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시대를 관통한 안경을 수집하는 블링크 아이웨어 김민종 이사

프랑스 빈티지 아이웨어를 찾다 보면 그 길의 마지막에는 블링크 아이웨어가 있다. 장인의 손길을 거쳐 세월의 흔적을 입은 프랑스 빈티지 안경의 면면에 대해 블링크 아이웨어의 김민종 이사와 이야기 나누었다.

EDITOR 홍혜선 PHOTOGRAPHER 이기태

우표로 시작해 나이키 ‘덩크 SB’ 시리즈와 NBA 카드 등 수집을 일삼던 김민종 이사는 안경을 업으로 삼으며 그 뿌리를 찾다가 빈티지 안경에 매료되었다. 온 지구를 뒤져 단순하지만 품새 좋은 빈티지 안경을 그러모은다.


VINTAGE EYEWEAR


시계와 패션, 자동차, 가구 등은 빈티지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붙지만, 안경은 조금 생경한 분야다. 그만큼 빈티지 안경은 열렬한 마니아 집단에게만 통용되는 카테고리였다. 하지만 빈티지 자체가 트렌드로 떠오르다 보니 자연스레 빈티지 안경도 수면 위로 본새를 드러냈다. 블링크 아이웨어의 김민종 이사는 프랑스 빈티지 안경을 집중적으로 모아 매장 지하에 신줏단지 모시듯 전시해두었다. 다른 목적보다는 오로지 ‘내가 좋아서 쓰는 안경’이라는 철학을 밑바탕에 둔다.


빈티지 안경 큐레이션은 언제부터 마련한 것인가?

2019년 4월, 블링크 이태원점이 주택을 상가로 개조해 총 3개의 층을 쓰기 시작한 시점부터다. 매장 인테리어 기획 단계부터 지하를 빈티지 안경으로 채우리라 마음먹었다. 지하 한 층 정도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고 싶은 그런 마음. 지금은 메인 입구보다 지하의 문턱이 더 닳을 정도다.


빈티지 안경이 정확히 무엇인가?

시기적으로 보자면 지금으로부터 50~100년 전에 만들어진 안경이다. 블링크에서 소개하는 프렌치 빈티지 아이웨어 프레임 프랑스Frame France를 기준으로는 안경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1960년대 이전, 즉 1940~1950년대 제품을 말한다. 범위를 더 넓힌다면 1960년대 생산 제품까지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수집하는 안경은?

1940~1950년대에 프랑스에서 제작한 빈티지 안경. 이 시기의 프랑스 안경은 전 공정을 핸드메이드로 제작했다. 안경이 패션 아이템으로 널리 활용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때 등장한 디자인은 미국과 일본 등으로 건너가 현대 안경 디자인의 모태가 되었다. 이때 안경을 만드는 재료로 셀룰로이드를 주로 사용했는데, 소재 특성상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오랜 시간 보관되어 있던 안경들은 수분과 불순물이 함께 빠지는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런 안경들은 현대 기술로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색감과 광택을 지녀 모으는 재미를 더한다.


현재 매장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빈티지 안경을 소개해달라.

‘1940’s 3dots Parisian Frame France’. 1940년대에 제작한 웰링턴 프레임으로 프렌치 빈티지 아이웨어를 대표하는 디자인이다. 빈티지 안경 애호가 사이에서 ‘파리지앵’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당시 안경의 전면부와 템플을 보통 2개의 핀으로 연결했는데, 귀족을 비롯한 권력층에서 일반 시민들과는 다른 안경을 착용하고 싶어 해서 3개의 핀을 사용해 특별 제작했다는 설이 있다. 그것이 이 안경이 특별한 이유다. 제작 수량이 극소수였고 현재 데드스톡 상태로 남아 있는 수량은 블링크 한 점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5~10피스 정도로 추정한다. 2019년과 2020년에도 각 한 점씩 판매를 했었다. 당시 거래가는 300만 원대였으나 지금은 700~800만 원대로 가격이 형성되었다.


빈티지 안경에도 소위 말하는 럭셔리 브랜드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프랑스 빈티지 안경으로 설명하자면 1960년대 이전에는 안경을 각각의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했다. 당시 프랑스 쥐라 지역 모레 마을의 CEBO나 요나 마을의 막스 피티옹 공방에서 제작한 안경이 좋은 품질로 인정받았고, 지금도 두 공방에서 만든 빈티지 프레임에 높은 거래가가 형성되어 있다. 절대적인 가격보다는 안경 자체의 품질로 따져보면 두 공방 정도를 럭셔리 브랜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모순적인 말이지만 ‘빈티지’라는 영역이 현재 트렌드의 꼭짓점에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빈티지 안경에도 영향을 주었나?

수요의 증가로 인한 개체 감소와 가격 상승이 있다. 가격의 상승은 현재 빈티지라고 불리는 오리지널 피스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트렌드가 빈티지 안경에 영향을 주었다기보다 오리지널 빈티지 피스가 현재 트렌드에 주는 영감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가구와 자동차, 시계 등은 빈티지와 수집이라는 영역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키워드다. 앞선 카테고리들은 투자성도 높다. 빈티지 안경도 그러한가?

가치는 계속 올라가겠지만 투자 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진다. 가구나 시계가 마니아를 넘어선 영역이라면 빈티지 안경은 극소수가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다. 시계와 가구는 빠른 환금성을 보장해준다면, 안경은 본인이 원하는 가격에 즉각적인 판매가 어렵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다른 아이템에 접근하는 걸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빈티지 안경이란?

제아무리 높은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결국엔 안경이다. 가격의 고하를 떠나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수십 년을 이어오며 후대에도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오롯하게 남은 안경이 제일 좋은 빈티지 안경이 아닐까? 그 안경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멋지게 나이 들어간다면 금상첨화일 테고 말이다.



(왼쪽부터) 프렌치 빈티지 아이웨어를 대표하는 디자인인 ‘1940’s 3dots Parisian Frame France’. 1960년대 프랑스 빈티지 안경과 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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