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2월호

NEW HOTEL, NEW BAR

호텔에 위치한 ‘바bar’는 찾는 이들에게만 열리는 은밀한 보석 상자와도 같다. 최근 전 세계의 주요 메가시티에 문을 연 새로운 호텔들과 이들이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와 셰프, 믹솔로지스트들과 협업해 꾸민 새로운 바를 소개한다.

GUEST EDITOR 박지혜

THE ROME EDITION

PUNCH ROOM & JADE BAR


2023년 여름에 문을 연 ‘로마 에디션’은 브랜드의 열일곱 번째 호텔이자 이탈리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에디션 호텔이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인 체사레 파스콜레티Cesare Pascoletti와 건축가 마르셀로 피아센티니Marcello Piacentini가 설계한 건물에 자리 잡고 있으며, 중심가인 베네토 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주요 관광지로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창립자 이언 슈레거와 그의 디자인팀이 손수 매만진 이 호텔의 공간은 구석구석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상앗빛 대리석을 배경으로 7m의 짙은 녹색 커튼이 드리워진 로비, 건물을 감싼 넝쿨식물 아래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며진 야외 정원 등은 보자마자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울 뿐 아니라 초록과 상아색, 푸른색 등 제한된 색을 사용해 엄격하면서도 정돈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중 이들이 추구하는 ‘소프트 미니멀리즘’이 가장 잘 구현된 공간이 바로 호텔 로비 층에 위치한 2개의 바, ‘펀치 룸’과 ‘제이드 바’라 할 수 있다. 에디션 호텔의 시그너처 바인 펀치 룸은 다크 월넛의 마감재에 짙은 레드 벨벳 가구로 포인트를 줬으며, 제이드 바는 그 이름처럼 녹색 대리석에 에메랄드빛 벨벳 의자를 배치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펀치 룸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향신료와 감귤류, 중국과 인도의 차, 설탕 등을 사용한 전통적인 칵테일을 선보이며, 단 12석만 마련한 제이드 바에서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 칵테일을 한정적으로 선보인다. editionhotels.com




THE STANDARD BANGKOK

OJO BANGKOK & SKY BEACH


‘더 스탠다드 방콕’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마하나콘 타워에 위치한다. 수많은 럭셔리 호텔이 밀집한 방콕에서도 이들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젊은 로컬 디자이너와의 협업, 힙스터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방콕의 ‘생동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 호텔 곳곳의 인테리어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물결치는 듯한 모양의 소파, 강렬한 보색의 가구 배치, 직선을 배제한 둥글둥글한 형태까지 하이메 아욘이 디렉팅한 객실은 20~30대 젊은 층이 열광하고도 남을 만큼 아낌없이 감각적이다. 그러나 이곳을 ‘핫 플레이스’로 만든 핵심은 바로 전 세계의 다양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과 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주얼한 칵테일과 태국 요리를 선보이는 ‘더 팔로’ 레스토랑과 고전적인 영국 펍을 재해석한 ‘더블 스탠다드’,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 ‘더 스탠다드 그릴’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특히 추천할 곳은 건물 76층에 자리해 ‘방콕에서 가장 높은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오조 방콕Ojo Bangkok’이다. 멕시코 태생의 셰프 프란시스코 파코 루아노Francisco Paco Ruano가 총괄하는 곳으로,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멕시칸 요리와 함께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아가베로 만든 증류주 ‘메즈칼’을 이용한 칵테일을 비롯해 독특한 멕시칸 전통 음료들을 맛볼 수 있다. 사계절 파티가 열리는 ‘루프톱 바’의 원조 도시인 만큼, 방콕에서 가장 높은 칵테일 바의 자리를 꿰찬 ‘스카이 비치Sky Beach’ 방문도 놓치지 말 것. standardhotels.com




BULGARI HOTEL TOKYO

BULGARI BAR


최근 아만Aman, 호시노 리조트, 에디션 호텔 등 최고급 호텔 브랜드들이 잇달아 상륙한 도쿄에 또 하나의 새로운 럭셔리 호텔이 깃발을 꽂았다. ‘이탤리언 럭셔리’의 정체성을 ‘호스피탤러티’로 확장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불가리 호텔’이 바로 그곳이다. 호텔은 긴자와 니혼바시 상권 사이의 야에스Yaesu 지역에 위치하며, 야에스 타워의 최상위층인 40층과 45층을 점유하고 있다. 디자인을 맡은 건 유명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그와 함께 ACPV 아키텍츠Architects를 이끌고 있는 파트리시아 비엘Patricia Viel이다. 이들은 ‘하나의 예술적 방향성’을 추구한다는 불가리의 철학에 따라, 불가리 호텔의 첫 시작부터 모든 호텔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이 호텔 구석구석은 그야말로 불가리의 화려한 유산과 일본의 완벽한 장인 정신의 만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마의 성베드로 광장 포석에서 영감을 받은 산책로, 일본 전통 섬유의 패턴을 새긴 복도, 금박을 입힌 객실 천장까지. 그야말로 아시아 최고의 메트로폴리탄에 100년 이상을 내다보고 공들여 지은 공간임을 실감할 수 있다. ‘불가리 바’는 호텔 최고층인 45층에 자리 잡았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을 마주할 수 있도록 바 양쪽으로 야외 테라스를 마련했으며,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한 현대적인 가구들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미쉐린 3스타 셰프 니코 로미토Niko Romito가 큐레이션한 간단한 이탤리언 요리와 점심 메뉴도 함께 즐길 수 있다. bulgarihotels.com




SAINT JAMES PARIS

BAR BIBLIOTHÈQUE


파리의 고급 주거지가 밀집된 16구에 위치한 이 호텔은 파리지앵들에게 ‘도심 속의 은밀한 휴식처’로 여겨지는 곳이다. 호텔이 들어선 이 저택은 19세기, 프랑스의 아돌프 티에르 대통령의 사저로 쓰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부인이 자금을 출연해 설립한 티에르 재단에 의해 약 100년간 교수와 학생들을 위해 기숙사로 사용되었다. 이후 1980년대는 영국 스타일의 개인 클럽인 ‘세인트 제임스 클럽’으로 탈바꿈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 호텔의 기능이 추가되었다. 2021~2022년에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까르띠에 부티크 데커레이션을 담당한 디자이너 로라 곤잘레스Laura Gonzalez의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을 거쳐 ‘19세기 고전주의’ 양식을 재해석한 아름다운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 이 호텔의 유일한 바인 ‘비블리오테크 바’는, 그 이름처럼 과거 티에르 재단 기숙사의 도서관으로 사용되던 장소다. 로라 곤잘레스는 오래된 오크목의 천장과 창문 등의 기본 골조를 살리되, 아름다운 페르시안 카펫, 벨벳 가죽 의자, 앤티크 소품들을 더해 ‘묵향’이 가득한 새로운 바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100여 년 전 학자들이 읽고 연구하던 가죽 장정의 장서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나선형 계단과 낮은 조도가 우아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믹솔로지스트들이 선보이는 창의적인 칵테일도 명성이 자자하다. 루바브잎 베이스에 바닐라의 달콤함과 티무트 페퍼의 알싸함을 더한 여름 칵테일 ‘루바브rhubarb’가 대표 메뉴다. saint-james-paris.com




THE DORCHESTER LONDON

VESPER BAR


1930년대 문을 열어 런던 사교계의 명소로 자리매김해온 ‘도체스터 런던’이 약 30년에 이르는 긴 레노베이션을 거쳐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과거 ‘도체스터 바The Bar at Dorchester’로 불렸고, 이제 새로운 이름으로 재탄생한 ‘베스퍼 바’다. 이 바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화려했던 역사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바는 오랫동안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007 시리즈’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으며, 1930년대 문을 연 이래, 세실 비턴 같은 유명 사진가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무대의상 디자이너인 올리버 메셀 등이 드나드는 예술가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새로운 이름인 ‘베스퍼’ 역시 007 시리즈의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 경이 본드 걸의 이름을 따 이름 붙인 전설적 칵테일 ‘베스퍼 마티니’에서 따온 것. 이 역사적인 바의 레노베이션을 맡은 이는 지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웨덴 출신 디자이너 마르틴 브루드니츠키Martin Brudnizki다. 그는 호텔이 시작되었던 1930년대의 화려함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다. 팔라듐 나뭇잎 무늬를 새긴 금빛 천장을 비롯해 클래식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나무 테이블, 자카르 원단을 씌운 안락의자 등이 100여 년 전의 영광을 고스란히 재현한 듯하다. ‘베스퍼 마티니’ 외에도 이곳에서 꼭 마셔봐야 할 또 하나의 칵테일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별명을 딴 ‘베시 매Bessie Mae’다. 코코넛 럼주와 스리랑카 아라크 베이스에, 풍성한 장밋빛 거품을 올린 매혹적인 칵테일이다. dorchestercollection.com




RITZ-CARLTON NEW YORK, NOMAD

NUBELUZ


럭셔리 호텔의 최대 격전지라 할 수 있는 뉴욕에 지난 2022년, 또 하나의 이름이 더해졌다. 리츠 칼튼 그룹이 이끌고 있는 호텔 브랜드 ‘노매드’가 바로 그것으로, 뉴욕의 새로운 마천루 중 하나인 ‘277 피프스 애비뉴’ 빌딩 상층부에 자리 잡았다. 세계적인 건축 디자인 회사인 록웰 그룹을 비롯해 라자로 로사 바이올란 스튜디오Lázaro Rosa-Violán Studio, 마르틴 브루드니츠키Martin Brudnizki, 서서러스 인터내셔널Susurrus International 등 세계적 명성의 디자인 군단이 이 프로젝트를 위해 총집결했다. 호텔의 흥행을 좌우하는 ‘다이닝’ 분야를 위해 이들이 택한 무기는 독창적인 요리로 이름난 스페인 출신의 스타 셰프 호세 안드레스José Andrés다. 호텔 꼭대기층인 50층에 위치한 바 ‘누벨루스Nubeluz’ 역시 그의 자장 아래 있다. 누벨루스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구름’과 ‘빛’을 더한 것. 구운 치즈 요리, 굴과 캐비아를 이용한 요리, 샤퀴트리, 감자칩까지 광범위한 스낵 요리를 제공한다. 미겔 란차Miguel Lancha가 선보이는 칵테일 역시 전통적인 메뉴부터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메뉴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의 백미는 뉴욕의 밤 풍경을 270도로 조망할 수 있는 환상적인 전망일 것이다. 특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만져질 듯 가까운 테라스 좌석은, 점잖은 뉴요커들 사이에서도 점유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코냑 컬러의 부드러운 벨벳 소파, 황동 조명, 낮은 조도 등 마르틴 부르드니츠키Martin Brudnizki의 터치가 더해진 인테리어 역시 이곳이 철저히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임을 실감하게 한다. ritzcarlton.com, nubeluzbyjo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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