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1월호

TRIBUTE TO WOMEN

아이코닉 코트를 재해석해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틀리에 컬렉션과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에서 선보인 2024 리조트 컬렉션.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는 막스마라의 다채로운 컬렉션 뒤에는 무려 30년 넘게 브랜드를 열정적으로 이끌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안 그리피스Ian Griffiths가 있다.

EDITOR 윤정은

1980년대 후반부터 막스마라와 함께해왔다. 빠르게 돌아가고 변화가 많은 요즘의 패션업계에서 꽤나 두드러지는 행보다. 막스마라 브랜드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막스마라는 곧 나 자신이고, 나의 존재 자체가 막스마라다. 이같이 완벽한 환경에서 적절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행운은 흔치 않다.


막스마라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우승해 디자이너로 입문한 케이스다. 당시의 소감은? 결과물도 궁금하다.

런던의 왕립예술대학 1학년 재학 중에 막스마라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뉴웨이브와 펑크록 스타일에 심취해 있던 반항적인 기질의 젊은이였고, 막스마라라는 브랜드가 나와는 먼 세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축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영감을 받은 준건축적 관점에서 막스마라가 주최한 공모전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놀랍게도 나의 접근 방식이 효과가 있었고, 공모전 우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그 상이 오늘날까지 이어온 나의 평생 직업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후 막스마라에 입사해 하우스의 정신과 헤리티지를 탐구하면서, 나는 흥미롭게도 막스마라가 추구하는 여성상이 나의 반항적인 기질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항상 정돈되어 있고 시크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열정을 갖고 있는 여성! 나는 그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여성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지금도 매우 행복하다.


막스마라를 통해 추구하고 싶은 미학은?

잘 정제된 모던 클래식에 에지를 더하는 것. 디자이너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과시하기보다는 착용자를 돋보이게 하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 나는 막스마라가 ‘패션업계의 바우하우스’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에 철저한 디자인 원칙을 적용한다. 스스로를 ‘패션 건축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브랜드의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은 모든 요소를 현실 영역에 둔다는 점이다. 막스마라는 1951년 창립 이래, ‘진짜’ 여성을 위한 ‘진짜’ 옷을 디자인해왔다. 그렇다고 우리의 컬렉션이 창의적이지 않거나 예술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막스마라는 동시대 여성들이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고, 또 열망할 수 있는 옷과 액세서리를 제안하고자 한다.


매 시즌 컬렉션을 구상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나는 막스마라가 연속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각 컬렉션을 구상할 때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들의 새로운 챕터라고 생각한다. 시즌마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마주하지만, 모든 것은 막스마라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전히 새롭게 탐구하고 싶은 방식, 발견하고 싶은 페르소나가 무궁무진하다.


이번 2024 리조트 컬렉션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선보였다. 패션쇼 장소로 의외의 도시를 선택한 이유는?

리조트 컬렉션은 보통 남쪽, 즉 기후가 더운 지역과 어울리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막스마라 역시 이탈리아의 이스키아Ischia섬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리조트 패션쇼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날씨가 계속 더워지면서, 그런 여행지들은 여름보다 겨울에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시원하고 깨끗하고 푸르른 북부 국가가 여름철에 더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대한 로망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톡홀름 시청에서 성대하게 열린 막스마라 2024 리조트 패션쇼. 스칸디나비아 문화에서 영감받아 민속적 모티프를 활용했다.



컬렉션 역시 스칸디나비안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컬렉션 테마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번 컬렉션은 시원한 북부 기후, 웅장한 풍경, 풍부한 민속 전통과 현대적인 디자인 문화 등 스칸디나비아의 모든 것에 대한 찬사다. 특히 스칸디나비아의 대규모 축제인 ‘미드소마Midsommar’에 주목했다. 이 행사는 재미난 요소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는 일곱 가지 종류의 야생화를 찾아 베개 밑에 두고 자면 미래의 연인에 대한 꿈을 꾸게 될 것이라는 전설이다. 나는 이와 같은 소박한 낭만주의를 이번 컬렉션에 반영하고 싶었다. 또한 지역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스톡홀름 시청이 문학과 과학 분야의 시상에 권위를 가진 장소라는 사실에도 흥미를 가졌다. 이에 노벨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을 조사했고, 셀마 라게를뢰프Selma Lagerlöf를 알게 되었다. 그는 190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이 속한 계층의 관습을 거부하고 선도적인 페미니스트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자신의 장기인 글쓰기를 통해 민속 전통을 스칸디나비아 주류 문화에 새롭게 도입하기도 했다. 선구자적 자질을 지닌 막스마라의 여성상과 완벽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라게를뢰프의 작품을 읽으며 그 속에서 받은 영감을 컬렉션에 불어넣었다.


전반적으로 다채로운 컬러와 실루엣, 섬세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미드소마 축제의 컬러와 분위기를 반영하고, 스칸디나비아 민속 전통에서 가져온 태슬, 폼폰, 스터드 등을 활용했다. 태슬이나 스터드는 패션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요소지만 막스마라를 통해 선보이는 건 처음이다. 실루엣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와 칼 라르손Carl Larsson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뻣뻣하고 직선적인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들의 초상화에서 보이는 멋진 지고gigot 슬리브도 컬렉션에도 반영했다. 쇼를 마무리하는 오간자 패턴 가운의 넉넉한 볼륨을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패턴 커팅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여러 셀러브러티들의 패션쇼 참석도 화제를 모았다. 기억에 남는 얼굴이 있다면?

데미 무어, 릴리 콜린스, 에이미 애덤스 등이 자리를 빛냈고, 한국의 문가영도 참석해 올블랙의 우아한 고딕 룩을 선보였다.


평소에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주제나 대상은?

시대를 초월한 강인한 여성들에게서 깊은 영감을 받는다. 책상 옆에 항상 그들의 사진이 도배되어 있다. 메릴린 먼로와 패티 스미스, 레이디 가가, 낸시 펠로시 그리고 아일린 그레이 등. 표면적으로는 연결되는 지점이 없지만, 모두 강인한 캐릭터와 불필요한 관습들을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를 매료시킨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영감은 언제나 막스마라 여성이다. 그녀에게 최상의 것만 주고 싶다.


COOPERATION  막스마라(1661-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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