라는 반응도 꽤 있어요. 사실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건 일부예요. 실제론 더 먹었어요. 혹시 ‘학화호도과자’의 슈톨렌 호두과자 아세요? 평일 아침 8시에 온라인 ‘빵케팅’이 열리는데, 3일째 실패 중이에요.


친누나분도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시잖아요. 빵에 매료된 계기에 가족의 영향도 있었을까요? 어릴 때부터 유난했어요. 어머니가 사오신 빵은 늘 한 번에 다 먹었대요. 누나 덕에 접하는 빵의 스펙트럼도 넓어졌고요. 빵을 택배로 주문하면 가족들과 나눠 먹기도 해요. 저희 할머니는 케이크 한 판을 그자리에서 다 드실 정도로 좋아하세요.


범준 씨의 빵 사랑은 일종의 ‘가족력’이었네요. 빵을 대할 때 본인만의 철칙도 있을 것 같아요. 꼭 따듯하게 에어 프라이기에 구워 먹어요. 차갑게 먹어야 맛있는 빵도 있지만요. 평소엔 단백질 식단 이후에 먹어요. 우유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이는 건 ‘최소한의 양심’이고요.


라운드넥 니트와 카디건이 결합된 톱은 렉토.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맛집 딱 한 곳만 독자들에게 공유해줄 수 있나요? 하나는 못 고르겠어요. (자리를 고쳐 앉으며) 일단 들어보세요. 관리할 땐 ‘갓은혜’의 프로틴 스콘 추천하고요. 디저트는 부산 ‘희와제과’, 강릉 ‘빵다방’의 크림빵이 끝내줘요. 베이글은 ‘코끼리베이글’, 소금빵은 ‘베통’, ‘밀로밀’, ‘자연도’ 좋아해요.


이렇게 다 알려줘도 괜찮아요? 안 돼요.(웃음) 그래도 제가 아끼는 곳들이에요. 강동구의 ‘오뜨르’ 베이커리가 맛있다고 해서 조만간 가보려고요.


빵 지도 만들어도 되겠어요. 범준 씨에게 빵 먹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유일하게 무언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의 시간이에요. 배우로서의 다음 단계에 대한 고민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죠. 편한 옷을 입고 곁에 몽드가 잠들어 있는, 가장 무방비하게 행복한 상태인 거예요.


오늘 촬영장에서도 몽드와 범준 씨를 떼어놓느라 여럿이 애를 먹었죠. 몽드는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배우 서범준’에서 ‘사람 서범준’으로 전환시켜주는 스위치예요.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꼬리 흔들며 달려오는 몽드를 보면, 팽팽하게 긴장했던 몸이 스르르 풀리거든요.


가끔 반려견에게 “나 내일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괜한 혼잣말을 건네기도 하잖아요. 맞아요. “파이팅하고 올게. 몽드도 파이팅해줘” 같은 말을 자주해요. 배우로서 감정의 파도가 클 때가 많은데, 몽드가 그 수위를 조절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라임색 카디건은 아미. 데님 팬츠는 A.P.C.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려견 몽드가 입은 흰색 티셔츠는 마르디 메크르디.


빵 이외에 우리가 아직 모르는, 범준 씨를 설레게 하는 취미가 있을까요? 길가다 독립 서점을 발견했는데, 공간의 에너지가 대형 서점과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누군가의 방명록이나 책 표지에 적힌 사장님의 코멘트처럼, 곳곳에 담긴 마음을 읽는 게 좋아서 한참을 머물다 나왔어요.


대형 서점의 매끈함과는 다른, 특유의 ‘사람 냄새’가 있죠. 맞아요. 평소에도 타인의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 읽는 걸 좋아해요. 그들의 인생을 맛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제 저희 동네부터 시작해 지역별로 찾아다녀보려고요. 아마 제 ‘빵지순례’의 다음 목적지는 독립 서점 순례가 되지 않을까요?



HAIR 문현철 MAKEUP 오은주 STYLIST 이정현 ASSISTANT 이유빈 COOPERATION 겐조(2118-6020), 디젤(797-8770), 렉토(790-0798), 마르디 메크르디(070-7773-9993), 메종 마르지엘라(772-3234), 배리(3449-5962), 아데쿠베(2056-0990), 아미(772-3536), 질 샌더(6905-3530), A.P.C(772-3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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