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THE WORLD'S BEST BARS 50, ZEST

지난 10월 17일 싱가포르에서 ‘2023 월드 베스트 바 50’이 공개됐다. 세계 각지의 칵테일 문화를 이끄는 비전 있는 바텐더와 도전적인 바가 고루 선정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스트’가 첫 진입하며 1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이끄는 대표 김도형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이경옥

ZEST


어떤 2023년을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2021년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문을 연 이후 매년 바빴어요. 코로나 19의 역경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고, 덕분에 지금까지 생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으로선 생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어요. 올해는 7월 ‘아시아 베스트 바’에서 5위에 오른 이후 특히 더 바빠졌어요. 이곳저곳에 초청되면서 이전보다 2배속 빠르게 마무리하는 기분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바 업계에서는 ‘제스트’가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요?

바를 오픈하면서 우리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게 됐어요. 그리고 한국의 각 지역에서만 나는 술이나 지역 농산물들을 활용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우리의 칵테일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에요. 익숙하지만 ‘와우 포인트’가 있을 뿐이죠. ‘준혁이네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를 공수해오면서, 실질적으로 포장지도 줄이고, 이들을 이용해 만든 칵테일을 통해손님에게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최근에는 한 사과 농장과 연계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못난이 사과를 받기로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역의 농장과 상생하는 방식을 찾아가며 ‘제로 웨이스트’, ‘지속 가능성’ 등 환경과 관련된 일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올해 월드 베스트 바 18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에요. 뒤의 순위에서 호명되지 않기에 이럴 거면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었는데, 18위에 불렸을 때 정말 꿈만 같았어요. 우리나라 바가 이전에 이렇게 높은 순위에 올랐던 일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의 바 신에서 갖는 의미가 남다릅니다. 나아가 우리의 수상이 아시아권에서도 확실히 임팩트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칵테일 바도 이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이 분명하고, 우리 이후에도 충분히 인정받는 곳들이 또 생겨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개인의 궁극적인 목표와 제스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궁금합니다.

처음 칵테일을 접했을 때 정답이 없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내가 개척하는 대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어요. 그리고 또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번의 수상이 조금은 부담되긴 하지만 이를 좋은 기운으로 바꿔서 원동력을 삼아보겠습니다. 이제 제스트는 단순한 칵테일 바가 아닌 ‘브랜드’가 된 것 같아요. 이것을 잘 가꿔서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이어가고 싶습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