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2월호

2024 SS TREND GUIDE

패션 트렌드 춘추천국시대.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영향력을 이어가는 1990년대 미니멀리즘 트렌드부터 이번 시즌 새롭게 등장한 
브라 톱 아이템까지. 2024년 봄·여름 시즌을 전망하는 트렌드 키워드를 한데 모았다.
Editor LEE MINJUNG·KIM SONGAH photographer CHANG KIPYUNG

EDITOR 이민정, 김송아 PHOTOGRAPHER 창기평


반짝이는 글리터 드레스와 샤넬을 상징하는 시그너처를 참으로 장식한 네크리스 모두 샤넬.



POLKA DOT
발망, 스텔라 맥카트니, 돌체앤가바나, 캐롤리나 헤레라, 언더커버 등 수많은 브랜드의 런웨이를 물들인 폴카 도트. 195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았던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이 즐겨 입던 그때 그 패턴이 다시 돌아왔다. 일명 ‘땡땡이 무늬’로 통용되는 폴카 도트는 작은 물방울을 균일한 간격으로 배치해 룩을 드라마틱하게 변모시키는 데 탁월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시스루, 페더, 니트 소재와 결합해 한층 더 파워풀해진 것이 특징이다.


폴카 도트 패턴의 원피스는 비뮈에트. 스트랩 플랫폼 힐은 세르지오 로시. 대담한 사이즈의 ‘더 스팟 XL 삭’ 백은 마크 제이콥스.
블랙 비즈 이어링은 프루타. 스타킹은 에디터 소장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사바토 데 사르노의 첫 번째 컬렉션인 체리 레드 컬러의 점프슈트와 블랙 슬링백 펌프스 모두 구찌.
손수 제작한 브러시드 골드 체인을 더한 ‘다이아몬드 틸다’ 레드 슬링백 슈즈는 지미 추.


RED PARADE

2024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에르메스는 열 벌 이상을 풀 레드 룩으로 채웠고, 구찌는 열한 벌에서 레드 컬러 아이템을 걸쳐 이번 시즌 키 컬러를 예고했다. 구찌, 드리스 반 노튼, 베르사체, 생 로랑은 체리를 닮은 버건디에 가까운 딥 레드를 택해 레더 재킷, 롱 코트, 레더 세트업, 시스루 톱, 카고 팬츠에 적용했다. 특히 구찌는 레드 컬러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소화할 수 있도록 컬러 포인트 스타일링을 대거 선보였으니 참고해볼 만하다. 드리스 반 노튼 역시 캐주얼하게 연출할 수 있는 레드 컬러 아이템을 제안한다. 반면 강렬하고 화려한 레드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에르메스, 알라이아, 피터 도의 컬렉션을 눈여겨보자. 선명한 붉은빛 색채를 사용해 칵테일 드레스부터 슬릿 디테일의 톱까지 다채로운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하늘 아래 같은 레드 립은 없다’는 말이 뷰티업계에서만 통하는 게 아닌 듯하다.


PASTEL LILAC

지난 몇 시즌 동안 빠지지 않는 트렌드 컬러가 바로 보라! 특히 이번 시즌에는 봄기운을 머금은 라일락 컬러가 런웨이를 물들였다. 부드럽고 파우더리한 컬러에 맞춰 얇고 가벼운 소재의 드레스가 대거 등장한 것. 꾸레쥬와 스포트막스는 서로 통한 듯이 몸을 타고 흐르는 페일 톤의 롱 드레스를 선보였고, 톰 포드는 광택이 돋보이는 실크 소재의 슈트를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블루마린, 비비안 웨스트우드, 메종 마르지엘라, 뮈글러 역시 연보라 룩을 컬렉션에 추가하며 보랏빛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얼굴 아래부터 발끝까지 컬러가 이어지는 올오버 룩 스타일링! 컬렉션처럼 드레스를 입지 않더라도 다른 컬러와 섞지 않고 유연하게 흐르는 실크 소재나 시스루 아이템을 선택해 스타일링하는 걸 추천한다.


OH! MY MINI!

한동안 런웨이를 장악했던 팬츠리스가 주춤하고 완전한 하의가 돌아왔다. 대신 아주 짧은 기장으로. 미우 미우는 스윔 브리프 위에 볼륨감 있는 미니스커트를 러플 디테일처럼 보이게 겹쳐 입었고 알렉산더 맥퀸은 아워글래스 실루엣 데님 재킷 아래 아주 살짝 보이는 정도의 짧은 쇼츠를 매치했다. 모두 마이크로 사이즈인 점은 같지만, 이 두 아이템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허리선의 위치. 프라다, 돌체앤가바나, 베르사체, 에르메스에서 포착한 쇼츠는 한껏 추켜올린 듯한 하이웨이스트가 주를 이루고 미우 미우, 샌디 리앙, Y/프로젝트에서 마주한 미니스커트는 모두 로라이즈를 택했다. 그러므로 자신의 체형과 스타일을 고려해 올여름 쇼츠를 입을지 미니스커트를 입을지 선택하면 된다. 재킷과 쇼츠를 세트업한 포멀 룩부터 후디와 미니스커트를 매치한 캐주얼 룩까지 스타일링도 다채로우니 취향에 맞게 위시 리스트를 구성할 것.


POLO POWER

트렌드에 발맞춰 새로운 아이템을 잔뜩 샀다가 다음 시즌에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폴로셔츠가 트렌드라면 예외다. Y2K, 올드 머니, 긱시크 등 매번 바뀌는 유행 속에서 폴로셔츠는 빠지지 않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 드리스 반 노튼은 컬러 블록이 특징인 럭비 셔츠 타입의 폴로셔츠를 런웨이에 올렸고, 구찌는 시그너처 스트라이프 패턴을 가미한 니트 폴로셔츠를 내놓았다. MSGM과 미우 미우 컬렉션에서는 재킷과 매치하거나 체크 셔츠 또는 브이넥 니트와 레이어드하는 등의 스타일링 팁을 엿볼 수 있다. 여성 컬렉션은 물론이고 남성 컬렉션에서도 꾸준히 디자이너의 선택을 받는 만큼 한동안 폴로셔츠의 트렌드는 이어질 전망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수 있으니 이번 시즌에는 원하는 폴로셔츠를 물색해보길 추천한다.



재킷과 네이비 피케 셔츠, 체크 셔츠와 미니멀한 스커트 모두 미우 미우. 스니커즈는 컨버스. 양말은 에디터 소장품.





MISSING TOP!

패션쇼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일상에서 입기 어려운 옷을 보는 재미에 있다. 이번 시즌에는 상의 실종 룩이 이에 해당한다. 바닷가나 휴양지가 아니고서 브라만 입고 다니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하지만 캣워크에서는 다르다. 상의를 입지 않은 게 어색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쿨해 보이기까지 한다. 샤넬과 셀린느는 트위드 재킷 안에 브라 톱을 입고서 재킷을 풀어헤쳤고, 드리스 반 노튼은 발목까지 오는 긴 코트 안에 스트라이프 패턴 브라 톱을 매치했다. 베르사체는 과감하게 재킷을 벗고 슬리브리스 브라 톱만 입는 방식을 택했다. 릭 오웬스는 한 발짝 더 나간다. 포인트만 겨우 가리는 스트랩 수준의 아찔한 브라 톱을 선보인 것. 리얼웨이에서 입다가는 SNS를 달구는 화제의 인물이 될지도 모르지만, 런웨이에서는 패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90S REDUX

1990년대의 노스탤지어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가 1990년대 미니멀리즘에 머무르는 듯했다. 이를 증명하듯이 지방시 쇼의 시작을 알린 룩은 낙낙한 블랙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미디 길이 스커트를 매치해 간결 그 자체였다. 아미는 미니멀리즘을 정의하는 교과서 같은 룩을 보여준다. 모노톤의 팔레트를 사용하고 디테일은 최대한 덜어내 실루엣과 소재만으로 군더더기 없는 룩을 완성했다. 토즈는 미니멀리즘을 활용한 다채로운 룩 스타일링을 엿볼 수 있는데, 매니시하게 풀어낸 블랙 슈트와 페미닌 감성의 화이트 슬림 드레스가 좋은 예다. 여기에 가브리엘라 허스트도 뺄 수 없다. 오프화이트 컬러 롱 코트와 블랙 & 화이트 재킷들은 평생 입을 수 있을 만큼 클래식한 면모를 지녔다. 이 외에도 보테가 베네타, 펜디, 피터 도 역시 입기 좋은 베이식한 룩을 선보여 올해가 미니멀리즘의 아이콘인 캐럴린 베셋 케네디가 세상을 떠난 지 25주년인 걸 상기시킨다.


FRINGE EFFECT

디자이너들의 고뇌와 손길을 거쳐 탄생하는 수공예 장식과 디테일에는 어김없이 시선이 쏠린다. 이번 시즌에는 많은 디자이너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프린지로 대동단결한 모습을 보였다. 알렉산더 맥퀸은 세라 버턴의 마지막 쇼에서 프린지를 활용한 다양한 디테일을 총망라했다. 레더 스커트 밑단을 세로로 커팅해 워킹하는 모델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들었고 패턴을 타고 흐르는 붉은 실처럼 술 장식을 더했다. 프라다는 프린지를 한층 더 수공예적으로 풀어냈다. 패턴 셔츠 위에 술 장식을 덧대고 그 위에 패턴과 같이 페인팅을 한 것. 이뿐만 아니라 팬츠 위에 술 스커트를 레이어드 하는 식으로 프린지에 진심을 다해 컬렉션을 완성했다. 뮈글러는 재킷과 타이츠에 화려한 긴 술 장식을 가미해 모델을 디바로 만들었고, 질 샌더는 네크라인이나 스커트에 PVC 소재의 프린지 요소를 넣어 컬렉션을 풍성하게 연출했다.


BORN TO BE RIBBON

발레코어의 강세가 가시지 않은 듯 이번 시즌에도 리본의 존재감은 컬렉션 곳곳에서 드러났다. 리본을 애정하는 시몬 로샤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리본 장식 드레스를 선보이며 우아하면서도 소녀 같은 분위기의 컬렉션을 완성했다. 올해는 지난 시즌에 비해 과하지 않은 리본 디테일이 두드러졌는데, 재킷이나 톱에 하나의 포인트로 활용하는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빠투는 네크라인에 라인처럼 장식한 톱을, 지암바티스타 발리는 화이트 재킷에 블랙 리본을 매치해 룩 포인트를 강조했다. 옷뿐만 아니라 백, 슈즈, 액세서리에서도 앙증맞은 리본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베르사체는 달콤한 캔디를 연상시키는 파스텔컬러의 룩을 선보이며 헤어밴드와 헤어핀 그리고 슈즈에도 리본을 장식해 ‘바비’ 걸의 자태를 뽐냈다.



프린지 디테일의 블랙 셔츠와 쇼츠, 벨트 모두 프라다. 별 모양 장식의 초커 네크리스는 골든 구스. 카우보이 모자는 에디터 소장품.


MODEL  서지수  HAIR  이봉주  MAKEUP  김부성  ASSISTANT  이나래, 김지희 
COOPERATION  골든 구스(519-2937), 구찌(3452-1521), 마크 제이콥스(3213-2313), 미우 미우(541-7443), 비뮈에트(2231-0599),
샤넬(080-805-9628), 세르지오 로시(0507-1373-5977), 셀린느(1577-8841), 에르메스(542-6622), 지미 추(3438-6107), 컨버스(080-987-0182),
프라다(3442-1830), 프루타(73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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