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BALLET PRÉCIEUX

무용 세계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반클리프 아펠은 우아한 움직임의 예술에서 발견한 창의성을 섬세한 주얼리로 구현해왔다. 올해는 하이 주얼리 컬렉션 ‘발레 프레시유’를 확장해 명성 높은 클래식 발레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10점의 발레리나 클립을 새롭게 선보인다.

FREELANCE EDITOR 구태은

VAN CLEEF & ARPELS AND BALLET


SPANISH BALLERINA CLIP, 1941  플래티넘과 옐로 골드로 제작한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의 ‘스페니쉬 발레리나’ 클립. 에메랄드와 루비, 다이아몬드 장식으로 우아한 몸짓에 눈부심을 더했다.


반클리프 아펠과 무용의 만남은 1920년대 파리에서 시작됐다. 열정적인 발레 애호가였던 루이 아펠Louis Arpels은 조카 클로드 아펠Claude Arpels과 함께 메종의 방돔 광장 부티크에서 멀지 않은 오페라 가르니에Opra Garnier를 찾곤 했다. 발레를 향한 이들의 애정은 1940년 첫 번째 발레리나 클립을 탄생시켰고, 이는 단숨에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시그너처가 됐다. 현재 서울의 디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반클리프 아펠 : 시간, 자연, 사랑> 전시에서도 메종의 아카이브에서 소장한 댄서 클립을 직접 만날 수 있다. 1942년 제작된 이 클립은 살짝 기울어진 발레리나의 몸과 활짝 펼쳐진 튀튀 스커트가 지금 막 회전하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INSPIRATION FROM THE WORLD OF DANCE


DANCER CLIP, 1942  반클리프 아펠 컬렉션의 옐로 골드 ‘댄서’ 클립. 얼굴은 다이아몬드로 표현하고, 스커트와 헤어 장식, 브레이슬릿에는 루비와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


아름다운 몸짓의 언어를 다루는 무용 예술에 기여하고자 반클리프 아펠은 2020년 ‘댄스 리플렉션Dance Reflections by Van Cleef & Arpels’을 출범하며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런던과 홍콩 등의 주요 도시에서 매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무용가와 관련 기관을 후원하는 등 문화 예술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앞장선다. 올해 그 연장선에서 반클리프 아펠은 2007년 첫선을 보인 ‘발레 프레시유’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확장해 10개의 새로운 발레리나 클립을 제작했다. 각 클립은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불새> 등 대표적인 클래식 작품에 찬사를 보내며 발레가 완성됐거나, 작품의 배경이 된 나라의 특징을 담고 있다.




PARIS


VERA  1910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함께 제작된 발레 작품 <불새>에서 영감을 받은 발레리나 클립. 깃털로 뒤덮인 강렬한 의상을 컬러 사파이어와 루비 등으로 표현했다.


CARONNE  <지젤> 작품의 1841년 초연에서 최초의 지젤 배역을 맡은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시 Carlotta Grisi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녀의 출생 당시 이름인 ‘카론’을 작품명으로 붙였다.


반클리프 아펠은 오랜 시간 쌓아온 주얼리 메이킹의 탁월한 노하우와 엄선된 기준을 충족하는 젬스톤의 컬러로 클래식 발레 작품의 눈부신 안무를 구현했다. 메종의 장인들은 가장 먼저 녹색의 왁스 블록을 직접 손으로 조각하는 모델링을 거친 후 그대로 성형한 골드 소재에 수작업으로 폴리싱해 눈부신 광채를 만든다. 여기에 눈부신 컬러의 젬스톤을 더해 클립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각 클립은 발레리나의 정면은 물론 뒷모습까지 완벽하게 묘사해 감탄을 자아내며, 섬세한 움직임의 형태와 각기 다른 개성 넘치는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튀튀 의상과 발레 슈즈, 발끝으로 서는 앵 푸앙트en pointe 자세 등 발레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감상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발레 프레시유’ 컬렉션은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모나코 등 4개 국가의 테마로 전개된다. 파리 테마에서는 오페라 발레 <지젤>, <나이팅게일>, <불새>, <퍼레이드>에서 영감을 얻어 각각 ‘카론느’, ‘샹 뒤 로시뇰’, ‘베라’, ‘마리아’로 명명한 4점의 발레리나 클립을 완성했다.



안데르센의 동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오페라 <나이팅게일>에서 영감을 받은 ‘샹 뒤 로씨뇰Chant du Rossignol’ 발레리나 클립의 제작 과정.

튀튀의 구조적인 주름 장식이 돋보인다.




SAINT PETERSBURG


ADAGE À LA ROSE  발레리나의 신체는 화이트 골드로, 헤어 장식과 의상, 발레 슈즈는 로즈 골드로 제작했다. 보디스와 스커트를 장식한 패턴은 섬세한 레이스 장식을 떠올리게 하며 핑크 사파이어로 컬러를 더했다.


PETROUCHKA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러시아 발레단이 파리 샤틀레Châtelet 극장에서 초연한 <페트루슈카> 작품에서 마법으로 생명을 얻은 발레리나 인형을 클립으로 표현했다.


발레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도시는 파리지만, 발레를 오늘날의 무대예술로 완성하고 전파한 곳은 러시아였다. 제정러시아 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의 발레곡에 미하일 포킨Michel Fokine이 안무를 맡은 작품 <페트루슈카>는 매혹적인 플루트 소리로 3개의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마법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인형 중 하나인 발레리나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페트루슈카’ 클립은 재킷과 플레어스커트를 착용한 매혹적인 모습이 특징이다. 특히 발레리나 가슴 중앙에 장식한 바이올렛 사파이어는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도록 세팅해 메종의 탁월한 기술력을 증명한다. 또 다른 발레리나 클립 ‘로즈 아다지오’는 1890년 초연된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의 발레 작품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찬사를 보내는 의미로 제작됐다. 클립은 작품의 제1막에서 오로라 공주가 구혼자들에게 장미를 선물로 받은 후, 각 파트너와 차례로 느리게 선보이는 아다지오 춤의 동작을 형상화했다.



'페트루슈카' 클립의 골드 구조를 조립 및 폴리싱하는 과정. 층을 이루는 튈 디테일의 튀튀를 볼륨감 넘치는 구조로 완성했다.



VENICE


CARNAVAL DE VENISE  마스크를 쓰는 전통으로 유명한 베네치아의 카니발 문화에 경의를 표하는 발레리나 클립. 머리 위로 넘긴 마스크와 장갑의 윗부분, 벨트에 래커 기법을 적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탈리아는 13세기에 처음으로 발레가 탄생한 곳이다. 반클리프 아펠은 독창적인 마스크와 화려한 의상이 펼쳐지는 베네치아의 카니발 축제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카네발 드 베니스’ 클립을 완성했다. 를르베 레티레relev retir라는 발레의 스텝을 취한 발레리나의 역동적인 포즈와 옐로 골드로 섬세하게 구현한 장갑, 스커트의 프린지 장식, 부드러운 곡선의 발레 슈즈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블랙 래커와 에메랄드로 컬러를 더하고,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화려함을 극대화했다. 또한 메종은 이탈리아 전통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Commedia dell’Arte’에서 할리퀸의 연인으로 등장하는 콜럼비나Columbina를 클립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MONTE CARLO


SPECTRE DE LA ROSE  발레 작품 <장미의 정신>을 상징하는 클립. 발레리나의 허리에서 펼쳐진 꽃잎이 겹겹이 층을 이룬다. 미러 폴리싱한 골드 소재와 핑크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가 화려하게 어우러졌다.


1932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설립된 발레 뤼스 드 몬테카를로Ballet Russe de Monte Carlo는 20세기 초반 발레의 혁명을 불러온 전설적 무용수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ergei Diaghilev의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은 클래식 발레는 물론 현대적인 모던 발레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이 발레단을 위해 또 하나의 우아한 발레리나 클립을 선보였다. ‘스펙트르 드 라 로즈’ 발레리나 클립은 1911년 발레 작품 <장미의 정신>의 자유로우면서도 매혹적인 안무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아한 손짓과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섬세한 감정을 드러내며, 곡선이 돋보이는 어깨의 러플 장식과 꽃잎처럼 겹겹이 층을 이루며 펼쳐지는 튀튀가 활짝 핀 장미를 연상시킨다. 로즈 골드로 구조를 만든 튀튀 위에 각기 다른 크기의 핑크 사파이어를 스노 세팅해 입체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COOPERATION  반클리프 아펠(187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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