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L DES LUMIÈRES
파리의 ‘아틀리에 데 뤼미에레’, 제주의 ‘빛의 벙커’, 두바이의 ‘인피니티 데 뤼미에레’ 등, 전 세계에 ‘뤼미에레Lumières’라는 브랜드의 디지털 아트센터를 선보이고 있는 ‘컬처 스페이스Culture Space’가 2022년 뉴욕에 상륙했다. 컬처 스페이스의 창립자 브루노 모니에Bruno Monnier는 프랑스 문화부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프랑스의 여러 문화 유적지와 뮤지엄을 관리하고 있으며, 문화적 경험을 대중에게 확대하고자 하는 목표로 전 세계에 영구적인 ‘디지털 아트센터’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 뉴욕에 문을 연 ‘홀 데 뤼미에레’는 공간의 건축적 특징을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활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맨해튼 시청 공원 맞은편의 오래된 은행 건물을 개조한 전시장은 약 3065m2의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그중 하이라이트는 과거 은행 금고가 자리했던 메인 공간이다.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와 웅장하게 솟은 여러 개의 대리석 기둥, 그 가운데 자리한 9m 높이의 벽면은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위한 환상적인 스크린이 되었다. 개관전
MUSEUM X
‘더 루메 멜버른’의 창립자 롭 커크Rob Kirk는 “디지털 아트 갤러리는 뮤지엄이나 아쿠아리움, 동물원처럼 도시의 주 요 시설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속초에 문을 연 ‘뮤지엄 X’는 그 의 이런 예견을 정확하게 증명하는 듯한 장소다. ‘Immersive New Media Playground’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문을 연 ‘뮤지엄 X’에서 특히 눈 에 띄는 단어는 ‘Playground’, 즉 놀이터다. 가장 진화된 형태의 몰입형 전시 공간인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한 ‘놀이 공간’이 되겠다는 것. 이렇듯 뮤지엄 X는 단순히 전시의 방식을 디지털화한 여느 공간과 달리,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홀로그램 등 여러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직접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간은 4층 규모로, 실감형 콘텐츠를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총 130K 해상도의 빔 프로젝터와 총 2200만 개의 LED를 갖췄으며 영상 프로듀서, AI 엔지니어 등이 폭넓게 참여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인다. ‘Zone 1’에서는 만화경의 원리를 3차원으로 구현한 ‘에코’, 조각적 설치 계단 ‘슬라이드’를 만나볼 수 있으며, ‘Zone 2’에서는 인공지능이 매일 새롭게 생성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심포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ZONE 3에서는 떠있는 듯한 지구와 달, 태양과 안개 등을 공간감 있게 연출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서라운드’, 휴머노이드 로봇이 즉석에서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스케처엑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시 후 닿게 되는 야외 루프톱 카페 ‘오아시스 X’는 인공지능이 창작한 허구의 공간을 구현한 곳으로, 색다른 아트워크와 바다 전망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museumx.kr
THE LUME MELBOURNE
‘경험 예술’에 대한 대중의 갈망과 그 거대한 트렌드는 남반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호주 멜버른의 중심지인 사우스워프에 자리한 멜버른 컨벤션 센터(MCEC)를 개조해 문을 연 ‘더 루메 멜버른’은 남반구 최초의 디지털 갤러리다. 호주의 콘텐츠 제작 회사 ‘그랑데 익스피리언스Grande Experience’가 전개하는 이곳은 ‘몰입형 디지털 아트’를 하나의 미디어로 삼고, 그 주제와 경험을 폭넓게 확장하는 데 집중한다. 고흐나 모네 등 몰입형 디지털 아트 전시의 단골 레퍼토리로 대중의 흥미를 유도하는 한편, 지역 고유의 맥락을 가진 현지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며 그 주제를 넓혀가고 있는 것. 최근 개막한
LIGHT ART SPACE BERLIN
단언컨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미래적이고 진보적이며, 센세이셔널한 전시를 보고 싶다면, 베를린에 위치한 ‘라이트 아트 스페이스 베를린LAS Berlin’을 주목해야 한다. 세계대전 시대의 무기 창고나 벙커를 가장 먼저 미술관으로 변신시켰고, 전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그 에너지를 나누기 위해 너나 없이 모여드는 ‘베를린’이야말로,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예술’을 경험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라스 아트 파운데이션LAS Art Foundation’은 ‘예술과 신기술, 과학의 교차점을 탐험하는 전시회를 위한 플랫폼이자 예술 단체’임을 천명하며, 2019년 문을 연 비영리 미술관 재단이다. 이들이 그간 열어온 전시를 보면, 그 정체성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기계와 상호작용하는 AI 생태계의 가능성을 시험한 레피크 아나돌Refik Anadol의 ‘Latent Being’(2020), 베를린의 생태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가상의 디지털 습지 공간을 창조한 야코브 쿠드스크 스텐센Jakob Kudsk Steensen의 ‘Berl-Berl’(2021), 이언 쳉Ian Cheng의 라이브 시뮬레이션 애니메이션 ‘Life After BOB’(2022) 프리미어 상영까지, 그 주제와 전시의 방식 모두가 다채롭고 미래적이다. 최근 이들이 선보인 전시는 마리아나 심네트Marianna Simnett가 직접 제작한 플루트 오페라
LIGHTROOM
런던 시내의 킹스크로스 역 근처에 자리한 ‘라이트룸’은 공간의 6면을 가득 물들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으로 SNS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빠른 붓질 효과로 장면이 전환하는 요크셔의 시골 풍경, 거대한 수영장에 들어온 듯 하늘빛으로 물든 바닥, 짙은 보라와 주황빛으로 표현된 장엄한 그랜드 캐니언의 풍경까지, 호크니의 화폭을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안겨주는 이 전시로 인해 라이트룸은 동시대적인 미술을 선보이는 진보적인 예술 공간으로서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라이트룸은 ‘런던 시어터 컴퍼니London Theatre Company’와 세계적인 전시 디자인 제작사인 ‘59 프로덕션’의 합작으로 탄생한 공간인 만큼, 음향과 전시 디자인의 완성도,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다. 아무런 장식 없는 텅빈 큐브형 공간을 캔버스로 사용하면서도, 최상의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그들의 능력은 개관 전시
THE SHED
뉴욕의 아트 신은 ‘더 셰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등 뉴욕을 대표하는 미술관들이 있긴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생동하는 컨템퍼러리 아트를 폭넓게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뉴욕의 최첨단 신도시라 할 수 있는 허드슨 야드의 명소 ‘베슬Vessel’ 옆에 2019년 문을 연 더 셰드는 명확한 미션을 품고 탄생했다.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문화 기관으로서 모든 창의적인 형태의 혁신적인 예술과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선보이겠다”라는 것. 연극, 문학, 조각, 디지털 미디어, 댄스, 음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예술을 평등하게 전달하겠다’는 이들의 포부답게 이곳의 전시 프로그램은 탈장르적이며, 혁신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정체성은 더 셰드가 이 시대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는 ‘테크놀로지 아트’를 담아내는 좋은 그릇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광학 장치를 눈에 착용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가상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작품 ‘KAGAMI by Sakamoto and TIN DRUM’을 비롯해, 35m 높이에 3D 사운드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거대한 구 모양의 구조물을 띄운 ‘Sonic Sphere’까지. 특히 ‘Sonic Sphere’는 ‘음악의 공간화’에 대한 실험에서 탄생된 관객 체험형 작품으로, 실제로 이 공간에서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칼 크레이그Carl Craig와 세계적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Igor Levit가 라이브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2차원의 페인팅을 3차원의 디지털로 감상하는 평면성을 넘어, 다종 다양한 예술 장르의 결합, 그 생생한 입체적 혁신의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theshe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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