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2월호

자동차 시트의 진화

자동차에서 엔진 다음으로 비싼 부품은 뭘까? 의외로 시트다. 그냥 질 좋은 가죽만 씌우면 좋은 시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그랬을 수 있다. 이젠 ‘굳이 이 기능까지 있어?’ 싶을 정도의 기술 집약체로 발전했다. 스마트 시트 전성시대다.

GUEST EDITOR 김종훈

ECO SEAT

VOLVO EX30


친환경은 자동차의 중요한 화두다. 만드는 과정부터 쓰는 소재까지 친환경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늘었다. 자동차의 실내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시트다. 자연스레 시트 소재와 관련해 친환경을 고려하는 경우가 늘었다. 다양한 소재를 합성해 가죽 질감을 구현하고, 친환경 소재로 짠 직물도 종종 쓰인다. 볼보 ‘EX30’은 다채로운 소재를 활용해 친환경 시트를 구현했다. 시트 상단은 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와 직물로 만들었다. 쿠션과 등받이는 바이오 소재인 노르디코와 재활용 페트를 사용했다. 친환경만 고려하다가 미적 완성도를 놓치지도 않았다.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4가지 테마로 시트를 표현했다. 빛깔부터 질감까지 각기 달라 다채롭다. 앞으로 어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시트가 등장할지 모른다. 친환경이란 화두 속에서 시트 소재는 무궁무진하게 변화한다.




MOVING SEAT

MERCEDES-BENZ E-CLASS


움직이는 시트가 있다. 전동식 조절 시트 얘기가 아니다. 한 번 맞춰놓은 시트가 운전하는 중에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러면 불편한 것 아니냐고? 오히려 반대다. 장시간 운전할 때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불편하지 않나. 그 불편을 해소해주는 장치다. 시트 등받이와 방석이 미세하게 움직여 운전자의 근육을 이완시키는 방식으로 피로감을 줄인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에 적용된 시트 키네틱 기능이 이런 효과를 낸다. 자동차 시트는 이제 알아서 움직이며 장거리 운전의 피로까지 고려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움직인다는 관점에서 시트가 자동으로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측면 충돌을 감지하면 충돌 방향 쪽 시트의 볼스터가 부풀어 올라 운전자를 반대편으로 밀어낸다. 시트에 담긴 안전장치 중 하나다. 예전에는 ‘S-클래스’에만 적용됐는데 이젠 E-클래스에도 들어간다.




ROMAN SEAT

ROLLS-ROYCE CULLINAN


자동차 시트는 이동을 위한 좌석이다. 이동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더 편하고 안락하게 할지 연구하며 발전했다. 뷰잉 스위트 시트는 그런 개념에서 벗어난 시트다. 머물러 있을 때 존재 이유가 발화한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에 탑재된 이 특별한 시트는 트렁크에 장착돼 있다. 트렁크 도어를 열고 버튼만 누르면 차량 뒤편으로 시트 한 쌍과 칵테일 테이블이 솟아난다. 트렁크에 앉아 경치를 감상하거나, 차량을 캠핑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할 때 애용한다. 이런 특징을 롤스로이스답게 고급스럽게 조성한 셈이다. 트렁크에서 튀어나오는 최고급 가죽 소재의 간이 시트는 그 자체로 낭만적이다. 트렁크에 앉는 것과 트렁크에서 나온 시트에 앉는 건 느낌이 확실히 다르니까. 럭셔리 SUV의 화려함을 가늠케 하는 시트다.




SMART SEAT

BENTLEY BENTAYGA EWB


자동차 시트는 점점 똑똑해진다. 하나둘 기능이 늘어나고, 그 기능 또한 섬세해진다. 최근 출시한 벤틀리 ‘벤테이가 EWB’의 에어라인 시트가 그렇다. 벤틀리의 시트라면 최고급 가죽과 장인이 바늘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스티치로 유명하다. 자동차 시트를 공예의 영역으로 바라보게 한달까. 이젠 고급스러움을 넘어 스마트 기능까지 추가했다. 에어라인 시트는 세계 최초로 자동 온도 감지 시스템을 탑재했다. 차내 온도와 시트 표면의 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에어컨과 히터, 열선과 통풍 기능을 부위별로 제어한다.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시트가 알아서 이모저모 파악해 쾌적함을 조성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각 기능을 부위별로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섬세함까지 챙겼다. 운전자는 6단계로 희망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자동차 시트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MASSAGE SEAT

AUDI A8 L


자동차에서 마사지를 받는다? 마사지 기능이 있는 시트라면 가능하다. 시트 속 공기주머니들이 순차적으로 부풀어 올라 마사지 효과를 낸다. 예전에는 고급차의 전유물이었다. 이젠 아담한 해치백에도 시트에 마사지 기능을 넣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고급차일수록 마사지 기능에 공들인다. 아우디 ‘A8 L’의 뒷좌석 시트에선 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다. 1열 동승석 등받이 뒤편에 마사지 기능을 장착한 덕분이다. 느긋하게 눕듯이 뒷좌석에 앉아 발을 뻗으면 딱 동승석 등받이에 발이 닫아 발 마사지까지 누릴 수 있다. 온열 기능도 있어 더욱 효과적이다. 물론 발 마사지만 되는 건 아니다. 뒷좌석 자체에 공기주머니가 18개나 있다. 덕분에 A8 L의 뒷좌석 시트는 안마의자 수준의 마사지를 온전히 구현한다. 시트의 마사지 기능이 이 정도로 발전했다.




ERGONOMICS SEAT

VOLVO XC90


자동차 시트의 기본은 안락함이다. 오래 앉아도 편안해야 한다. 볼보 ‘XC90’의 시트는 그 기본기를 인정받았다. 미국 카이로프랙틱 협회에서 제품 인증서도 받았다. 이 협회는 척추 건강에 관해 효과와 품질, 안전성이 높은 제품에 인증서를 발행한다. 볼보가 시트에 공들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전이 철학인 볼보는 시트 역시 안전의 한 부분으로 여겼다. 소재나 질감뿐 아니라 인체공학적으로 어떻게 더 편안하게 몸을 지탱할지 연구했다. 오랫동안 정형외과 의사들과 함께 시트 형상에 관해 협업했을 정도. 볼보 시트에 앉으면 장시간 운전해도 허리가 아프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다 이유가 있었다. 볼보 시트에는 안전 기술도 담겼다. 경추 보호 시스템과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이 대표적. 독특한 헤드레스트 형태 역시 경추 보호 기능을 강화해 설계한 결과다.




BUCKET SEAT

PORSCHE 718 CAYMAN GT4


버킷 시트는 스포츠카에 주로 쓴다. 버킷이 ‘통’이란 뜻이듯, 버킷 시트는 깊은 등받이가 몸을 감싸주는 형태다. 격한 움직임에도 운전자를 고정시켜야 하니까. 시트의 등과 바닥이 따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보통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다. 버킷의 통과는 다른 의미지만 아무튼 한 통으로 이뤄진 시트. 트랙에서 차체가 급격하게 이동할 때 운전자 몸도 이리저리 움직이면 정확하게 조작하기 힘들지 않나. 그만큼 버킷 시트는 편안함보다는 몸을 고정하는 데 주목적이 있다. 아무 차에다 적용하지 않기에 버킷 시트 자체가 스포츠성을 상징한다. 버킷 시트가 장착된 차라면 안 타봐도 잘 달린다는 얘기다. 포르쉐 ‘718 카이맨 GT4’에는 버킷 시트가 장착돼 있다.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라도 버킷 시트는 일부 모델에만 있다. 그만큼 버킷 시트는 짜릿한 주행 성능을 담보한다.




SOUND SEAT

BMW IX


시트에는 다양한 장치가 들어간다. 충전재로 편안함만 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전동식으로 움직이게 하는 장치부터 이제는 기본이 된 열선, 점점 확대 적용하는 통풍 장치까지 편의성을 높인다. 시트를 통해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것뿐이랴. 실내 엔터테인먼트를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보는 화면에 맞춰 시트가 움직이거나 시트에서 자극을 선사한다. 이런 기능 또한 이미 콘셉트 카를 통해 선보였다. 소리는 어떨까? 시트에서 소리가 난다면 한층 공감각적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시트는 이미 양산차에 적용됐다. BMW ‘iX’의 시트에선 소리가 난다. 헤드레스트에 스피커를 넣은 것. 공간에 울리는 소리와 귀 뒤에서 들리는 소리는 질감이 다르다. 게다가 음악 장르에 따라 시트가 우퍼처럼 울리기도 한다. 안락함을 넘어 즐기게 하는 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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