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3년 12월호

形形色色

도로 위 자동차는 무채색이 주류다. 무난하니까. 그럼에도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무채색이 지배한 도로에 색의 파문이 번질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지루한 도로가 새삼 달리 보인다. 도로 풍경을 바꿀 브랜드별 특별한 색을 골랐다.

GUEST EDITOR 김종훈

SPECTRUM THEME


맥라렌 ‘750S’를 위해 따로 개발한 색이다. 명칭은 스펙트럼 테마. 블루, 오렌지, 그레이 총 3가지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결정적 특징은 멀티 톤 도색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컬러 음영의 미묘한 색감 차이를 차체에 표현했다. 색의 그러데이션은 착시 효과를 일으켜 차체가 밝다가 어두워지는 효과를 낸다. 색감을 통해 서 있어도 질주하는 듯한 역동성도 표현했다. 스펙트럼 테마는 맥라렌 스페셜 비스포크 디비전인 MSO 소속 도색 기술자의 역작이다. 자동차 색에 한계란 없다. 맥라렌 스펙트럼 테마가 증명한다. 슈퍼 스포츠카다운 특별한 색이다.



MAMBA GREEN METALLIC


포르쉐 ‘타이칸 터보 S 크로스 투리스모’에 적용한 색이다. 짙은 녹색에 은은하게 금속성을 가미했다. 타이칸은 포르쉐의 전기 스포츠카다. 뒤에 붙은 터보 S는 성능을, 크로스 투리스모는 왜건의 다목적성을 뜻한다. 포르쉐의 스포츠 왜건으로서 맘바 그린 메탈릭은 자연과 첨단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다목적성은 곧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 거기에 금속성 빛깔을 더해 전기 스포츠 왜건다운 미래적 질감도 더했다. 빛의 양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점도 특징이다. 어두울 땐 고풍스럽고, 밝을 땐 화사하다. 오묘한 색이다.



MANUFAKTUR PATAGONIA RED BRIGHT


메르세데스-AMG ‘SL 63 4매틱+’에 적용한 색이다. 붉은색인데 그냥 새빨간 색은 아니다. 채도를 낮춰 색상명처럼 ‘빛을 머금은 붉은색’을 만들었다. SL은 메르세데스-벤츠의 레이싱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모델이다. 고풍스러운 로드스터랄까. 현행 SL 역시 매끈한 차체로 헤리티지를 계승한다. 물론 현대적 벤츠 디자인을 입었지만, 색을 통해 고풍스러움을 표현했다. 색상명 앞에 붙은 마누팍투어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맞춤화 서비스를 뜻한다. 기존 라인업에서 볼 수 없는 맞춤형 요소를 제공한다. 쉽게 볼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색이란 얘기다.



CAVALCADE COLLECTION


페라리는 카발케이드라는 행사를 진행한다. 페라리 오너를 이탈리아로 불러 단체로 달리는 행사다. 어느새 10년 동안 열렸다. 이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5가지 색을 선보였다. 모두 카발케이드 행사를 진행한 장소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르젠토 시라쿠사는 시칠리아의 대리석 건축물의 색을 담아냈다. 블루 카프리는 카프리섬의 바다 빛깔을 품었다. 베르데 볼테라는 토스카나의 황금빛 들판을, 비앙코 쿠르마유르는 알프스 몬테 비앙코 설원을 표현했다. 로소 타오르미나는 활화산인 에트나산의 열기를 품었다. 모두 의미도 빛깔도 농후한 색이다.



NARDO GREY


자동차 브랜드가 에디션을 선보일 때 주로 택하는 변화가 색상이다. 기존 라인업에 없는 색상이라면 에디션으로 발돋움할 가치가 생긴다. 아우디가 선보인 ‘A6 50 TDI 콰트로 나르도 그레이 에디션’도 마찬가지. ‘A6 50 TDI 콰트로’ 모델에 나르도 그레이 색상을 적용했다. 회색이지만 그냥 회색이 아니다. 아우디 익스클루시브 익스테리어 컬러, 즉 주문생산 방식 색상이기에 희소성이 있다. 보통 회색보다 짙고, 에나멜페인트 느낌이 난다. 덕분에 A6의 차체를 더욱 다부지게 표현한다. 익숙한 회색도 조합이 바뀌면 달리 보인다.



BLACK SAPPHIRE & LIQUID COPPER


‘BMW i7’에 적용한 투톤 색상이다. 투톤 색상은 럭셔리 브랜드에서 종종 쓰인다. 차량 벨트라인을 기준으로 위와 아래의 색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일단 독특해서 눈에 띈다. 차체가 클수록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i7에 적용한 색은 인디비주얼 색상이다. 상단에는 블랙 사파이어, 하단에는 리퀴드 코퍼 색상을 적용했다. 쉽게 말해 상단은 검정, 하단은 구리색. 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는 효과를 더했다. 검정은 자세히 보면 반짝이는 입자를 품었다. 구리색 또한 금빛을 머금었다. 상단이 검정이기에 하단의 발색이 돋보인다. 차체를 한층 단단하고 고급스럽게 표현한다.



KINGS RED METALLIC


폭스바겐에 붉은색은 의미가 있다. 대중 자동차를 만드는 폭스바겐에 붉은색은 쉽게 쓰기 힘든 색이다. 하지만 고성능 모델이라면 다르다. 폭스바겐에는 대표 고성능 모델인 ‘골프 GTI’가 있다. 1974년 골프 GTI에 적용한 색도 마스 레드라는 붉은색이다. 폭스바겐은 GTI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해 붉은색을 다시 꺼내들었다. 신형 고성능 전기차 ‘ID. GTX’에 적용한 킹스 레드 메탈릭이 그 결과다. 킹스 레드 메탈릭은 발랄하기보다 묵직한 붉은색이다. 같은 붉은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따라 전하는 느낌이 다르다.



KOREA LIMITED EDITION


외장뿐 아니라 실내에도 색이 중요하다. 어떤 색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달라진다. 벤틀리는 하태임 작가와 협업해 그의 시그너처 색을 더한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에디션 모델인 벤틀리 ‘컨티넨탈 GT’에 적용한 색은 리치, 아틱 블루, 하이퍼 액티브, 리넨, 탠저나이트 퍼플 총 5가지다. 이 색들은 같이 또 따로 안팎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차체 하단과 리어 스포일러에 스트라이핑 커스텀처럼 한 줄로 두른 색이 도드라진다. 블랙 크리스털 외관 색에 탠저나이트 퍼플 띠라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VERDE MANTIS PEARL CAPSULE EDITION


람보르기니 ‘우루스’에 적용한 색이다. 람보르기니야 워낙 다채로운 색을 쓰기로 유명한 브랜드다. 시각적인 자극이라면 으뜸이다. 날카로운 쐐기형 디자인에 형광펜으로 채색한 듯한 람보르기니는 그 자체로 강렬하다. 베르데 맨티스 역시 람보르기니답고, 람보르기니여야 소화할 만한 형광 연녹색이다. ‘베르데 맨티스 펄 캡슐 에디션’은 그냥 베르데 맨티스 색상이 아니다. 우루스를 위해 따로 하이 글로시 4단 펄 효과를 더한 색상이다. 형광에 펄 효과까지, 눈을 즐겁게 희롱한다. 실내 역시 같은 색으로 치장했다. 안팎이 모두 강렬하다.



AMETHYST DROPTAIL


롤스로이스 코치빌드 모델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의뢰인의 취향에 맞춰 뭐든지 바꿀 수 있는 까닭이다. ‘애미시스트 드롭테일’에 적용한 색은 색상명도 따로 없다. 의뢰인의 요구에 맞춘 단 하나뿐인 색이니까. 색상 설명만 들어도 하나뿐일 수밖에 없다고 끄덕이게 된다. 외장 색은 의뢰인 집 근처 사막에 핀 야생 천일홍의 색에서 따왔다. 은빛과 보라색의 대비로 천일홍이 피어나는 단계를 표현했다고. 애미시스트 드롭테일은 이름 그대로 자수정에서 영감받은 모델이다. 연보라색이 차체를 은은하게 감싼다. 롤스로이스답다.



SUNSET GOLD


색도 한정판이 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퍼스트 에디션’에 적용한 색상이 그렇다. 출시 초기에만 상위 트림에만 적용했다. 색상명은 선셋 골드. 은은한 금빛을 머금은 채 반사율 높은 알루미늄을 섞어 반짝이게 했다. 상상해보자. 석양을 배경으로 기포가 가득한 샴페인 잔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그 빛깔. 선셋 골드가 딱 그런 색을 표현한다. 레인지로버라는 럭셔리 SUV의 상징이 신형으로 거듭나는 순간을 기념하는 축배 같은 색이다. 눈을 자극하거나 도드라져 보이는 화려한 색은 아니다. 아닌 데도 눈길을 끌어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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