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2월호

디자인스폿 Korean Dining

음력, 양력을 아울러 본격적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이때. 모두에게 대접할 만한 식당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 4곳의 한식 다이닝 바를 소개한다.

EDITOR 이나래 PHOTOGRAPHER 이창화, 이현실

흑백의 반전 매력, 다이닝 오은

위스키로 재운 후 2주간 드라이 에이징한 오리고기와 곁들이는 발효한 반찬.


프라이빗하면서도 새로운 공간을 찾는다면 ‘다이닝 오은’이 정답이다. 작년 12월에 오픈해 아직은 비밀스럽게 소문난 이곳은 건축사무소 ‘레스’의 신사옥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1년여간 꼬박 준비한 만큼 공간 곳곳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헤드 셰프이자 도예가로도 활동하는 이선영 셰프가 만든 대리석 접시와 곳곳에 숨은 매장의 로고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8가지 코스로 디너 메뉴를 구성했으며, 재료는 계절마다 새로이 한다. 웰컴 음료와 중간 입가심을 위해 나오는 칵테일에도 공을 들였는데, 셰프가 직접 담근 솔순청과 오미자청을 국내 최고의 크래프트 진인 하우스 오브 헤리티지의 ‘코리진’과 적절히 섞어 한국적인 느낌을 살렸다. 다시마에 숙성한 제철 생선과 직접 만든 동치미, 유자·방아 오일 드레싱을 곁들인 상큼한 세비체로 입맛을 돋우고 비장탄에 구운 통영 삼배체 굴과 두부 크림으로 고소한 풍미를 선사한다. 메인 메뉴인 오리고기는 ‘마스코바도와’ 위스키로 재운 오리를 2주간 드라이 에이징해 숙성한 후 숯에 천천히 굽고 따로 마련한 화로 접시에 담아 온기 그대로 손님에게 대접한다. 오리고기는 한우로도 변경 가능하니 참고할 것.

주소  서초구 강남대로 85길 21-11 1층  영업 시간  화~일요일 오후 6시~새벽 2시, 월요일 휴무  문의  @diningoeun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듯 즐기는, 수티문

두 코스에 모두 나오는 숯에 구운 랍스터와 함께 곁들이는 김사브레와 가리비, 화려하게 장식한 계란 푸딩.


증권가가 즐비한 수많은 여의도 건물 지하에 모던한 한식 다이닝 바가 자리를 잡았다. ‘시퀸스 다이닝’이라는 생소한 콘셉트 아래 각각의 코스에 이름을 붙여 독창적인 풍경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어낸 ‘수티문’이 그 주인공. 숯의 우리말 방언인 ‘수티’와 달을 뜻하는 ‘문moon’을 합쳐 숯으로 요리를 빛낸다는 포부를 전한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중앙의 긴 오픈형 키친에서 셰프가 숯에 굽는 요리를 구경하는 재미는 덤. 이곳의 메뉴는 4개 챕터 속 12개의 코스로 이뤄진 ‘풀 문Full Moon’과 3개 챕터에 6코스로 구성한 ‘하프 문Half Moon’ 2가지 코스 요리가 대표적이다. 두 코스에 모두 포함된 랍스터 코스는 마치 신선로 요리를 보는 듯 신비롭다. ‘청록의 낙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코스의 첫 번째 챕터 ‘듭새비빔’은 중앙의 모렐 버섯을 중심으로 나무를 표현한 우엉의 조화가 돋보이며 핑거 푸드로 맛보는 ‘땅콩호박’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반상 차림으로 보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점심 메뉴도 제공하며 프라이빗한 룸이 구비되어 있어 중요한 식사를 대접할 때도 안성맞춤이다.

주소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8길 27-8 지하 1층  영업 시간  매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6시  문의  @sutimoon_official




서울에서 즐기는 울산의 맛, 주052

석쇠에 구워 향을 입히고 직접 만든 마늘 소스와 함께 먹는 울산식 언양불고기.


울산 출신인 2명의 셰프가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하고 전통주에 대한 진득한 사랑으로 꾸려나가는 ‘주052’. 음식을 향한 두 셰프의 사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다. 매장 한편을 빼곡히 채운 수많은 전통주와 다양한 잔이 큰 소나무 위에 걸린 달 오브제와 함께 이곳의 분위기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 마치 풍류를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들며 음식에 대한 기대 또한 부푼다. 이곳에서는 좌석에서 한눈에 보이는 오픈형 키친 덕분에 모든 메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메뉴는 크게 한 입 거리, 안줏거리, 메인 요리, 디저트 4가지로 구성했다. 울산의 대표 메뉴라 할 수 있는 언양불고기를 증편, 마늘 소스와 곁들여 내고 겨울 무로 만든 조림 위에 통영 전복찜을 얹어 씹는 재미를 준다. ‘합자장과 증편’은 진한 향과 맛으로 전통주와 함께하는 한 입 안주로도 손색없다. 합자장을 만들고 남은 홍합 껍데기를 플레이팅에도 활용해 눈길을 끈다. 근무하는 모든 셰프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의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음식과 찰떡궁합인 전통주를 추천받기도 좋다.

주소  성동구 고산자로 14길 26 1층  영업 시간  매일 오후 5시~밤 12시  문의  @sool052_bistro



복잡한 도심 속 퓨전 한식 쉼터, 몽숲



잘게 썬 쪽파와 실고추로 색감을 가득 채운 참돔솥밥.


한국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몽숲’은 새하얀 건물 외관과 대비되는 블랙 컬러 포인트의 가구들이 특징이다. 최대 4인이 즐길 수 있는 바 테이블과 6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룸까지 준비되어 있다. 프랑스어로 산을 뜻하는 ‘몽mont’과 한글인 ‘숲’을 붙여 지은 이름은 복잡한 도시 속에서 찾아오는 현대인에게 맛있는 요리로 쉼터를 제공하고자하는 뜻을 담은 것. 계절마다 바뀌는 제철 식재료를 바탕으로 맛과 멋을 모두 잡았다. 솥을 활용한 참돔솥밥은 눈으로 먼저 즐긴 뒤, 살만 발라내 밥과 잘 섞어 배추된장국과 3가지 반찬을 담아 반상 차림으로 나온다. 봄에 담가둔 제피장아찌로 만든 소스와 한우를 무쳐낸 육회는 백김치와 청양고추 소스를 곁들이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코스의 마지막은 셰프가 자신하는 호박씨 오일과 함께 즐기는 4가지 견과류를 넣은 곶감과 마스카르포네 아이스크림이 장식한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텍스처로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주소  용산구 한강대로 21길 17-7 1층  영업 시간  수~목요일 오후 6~10시, 금~일요일 오후 12~10시, 브레이크 타임 오후 3~6시, 월~화요일 휴무  문의  @monts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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