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NEW WAVE OF KOREAN ARCHITECT

한국 건축의 문화적인 저변을 확대하고자 매년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건축가를 선발하는 젊은건축가상의 2023년 수상자 3팀이 공개됐다. 한국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주도할 그들을 만났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이우경, 이기태


김진휴, 남호진  건축사사무소 김남의 공동 창립자이자 파트너인 두 사람.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건축을 공부한 김진휴는 뉴욕의 SO-IL, 도쿄의 SANAA에서 근무했으며 스위스 엔지니어 및 건축가협회인 SIA의 회원이기도 하다. 이화여대와 예일대에서 건축을 공부한 남호진은 뉴헤이븐의 펠리 클라크 펠리와 뉴욕 스키드 모어 등에서 일했으며 두 사람 모두 헤르초크 & 드 뫼롱의 건축 스튜디오에서 함께 실무를 다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건축사사무소 김남

“시공자의 수고, 사용자의 기쁨 그리고 건축가 스스로의 검열이 동반될 때 비로소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에 당도할 수 있음을 알고 ‘건축가는 무엇에 헌신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강력하게 던진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젊은건축가상을 거머쥔 건축사사무소 김남의 김진휴·남호진 소장. 헤르초크 & 드 뫼롱의 건축 스튜디오에서 경험을 쌓다가 지금의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이곳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진행한 ‘프라콩뒤 주택Chalet at Pracondu’. “스위스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오트 넨다Haute Nendaz에 위치한 낡은 오두막을 분해한 뒤 그 자재들을 외장재로 활용해 새로운 주택을 짓는 독특한 작업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 곳이라 1년 중3~4개월만 작업할 수 있는 곳이었죠.” 첫 시작부터 흥미로운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에서 미루어 볼 수 있듯 두 소장은 건축가 스스로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설계는 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늘 되새긴다. 또한 이들은 항상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며 온전히 의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진휴 소장이 여러 가치관과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과 자세를 유지한다면 남호진 소장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그에 따른 신속하고 명확한 대처를 제안하면서 말이다. 현재 별장 프로젝트과 인천공항 부대시설,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 설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동시다발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두 사람은 한국 건축계가 최대한 다채로운 관점이 공존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야만 발전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 “우리가 속한 이 사회에서 어떤 것들을 이뤄낼 수 있는지 계속 탐구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어요. 건축가로서 우리 두 사람이 건축사에 유의미한 존재로 남을 수 있도록요.”




서자민  연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후 원오원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실무를 쌓았다. 2013년 아지트 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했으며, 2017년 이후 아지트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국토교통부 건축인재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한국과 스위스를 오가며 활동한 바 있다.


아지트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아지트 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의 2023년은 누구보다 뜻깊은 한 해일 테다. 올해 사무실을 오픈한 지 햇수로 10년을 맞이한 데다 선물처럼 젊은건축가상 수상이라는 노력의 결실이 찾아왔기 때문. 이곳의 공동 수장인 서자민 소장은 젊은건축가상이 공개한 “기성 건축계의 빈궁한 담론에 대한 원초적 물음을 던진다”라는 심사평이 마치 하나의 응원같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건축에서 이상향을 말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지만, 서자민 소장은 아지트스튜디오의 프로젝트가 사람이 향유하는 모든 공간과 도시에 일련의 ‘질문’을 던지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있다. 의도에 따라 만든 건축물이 좋은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가치를 발하게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 여기면서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0년에 진행한 프로젝트인 ‘콘크리트 도서관’은 비록 작은 규모의 작업임에도 아지트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콘크리트 도서관은 구도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노후한 건축물을 레노베이션해 탄생했다. 버려진 건축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변 사람들이 다시 찾게끔 만든 이 작업은 현재 대다수의 도시가 앓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지트 스튜디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2023 베네치아 국제건축전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는 등 겹경사를 맞이하며 누구보다 숨가쁜 한 해를 보내는 서자민 소장과 아지트 스튜디오는 지금도 그들이 추구하는 바람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김영수  최욱 소장이 이끄는 원오원아키텍츠와 해안건축 그리고 도미니코 페로의 건축 스튜디오 등에서 오랜 시간 일하며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건축가로서의 몸집을 키웠다. 특히 원오원아키텍스에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현대카드 부산사옥’,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 등의 빅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으며 이후 2018년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에 도전해왔다.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

“급변하는 사회와 도시에서 건축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건축의 다양성을 존중하되 보다 덜어내고 절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영수 소장을 필두로 한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는 간결함에서 오는 미학의 중요성을 담은 말인 ‘Less is More’에서 착안한 명칭처럼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에 기반한 건축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10여 년이라는 시간 동안 해안건축과 원오원아키텍츠에서 일했는데, 이때 건축가로서의 태도에 대한 가르침을 얻었다고 말한다. “용적률은 최대로 맞추되 공사비는 최소로 낮추면서 좋은 건축을 그저 바닥 면적만으로 평가하는 요즘, 최욱 소장님 같은 훌륭한 분들과 일하며 어떤 건축가가 되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위해선 어떠한 태도와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음가짐을 배웠습니다.” 그는 프랑스 기반의 건축가 도미니코 페로와도 함께 일하며 건축을 향유하는 파리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시각적 요소에 가려지지 않는 좋은 건축의 본질을 헤아리는 능력 또한 길렀다.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는 그가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보다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데 집중한다. 건축은 일상을 뒷받침하는 물리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머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자리하는 곳이기도 하니 말이다. 김영수 소장이 가장 인상 깊은 프로젝트라 꼽은 ‘제주 스테이 수리움’ 프로젝트를 비롯해 최근 완공한 ‘연남동 대수선 프로젝트’ 등 모어레스 건축사사무소의 모든 작업은 이러한 명제를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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