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2월호

예술이 잠시 쉬어 가는 수장고, 전윤수

올 상반기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오픈을 앞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품 수장고 ‘더프리포트 서울’. 기획부터 오픈까지 이를 이끄는 전윤수 대표를 만나 그 과정을 깊숙이 파헤쳤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이우경

전윤수  30여 년의 세월을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약하며 삼성 리움미술관, 국제갤러리, 여러 국내외 전시 기획사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더프리포트 서울을 통해 이들을 비롯한 국내외 유수 기관 및 옥션 하우스, 아트페어 등과 손잡고 좀 더 좋은 수장고 환경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전윤수 대표가 우리나라에 ‘미술품 수장고를 열어야겠다’라고 마음먹은 건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이미 3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을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 기획사와 협업하며 아트 어드바이저로 활약해온 그는 특히 중국 미술에 조예가 깊다. 전 대표는 고미술품과 명화 등을 국내에 소개해오면서 우리나라에 전문 수장고가 없다는 사실에 항상 아쉬움을 느꼈다. 2년 전 ‘프리즈 서울’의 오픈을 통해 한국 미술 시장이 세계적으로 한층 격상했음을 목도하고, 이와 함께 갤러리, 컬렉터는 물론 업계의 니즈를 충족할 때가 왔음을 직감한 전윤수 대표. 그는 이제 긴 시간의 정비를 끝마치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국내 유일무이한 미술품 수장고의 문을 연다.


오는 봄 미술품 수장고 ‘더프리포트 서울’의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어떠한 수장고인가요?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의 새로운 ‘아트 허브’로 급부상했습니다. 세계적인 예술 페어인 ‘프리즈Frieze’의 서울 진출이 한몫을 했죠.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 유수의 갤러리도 많이 진출하고, 컬렉터들도 급증했어요. 더프리포트 서울은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국내외 개인 컬렉터 및 갤러리, 아트페어, 옥션 하우스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세계적 수준의 안전성과 보완을 약속하는 미술품 수장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가진 이점이 있다면요?

미술품은 대체로 항공편으로 움직입니다. 어떤 국가의 아트페어, 옥션, 국제적인 전시에 선보이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할지라도 바로 전시장으로 이동해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에 맞춰 보관할 수 있는 다른 장소에 맡겨지게 되죠. 현재 우리나라에는 파주 등의 서울 근교 이곳저곳에 작은 수장고가 산재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작품을 국내외로 들여오고 내보낼 때 운송 비용을 비롯해 행정 처리가 무척이나 복잡해요. 반면 더프리포트 서울은 인천국제공항 경제자유구역의 국제물류센터 관리 부호를 취득해 국내외 작품과 고객 모두 관세·부가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했죠. 이는 작품은 물론 보통 예술품으로 분류하지 않는 가구나 의류 등 기타 수집품에도 혜택이 적용됩니다. 국제공항에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는 점도 손꼽는 장점이죠. 서울의 주요 갤러리와 옥션 하우스 그리고 박물관과 전시관까지도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요.


국내 최초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는 현재 물류 허브 ‘스페이시스원’에 위치합니다. 2023년 8월 준공한 신축 창고죠. 올봄 5층과 6층 약 9820㎡(2970평) 규모로 오픈할 예정이지만 추후 2만6500m2까지 확장할 계획이에요. 단일 수장고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임이 확실합니다. 미술품의 크기는 규격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크기와 형태를 모두 아우르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확장된 공간을 먼저 확보했어요. 그리고 6층에서 5층의 수장고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분말식 소화 설비’죠. 국내 대다수의 수장고 혹은 컨테이너들은 물 분무식 소화 설비를 사용하고 있어요. 예술 작품에는 치명적이죠. 물론 불이 나면 안 되겠지만, 우리는 진압 과정에서 작품은 최대한 보존하고 포장재만 교체할 수 있도록 분말식 설비로 안정성을 강화했습니다.



더프리포트 서울의 내부 렌더링 이미지. 이용 고객이 작품을 언제든 볼 수있는 뷰잉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참고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싱가포르와 룩셈부르크, 제네바의 자유무역지구에서 수장고를 운영하는 ‘르 프리포트Le Freeport’를 참고했습니다. 더불어 싱가포르와 홍콩을 꽉 잡고 있는 보관업체 ‘헬루트란스Helutrans’에서도 도움을 받았죠. 특히 헬루트란스의 오너인 딕 치아Dick Chia와는 직접 미팅도 여러 차례 가지면서 더프리포트 서울의 운영 방향이나 시스템 등을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이들에게서 수장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배웠습니다. 바로 ‘프라이버시와 보안’이죠. 우리를 믿고 소중한 재산의 일부를 맡기는 컬렉터가 어떠한 작품을 가졌는지 발설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재산을 안전하게 잘 지켜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존의 수장고 혹은 컨테이너는 ‘넓이 단위’로 가격대가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 컬렉터는 이용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어요. 우리는 작품 한 점도 얼마든지 보관할 수 있도록 ‘피스 단위’의 가격 모델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즉 수량과 기간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죠. 또 연동 앱을 개발해서 고객이 직접 넓은 수장고 안에서 작품의 위치를 정확히 탐지하고, 핸들링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미술품을 등록하고, 얼굴이나 지문 인식 등으로 로그인한 다음, 작품을 이동·관람·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결국 수장고에 작품을 안전히 보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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