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리빙 오브제의 선순환을 선도하는 풀티 이윤경 대표

가치 있는 가구를 오랫동안 잘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온 프리미엄 가구 리세일 플랫폼 ‘풀티’. ‘순환’과 ‘공유’를 키워드로 리빙 아이템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다채로운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GUEST EDITOR 김수진 PHOTOGRAPHER 이우경

순수 미술과 색채 디자인 석사를 전공한 후 가구 수입 및 인테리어 설계 분야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았다. 이후 공간 컨설팅 및 브랜딩 회사를 설립해 하이엔드 주거 브랜딩을 진행하다 가구의 순환에 대한 문제를 인식, 2021년 풀티를 설립했다.


VINTAGE FURNITURE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풀티의 쇼룸은 지금 가장 트렌디한 리빙 편집숍을 방불케 한다. 프리츠 한센, 루이스 폴센, 비트라, USM, 까시나, 리네로제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베스트셀링 아이템부터 빈티지 제품까지 다채로운 중고 리빙 제품이 가득하다. 풀티가 소비자로부터 구입해 판매하거나 대여할 제품들로, 대다수가 새 제품과 다름없는 품질을 자랑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이윤경 대표는 공간의 쓰임에 따라 쉽게 버려지거나 낭비되는 가구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다 2021년 풀티를 론칭했다. ‘채우다’라는 의미의 ‘풀full’과 ‘비우다’라는 뜻의 ‘엠티empty’를 조합한 이름처럼 ‘가치 있는 가구를 버리지 않고 공유해 공간을 비우고,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가구로 공간을 채운다’를 모토로 삼고 있다. 올해 상반기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 스토어 ‘풀티의 재사용 집들이’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에 이어 8월에는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 두 번째 쇼룸을 오픈하며 리빙 생태계의 건전한 순환을 도모하는 중이다.


‘프리미엄 가구 리세일 플랫폼’이라는 콘셉트를 구상한 계기는?

인테리어 및 공간 컨설팅 일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고객이 새 가구를 구매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를 처분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어진 가구가 다른 이에게는 애타게 찾던 가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구 거래 플랫폼’을 구상했다. 미래 산업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중고 리빙 아이템을 구매해 다시 대여하고 판매하는 서비스를 통해 제조와 소비, 낭비로 이어지는 기존 리빙 산업의 구조를 지속 가능하게 변화시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과 차별되는 풀티만의 특장점에 대해 소개해달라.

먼저 안전하다. 정품 검수는 물론 배송까지 풀티에서 책임지는 만큼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아주 작은 흠집도 세심히 확인해 웹사이트에 공지하고, 구입 전 오프라인 쇼룸에서 직접 제품을 살펴볼 수도 있다. 아이템 검수의 경우 2021년 론칭 이후 5000개가 넘는 제품들을 취급하면서 누적된 브랜드별 매뉴얼을 기반으로 꼼꼼히 관리한다. 기본적으로는 각인이나 스티커, 보증서가 없는 제품, 혹은 자체 수리 및 천갈이를 한 제품은 정품이라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검수에도 불구하고 혹여 가품일 경우에는 300%를 배상하는 방침으로 운영 중이다. 한편 우리는 위탁판매가 아닌 매입을 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처분하고 싶은 가구를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풀티’의 이름을 걸고 소개하는 아이템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

일상의 한 장면을 의미 있게 만들어줄, 가치 있는 리빙 아이템을 고민한다. 가구와 오브제는 물론 그림, 오디오까지 ‘프리미엄 리빙’의 범주에 포함되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하고 있고,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중고 제품은 비인기 품목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지만, 수요가 높은 브랜드와 카테고리를 철저히 분석해 그 위주로 매입하는 편이다. 이처럼 프리미엄 리빙 아이템의 대중적 순환을 추구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빈티지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빈티지 아이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은 고유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가구, 그 이상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풀티에서 빈티지 가구 컬렉터에게 구매해 소개한 장 프루베의 ‘스탠더드 체어 No. 305’의 경우, 1950년 제조된 후 영국 필립스 경매에서 낙찰되어 이곳까지 온 제품으로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시 ‘대량생산’이라는 신기술의 결과로 탄생한, 가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이다. 이처럼 동일한 제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희소성’,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질감과 색상, 자연스러운 흠집이 만들어내는 ‘고유성’이 빈티지 제품의 매력인 것 같다.


풀티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리빙 문화는 무엇인가?

덴마크에서는 첫 월급을 타면 자신에게 꼭 맞는 의자를 구입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 의자를 평생 쓴 다음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취향이 빠르게 변하고, 소비와 낭비가 만연한 사회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바람직한 문화인 것 같다. 애초에 구매를 ‘잘’ 하는 것, 그리고 소비재가 낭비되지 않고 잘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풀티가 지향하는 점이자 바람직한 리빙 문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현재 더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고팔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며, 풀티의 서비스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확장할 예정이다. 또한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업체와 B2B 매입 및 렌털 서비스도 진행하려 한다. 낭비되는 자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리빙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 역할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 오픈한 풀티의 두 번째 쇼룸.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아르텍, 카르텔, 헤이, 비트라, 프리츠 한센, 루이스 폴센 등 100여 개

리빙 브랜드의 세컨드 핸드와 빈티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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