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시간의 결이 새겨진 시계를 찾는 용정콜렉션 김문정 대표

58년째 빈티지 시계의 외길을 걸어온 용정콜렉션은 더현대 서울과 분더샵 청담, LCDC 서울, 무신사 부티크에 입점하며 비약적으로 가지를 뻗고 있다. 김문정 대표를 만나 빈티지 시계에 관한 사적 취향과 비즈니스 철학에 대해 들어보았다.

EDITOR 홍혜선 PHOTOGRAPHER 이창화

일본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가업을 잇는 게 마땅하다고 여겨 용정콜렉션을 이어받았다. 벌써 25년째 운영 중이다.


VINTAGE WATCH


빈티지 시계는 단순히 오래돼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만듦새가 좋아서, 지난한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게 배어서 그 존재가 우뚝하게 빛을 내는 것이다. 용정콜렉션은 그런 시계를 찾아 5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왔다. 빈티지 시계가 세계적인 경매에 ‘억 소리’ 나는 가격표를 달고 다시 세상에 등장하기에 혹자는 사치품이라 여길 수 있지만, 용정콜렉션은 돈으로 규정할 수 없는 가치를 좇는다고 말한다. 수집이든 투자든, 어떤 시대의 역사와 결이 응축된 시계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길잡이를 자처하는 용정콜렉션의 작은 공간에는 영겁의 시간이 들어차 있다.


긴 시간 동안 용정콜렉션을 운영해왔다. 비결은 무엇인가?

한 단어로 말하자면 경험이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누구보다 많은 시계를 봐왔고, 만져보고 구매하며 직접 다뤘다. 다양한 시계를 경험하는 것은 빈티지 시계 업계에서 일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똑같은 모델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같은 브랜드를 취급해도 다양한 연도의 모델을 두루 보고 다룰 수 있는 눈을 지닌 건 어릴 때부터 여러 시계를 사 모으며 켜켜이 축적한 경험에서 비롯한 거다.


어린 시절부터 수집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는데, 판매를 위한 수집과 무엇이 다른가?

개인적 수집은 내가 모으는 컬렉션 중 빠진 부분을 채우는 거라 구매할 때 되파는 가격을 고려하지 않는다. 가격보다는 나만의 오롯한 컬렉션을 완성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쟁취’가 목적인 셈이다. 판매할 때는 용정 브랜드의 유지비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잉 가격이 중요하다. 매장 안에 1000만 원이 넘는 시계가 그득하지만 피스들은 딱 한 개씩만 있기 때문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마켓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내가 바잉한 시계의 컨디션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하고, 다양한 시계 구성을 위해 구색을 맞출 때도 있어서 이익은커녕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감내한다.


용정콜렉션의 프라이드를 위해 꼭 갖추는 제품도 있나?

요즘 들어 부쩍 수요가 많아진 까르띠에의 1970년대 ‘탱크’ 컬렉션이다. 특히 기계식 수동 방식, 솔리드 골드 소재, LM 사이즈를 모은다. 이 모델들은 예전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올랐다. 날이 갈수록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몇 년 전 해당 시계를 팔던 금액으로도 바잉이 불가능할 정도다.


매장 내 가장 아끼는 시계를 꼽는다면?

밀레니엄이던 2000년을 기념하며 까르띠에가 365개 한정으로 출시한 ‘바스큘란트’ 워치. 그중 311번 시계다. 개인 소장품이지만 까르띠에의 ‘크러쉬’ 워치도 꼭 소개하고 싶다. 2021년도에 옐로 골드와 플래티넘, 핑크 골드 버전으로 전 세계 100개 한정으로 출시되었는데, 각각 1점씩 소장 중이다. 파텍 필립 포켓 워치도 중요하다. 사실 상자가 더 구하기 어려웠다. 포켓 워치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등 경매에서 많이 볼 수 있지만 상자는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1200달러 주고 어렵게 내 손에 들어왔다. 팬데믹 때 이슈가 되었던 롤렉스의 ‘GMT 마스터’ 워치도 빼놓을 수 없다. 베젤의 빨강과 파랑의 조화로 일명 펩시라 부르는 이 시계는 1977년도 제품. 빛바랜 듯 보이지만 이게 바로 ‘익은 맛’이다. 이 색에 따라 감정가가 어마어마하게 달라진다.


수집가의 개인적 취향이 판매를 위한 수집에도 영향을 주나?

아무래도 영향이 있다. 해외를 보면 크로노그래프 워치만 판매한다든가 군용 스타일만 취급하는 등 카테고리가 확실한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가 많다. 용정 역시 ‘용정’만의 분위기가 있다. 전시된 시계를 쓱 훑어봐도 느껴질 것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이나 오데마 피게 등의 시계도 굉장히 단순하고 디자인에 집중한 시계를 주로 전시해두었다.


빈티지 시계 업계에서 거대한 축인 롤렉스와 까르띠에, 파텍필립을 제외하고 추천하는 브랜드는?

바쉐론 콘스탄틴. 우리가 아는 ‘오버시즈’ 외에 굉장히 다양한 라인이 존재한다. 특히 10~15년 전의 단종 모델. 오메가도 추천한다. 1960~1980년대에 출시한 시계를 보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시계의 형태가 다양하고 완성도가 높다. 오메가의 1970~1980년대 레이디 모델도 눈여겨봐라. 그리고 또 하나는 시계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독립 시계 제작자 아크리비아. 디자인과 마감, 무브먼트 디테일 등 모든 구석이 뛰어나다. 25년간 시계만 쳐다보고 있으니 처음 볼 때 어느 정도 감이 온다. 7~8년 전 아크리비아를 보고 그 ‘감’이 왔다.


마지막으로 용정이 꼭 지키는 규칙이 있다면?

까르띠에 시계는 무조건 100개를 채운다. 같은 모델이 아닌 전부 다른 시계로.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완전한 컬렉션을 위해 빠진 구성을 채워야 하는데 너무 비싸게 매입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게 용정의 자존심이라 생각한다.



(왼쪽부터) 펩시라는 별칭이 붙은 롤렉스의 ‘GMT 마스터’ 워치. 파텍 필립 포켓 워치와 시계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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