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ART

REMARKABLE ARTIST

가장 기본적인 예술의 형태이자 아트 컬렉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회화’. 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매체가 예술의 도구로 활용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많은 컬렉터가 애정하고 주목하는 장르다. 국내 주요 갤러리를 통해 들어본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회화 작가 43.

EDITOR 김수진, 정송, 이호준



이희준, 국제갤러리

1982년 개관해 국내 대표 화랑으로 자리매김한 국제갤러리. 아니시 카푸어, 로니 혼, 장 미셸 오토니엘, 알렉산더 콜더, 칸디다 회퍼 등 세계적 거장을 국내에 소개하는 동시에 단색화를 비롯한 김수자, 양혜규, 김용익, 박찬경, 함경아, 문성식 등 한국 대표 작가를 세계 아트 신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동시대 한국 아트 신의 주요 흐름을 이끌고 있는 국제갤러리가 손꼽은 작가는 이희준. 일상에서 축적한 경험과 이미지를 수집, 편집한 후 이를 기하학적으로 추상화하는 회화 작업을 펼쳐왔다. 점, 선, 면, 곡선 등의 리드미컬한 조형감과 특유의 색감을 통해 공간 속 풍경에 각인된 감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방식이 독특하고 참신하다.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는 “바쁜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전형적인 도시 풍경에 반영된 현대인의 취향과 미감을 고유한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가만의 동시대성이 발현된다”라고 설명하며, “회화라는 매체로 자신을 표현하고 세계를 구성하는 이희준의 작업이 나날이 진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밝혔다.






김서울·김진희, 디스위켄드룸

국내외 전도유망한 신진 작가를 필두로 시각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디스위켄드룸이 추천하는 작가는 김서울과 김진희다. 먼저 김서울은 붓, 물감, 캔버스 천과 틀, 액자 등 회화의 기본이 되는 도구와 재료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구성하는 추상을 선보인다. 길고 긴 예술사에서 순수 미술이 오랫동안 참조한 많은 모티프와 물리적 재료의 특성을 치밀하게 분석해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는데, 여기에는 일련의 즉흥적인 제스처도 더해져 더욱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한편 김진희의 회화에서는 빛의 근원이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보편적인 일상에서 ‘부재’, ‘상실’ 등의 주제를 자신만의 언어로 구성하면서 화면 속 인물과 구조물에 드리워지는 명암을 섬세하게 조절해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 독일과 한국을 베이스로 활동하면서 젊은 회화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미 응우옌·로리엘 벨트란, 리만 머핀

레이철 리만Rachel Lehmann과 데이비드 머핀David Maupin이 1996년 함께 설립한 리만 머핀은 전 세계 다양한 현대미술 작가와 작가 에스테이트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갤러리다. 2017년에도 서울에 갤러리를 개관했으며, 지난해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우리나라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로 주목한 이는 바로 태미 응우옌Tammy Nguyen이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역사를 연구하고 성서와 서양의 고전문학 속 주제를 환경, 우주, 종교, 윤리 등 현대사회 문제와 연결해 회화, 드로잉, 판화, 아티스트 북 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서사와 미학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다. 물감을 활용해 회화와 조각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로리엘 벨트란Loriel Beltrán 역시 리만 머핀이 선택한 작가다. 물리적인 노동과 시간의 흐름이 전면에 드러나는 작업을 통해 회화와 조각, 평면과 입체, 표면과 실체 사이의 구분을 허물고 이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숄토 블리셋·안톤 무나르, 페레스프로젝트

갤러리이지만 소속 작가들과 함께 발맞춰 성장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플랫폼으로 만들어나가고 싶어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운영하는 페레스프로젝트는 1996년생 영국 작가 숄토 블리셋Sholto Blissett과 1997년생 스페인과 덴마크 혼혈 작가 안톤 무나르Anton Munar 두 젊은 작가를 손꼽았다. “블리셋은 고요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풍경화에 천착한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 짙은 초록색의 산과 나무가 어우러진 캔버스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시의성 넘치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으로 풀어내는 역할에 주목한다. 한편 무나르는 ‘사랑’이라는 거대하면서도 강력한 감정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서정적으로 표현하며 오일, 수용성 도료, 파스텔, 잉크, 분필 등 다양한 재료를 캔버스나 오래된 목재 가구의 일부분 위에 겹겹이 층으로 쌓아 올린다.” 작가 개인의 감정 같지만 보다 보면 어느덧 보는 이 개인의 추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힘을 지녔다.




허수연·이미정, 지갤러리

컨템퍼러리 갤러리를 지향하며 국내외 동시대 아티스트를 발굴해온 지갤러리. 2019년부터 다양한 분야의 20~30대 신진 작가 육성을 지원하는 취지로 매해 회화, 영상, 설치 등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뉴 제너레이션 아티스트와의 개인전을 개최해왔다. 조재, 우한나, 이현우 등 다채로운 개성으로 무장한 이들이 이곳을 거쳐온 셈. 지갤러리가 주목하는 작가는 바로 허수연과 이미정. 허수연은 쓰레기로 치부되어 버려진 재료나 연약해 보이지만 질긴 종이를 주재료로 삼는다. 이를 통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불확실 속에 피어나는 여러 가지 이면을 평면부터 입체까지 다양한 차원을 넘나드는 작업을 통해 시각화한다. 이미정 작가는 기존 회화의 통념을 전복하는 시도를 감행한다. 얼굴을 이루는 구성 요소를 통해 여성이자 청년으로서 겪는 동시대의 상황을 회화적 오브제로 제작한다. 일반적인 페인팅과는 달리 각 구성 요소를 여러 모듈로 분화한 가변적인 모습을 통해 회화의 무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재석, 갤러리바톤

‘옵저베이션 덱Observation Deck’과 ‘챕터투’를 운영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의 성장을 도모해온 갤러리바톤은 이재석 작가의 행보에 주목한다. 수년간 신체와 물체를 이루는 구성 요소 간의 유사성에 심혈을 기울여온 이재석은 최근 자연에서 또 한번 신체와 물체와 유사한 구조적 유사성을 발견한다. 자연 속 에너지의 순환과 흐름을 하나의 정교한 매커니즘으로 바라본 작가는 이를 유기적인 구성으로 현현한 회화 작업으로 표현했다. 마치 초현실적인 이미지 같은 인상을 주는 그의 작품을 곧 갤러리바톤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케무라 레이코, 쾨닉 서울

에르빈 부름, 엘름그린 & 드라그세트 등 세계 아트 신을 주도하는 흥미로운 작가를 다수 보유한 독일 대표 갤러리 쾨닉. 2021년 베를린,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서울 청담동 MCM하우스에 문을 열었다. 쾨닉 서울이 선택한 작가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일본 출신 작가 이케무라 레이코Ikemura Leiko. 유럽으로 이주한 후 경험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근간으로 동서양의 예술관을 넘나들며 실제 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몽환적인 풍경을 그린다. 갤러리는 특유의 시각을 통해 보이는 세계 이면의 다양한 감각을 이끈다는 점에서 작가를 주목했다.




타바레스 스트라찬·그레고어 힐데브란트, 페로탕

지난해 8월 삼청동에 이어 도산공원 부근에 두번째 갤러리 오픈 소식을 알리며 한층 더 다양한 예술의 장을 펼쳐온 페로탕은 2명의 해외 작가에 관심을 기울였다. 뉴욕과 바하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타바레스 스트라찬Tavares Strachan과 베를린 기반의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Gregor Hidebrandt가 그 주인공. 타바레스 스트라찬은 아프리계 미국인 최초의 우주비행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중 활동가 등 역사 속에서 미처 조명받지 못한 인물을 다시금 부각하는 작업을 통해 주류 역사의 내러티브에 의문을 표한다. 인물을 선정하고 그를 대변하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 작품을 구성하는 그는 회화는 물론, 조각이나 설치 작업으로도 작업 범주를 넓혀왔다. 한편 그레고어 힐데브란트는 카세트테이프나 바이닐을 재료로 사용한 콜라주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제는 구시대의 편린으로 취급받는 재료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그는 즉각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현재의 시대상에 대한 경종 같은 울림을 전한다.




가네야마 에이메이·강동호, 휘슬

2017년 이태원에 문을 연 휘슬은 예술을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 기획자들이 ‘협업자’가 되어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데, 덕분에 좀 더 유연한 방식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많은 작가가 이곳을 거쳐갔지만 그중에서도 가네야마 에이메이 Kaneyama Eimei는 2017년 개관 이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회화 작가다. 캔버스에 즉흥적인 움직임으로 풍부한 안료를 얹어 완성하는데, 그 자체로 추상회화의 색채를 짙게 풍긴다. 하지만 언뜻 추상의 형식을 보이고 있으나 좀 더 파고들면 다양한 기억의 형상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강동호 작가 역시 휘슬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하나다.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찾은 이미지를 바라보다가 대상의 형태, 색과 질감 속에서 은밀하고 불길한 인상을 포착해 캔버스로 옮긴다. 주인 없이 떠도는 사물 이미지의 첫인상을 추출해 가공한 뒤 치밀한 묘사를 더해 본래 이미지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 그의 작업 매력이다.




성시경·미코, 벨드캠프 BB&M

성시경과 미코 벨드캠프Miko Veldkamp를 손꼽은 BB&M 갤러리. 제임스 B. 리가 설립한 아트 컨설팅 회사 BB&M으로 시작해, 2021년 PKM 갤러리와 갤러리 바톤 등에서 전시를 총괄한 허시영과 공동으로 만든 공간이다. 성시경은 자유로운 드로잉과 과감한 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추상회화를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 중 하나다. 그는 붓질의 반복적인 규칙성과 궤적이 만들어내는 순수한 조형 언어를 탐구한다. 화면에 드러나는 패턴의 규칙성과 동시에 직관성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서 앞으로 작가가 펼쳐 보일 흥미로운 회화적 실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미코 벨드캠프는 빛과 그림자, 특유의 반복적 패턴을 활용해 자신의 기억이 투영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유희적이면서도 감상적이며 몽환적인 그의 회화는 나비파Les Nabis나 표현주의의 아늑하면서도 목가적인 장면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문명과 자연을 인종과 지리적 관념으로 결부했던 과거 이분법적 시각을 뛰어넘는다.




이우성·지근욱, 학고재

1988년 문을 연 학고재는 그야말로 한국 현대미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근현대미술, 특히 민중미술부터 현대미술이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주요한 작가들을 모두 아우르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우환, 윤석남, 박영하, 김선두, 김호득, 노순택, 정현, 장재민, 하인두, 이남규, 김은정, 오윤, 신학철, 강요배, 이종구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가를 조명해왔다. 이번에 학고재가 주목한 작가는 이우성과 지근욱이다. 이우성은 한국적 회화의 참모습을 가감 없이 펼쳐 보인다. 사생화, 민화, 풍속화, 괘불, 걸개그림, 심지어 지난 세기 유행했던 극장 간판 그림 양식까지 가리지 않고 종합적으로 차용한다. 작품의 주제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지근욱은 어떠한가. 색연필 하나로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는 캔버스에 연속해서 가는 선을 그어 색에 깊이를 더하고 층위를 만들며 종국에는 일종의 에너지를 뿜어내게 만든다. 두 작가 모두 오로지 ‘좋은 그림’을 추구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간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신경철, 리안갤러리

신경철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를 흐릿하고 아른거리는 표현 기법으로 나타내면서 풍경화라기보다는 ‘풍경성’을 화폭에 담아왔다. 거리에 따라 다층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그의 작업에서는 전통회화의 숙제이면서 난제이기도 한 ‘재현’이라는 개념에 대한 작가만의 해석을 엿볼 수 있다. 결국 작가의 비재현적 회화에 대한 방법론적 실험을 강조한다.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리안갤러리는 컬렉터 출신 안혜령 대표가 2007년과 2013년 각각 대구와 서울에 설립한 갤러리로 많은 현대미술 작가와 관람객의 가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진한, 갤러리현대

50년이 훌쩍 넘은 세월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킨 갤러리현대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갤러리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서 주목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서울과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진한. 그의 회화는 ‘사적 언어가 세상의 언어와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대의 원근법과 모더니즘 추상회화의 기법이 모두 존재하는 말 그대로 모순적인 공간이다. 한국 대중음악, 만화, 문학 등 대중문화를 레퍼런스로 결합해 작품으로 발전시킨다. 추상과 구상, 2차원과 3차원 사이를 오가면서 새로운 회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에스더 쉬퍼

초대형 설치 작품,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같은 실험적 현대미술을 주로 소개해온 에스더 쉬퍼 갤러리. 1990년 독일 베를린에 문을 연 후 필리프 파레노, 안 베로니카 얀센스, 히토 슈타이얼 같은 작가들을 지원하며 과감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이태원 경리단길에 서울 지점을 열고 갤러리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갤러리가 추천한 작가는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1984년생 아티스트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Sojourner Truth Parsons. 아프리카계 원주민 혈통을 지닌 작가로, 어린 시절 할머니가 자투리 실로 뜨개질한 담요나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이웃과 함께 만든 퀼트를 닮은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에스더 쉬퍼 코리아 김선일 대표는 “작가의 작품은 오랫동안 간과해온 비서양권 여성 작가가 주목받기 시작한 최근 현대미술계의 전환점을 대표한다”라며 “과거 시대의 상처를 물려받은 젊은 세대로서 독특한 시선을 제시하는 작가의 배경이 동시대를 사는 한국 여성과 비슷한 점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최수인·조은, 아트사이드

‘예술이란 끊임없는 주변의 중심화’라는 모토로 1999년 첫 포문을 연 아트사이드. 아시아와 유럽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데 특히 주력해왔다. 아트사이드는 2명의 여성 작가, 조은과 최수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최수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상황적 자아’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개인적 주체였던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존재가 되는 주체가 품은 순간 생겨나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캔버스 위에 구현하는 것. 흥미로운 지점은 마치 연극 무대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구조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조은 작가는 한국화와 동양화를 전공한 만큼 동양화에 사용하는 재료와 기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 언어를 구축한다. 한지 위에 먹과 물, 아교가 번지는 우연적인 형태에서 기인한 그만의 방법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해내는데, 이와 함께 ‘균형과 연결, 조화’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자연과 인간의 일상적인 관계와 모습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박경률·추미림, 백아트

아시아 미술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LA, 서울 등에서 숨은 보석 같은 아티스트를 주로 소개해온 백아트. 지난해에는 백아트 서울을 삼청동에 확장 이전하고, 올해 11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첫 한국 갤러리 지점을 오픈하는 등 국제 미술 교류의 거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백아트에서 주목한 작가는 박경률과 추미림. 선을 긋고 물감을 올려 물성의 흔적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이어온 박경률은 자유로운 화풍, 선명한 색감을 통해 회화가 지닌 본연의 매력을 펼쳐내며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에 참가할 예정. 한편 추미림은 그리드와 픽셀을 조형 언어로 활용해 디자인과 순수 미술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 웹, 데이터 기술 전반을 작업 주제로 삼아 독창적이면서 세련된 작품을 선보여왔다. 2019년 아시아 전 지역의 작가가 참여하는 일본의 국제 미술 박람회 ‘언노운 아시아Unknown Asia’에서 최고상인 ‘그랑 프릭스’를 수상했다.




윤석원·이영욱, 지우헌

북촌 한옥에 자리한 지우헌은 전통미 가득한 공간에서 동시대 미술을 고찰하고 신진 작가 발굴을 도모하는 전시 공간. 하지훈과 마이큐의 <디퍼Differ>, 백현진과 김태윤의 <부엌중심> 등 지금 주목받는 트렌디한 작가들을 한데 모아 의외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기획전을 주로 전개해왔다. 지우헌의 김아름 큐레이터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작가로 윤석원, 이영욱 두 작가를 언급했다. “윤석원의 작품은 감상할수록 그 대상이 오히려 모호해지면서 사적인 감정을 열어주는 ‘회화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모두가 아는 이미지를 캔버스에 가져와 아주 사적이고 내밀한 사유를 끌어내는 지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영욱 작가의 페인팅은 볼수록 아리송하다. 대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불규칙적으로 나열해 캔버스 전체를 하나의 기이한 생물 덩어리로 채운다. 회화에서 재현의 의미가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다시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작가의 작품은 여기에 현대적 감각과 센스까지 첨가해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제이디 차·정희민, 타데우스 로팍

2021년 독일 표현주의의 대가 게오르그 바젤리츠를 소개하며 국내 아트 신에 화려하게 데뷔한 오스트리아 기반의 대형 화랑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에 소속된 세계적 작가를 한국에 알리는 것을 넘어 올해부터는 유망한 국내 작가를 해외 무대에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타데우스 로팍이 선택한 유망주는 정희민과 제이디 차. 정희민은 디지털 이미지를 회화와 조각으로 변환하며 물질의 잠재성을 탐구하는 작가로,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작품에 질감과 부피를 더하며 매체의 질료성을 연구한다. 풍경화, 정물화 등 전통적 회화 장르를 그만의 시적, 시각적 은유가 내포된 작품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전개 중이다. 1983년생 한국계 캐나디안 작가인 제이디 차는 디아스포라적 정체성, 세계 역사, 가족적 유산 등의 주제를 텍스타일,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요소로 풀어내는 작업을 펼친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들었던 한국 민속 설화나 신화 이야기를 사회적, 개인적 서사로 재해석해 작품에 담아내며 고유한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김지영, P21

2017년 9월 서울 이태원에 개관한 P21은 주목할 만한 신예 작가를 엄선해 소개하며 국내 아트 신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각각 대비되는 2개의 독립된 공간 P1, P2의 물리적 특징을 창작의 동력으로 연결시킨 전시를 다수 진행해온 것이 특징. P21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로 회화적 화면에 사회의 이면을 중첩하는 작업을 이어온 김지영을 손꼽았다. 김지영은 회화뿐 아니라 설치, 사운드, 텍스트 등 여러 매체를 이용해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만연한 모순을 드러내는 작가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사건이 발생하게 된 상황을 다시금 인지하게 한다.





최혜경, 더페이지갤러리

회화, 설치, 조각, 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전시를 통해 동시대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이끄는 작가를 소개해온 더페이지갤러리는 뉴욕 하퍼스Harper’s 갤러리의 전속 작가로 브루클린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최혜경 작가를 주목했다. 초현실적인 배경 위에 비틀어지고 변형된 형태로 묘사한 인물과 개체들은 성 정체성과 주체성이 모호한 것이 특징. 이를 통해 작가는 한국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기대하는 모습과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신체와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향후 몇 년간 전시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활발한 작품 활동이 기대되는 작가다.




토니 저스트·타마르 마그라제, 에프레미디스

지난 5월 한국에 둥지를 튼 독일 베를린 베이스 갤러리 에르페미디스는 토니 저스트Tony Just와 타마르 마그라제Tamar Magradze를 추천했다. 먼저 토니 저스트는 독일인 소설가 한스 팔라다Hans Fallada가 1950년 공개한 자전적 소설이자 유작인 ‘술꾼The Drinker’에서 영감을 얻어 도형, 물방울, 얼룩의 형태를 차용한 회화 작품을 선보여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실존적 위기감을 견디지 못해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고통의 과정에서 눈물을 쏟는다. 이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작가는 손바닥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어렴풋이 보이는 형태 위에 피부와 촉감의 인상을 남기곤 한다. 또 타마르 마그라제는 현실 도피의 욕망을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대체로 중성적으로 보이는 인물은 관람객에게 모호한 시선을 던지며 그 어떠한 구체적인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을 통해 구소련이 붕괴하기 전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던 조지아에서 자란 자기 경험을 빗대어 시대적 트라우마를 위로한다.






박예림·이종환, 실린더

2020년 서울 관악구에 처음 문을 연 실린더가 2023년 5월 용산에 두 번째 공간을 오픈했다. 작가에게는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견고한 디딤돌을 제공하는 동시에 대중에게는 현대미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다양한 작가를 소개하는 공간이다. 이종환과 박예림은 실린더의 노두용 대표가 처음 내민 손을 잡은 이들로, 인연이 각별하다. 박예림은 일상에서 채집한 물질에 ‘몸’을 부여하고 외관이 하나의 ‘스펙터클’로서 존재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든다. 또한 주변의 유기체들과 상호작용하며 복합적인 감정선을 담는데, 마치 식물의 줄기가 자라나는 것처럼 기존의 스크린을 뚫고 자생하는 듯한 박예림의 회화에서는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한편 이종환은 화면에 음각을 만들어 환영적인 회화의 성질을 촉각적인 영역으로 끌고 온다. 또 화판이 가진 구조적 특징을 이용해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회화의 특성과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고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작가다.




옥승철·유예림. 갤러리기체

갤러리기체는 인지도나 장르 등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한 전시를 선보이며 한국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로 시작해 지금껏 곧은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는 갤러리다. 갤러리기체에서는 옥승철과 유예림을 주목할 만한 작가로 선정했다. 만화나 영화에서 기인한 복제 이미지를 소재로 삼아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옥승철 작가의 경우, 올해 상하이 K11 그룹전을 개최한 후, 도쿄와 스페인 발렌시아에 이어 중국 5개 도시 순회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유예림 또한 1994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2022년 ‘프리즈 & 샤넬 프로젝트: 나우 넥스트’에 선정될 만큼, 예술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작가다. 소설의 문장과 단어 혹은 일상의 다양한 텍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자신의 작업을 회화나 삽화 그 사이의 성격을 띤 작업이라 소개하는데, 이를 위해 작업 시 물성이나 붓질의 질감을 마치 수묵화처럼 평평하게 표현하는 특징을 지녔다.




사라 안스티스·신경미, VSF

에드 루샤Ed Ruscha의 대표 사진집 <다양한 작은 불꽃들과 우유Various Small Fires and Milk>에서 차용한 이름처럼 ‘세상을 밝히는 다양한 불’과 같은 다채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있는 VSF 갤러리. 한국계 미국인인 에스더 김 바렛Esther Kim Varet 대표를 비롯해 대다수의 구성원이 여성, 유색인종, LGBTQ 등으로 이뤄진 곳으로, LA에 처음 문을 연 후 지난 10년간 떠오르는 신인부터 중견, 원로 작가들까지 고루 선보이며 LA 아트 신의 ‘힙hip’을 대변하는 갤러리로 자리 잡았다. VSF 갤러리는 LA에서 활동 중인 신경미와 런던 기반의 회화 작가 사라 안스티스Sara Anstis를 추천했다. 신경미는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콜라주 기법의 평면 작업을 펼치는데,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찾은 사진 앨범 속 옛날 사진을 기반으로 서사와 역사적 사건, 인물을 한 화면에 층층이 쌓아 표현하며 시공간을 가로지른다. 파스텔 드로잉 기법을 살려 작업하는 사라 안스티스는 미술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성의 신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구현한다.




이상남·정영도, PKM 갤러리

윤형근, 유영국 등의 작품을 조명하는 동시에 존 발데사리,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 해외 작가들을 소개해온 PKM 갤러리. 이곳에서 주목한 작가는 이상남과 정영도다. 정영도는 인간의 직관적인 경험에 주목하는데, 이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해 자신의 예술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다. 어린 시절부터 동서양을 오가던 그는 대담한 색채로 구성하는 페인팅을 통해 상실감과 고통, 오해 같은 내밀한 정서와 욕망 등을 은유적이면서도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하다. 아크릴과 유화는 물론, 스프레이나 색연필, 흑연까지 사용해 보다 다채로운 표현을 구현하는 데도 주력한다. 이상남은 문명이 남긴 여러 요소를 기하학적 형태의 조형 기호로 재해석한 일명 ‘추상 풍경’을 구현한다. 이상남의 회화는 캔버스 위에 물감층을 입힌 후 사포로 갈아내는 과정을 50회에서 100회가량 반복하는 고행 같은 과정을 거친 다음 완성한 표면 위에 생동감 있는 색채와 기하학적 도상을 짜임새 있게 배치한다. 그래서 마치 하나의 건축과도 같은 인상을 준다.





박미나, 원앤제이 갤러리

최근 이전 개관 소식을 알린 원앤제이 갤러리는 강홍구, 권경한, 김수영, 김윤호 등의 소속 작가들과의 동반 성장은 물론, 2016년부터 시행한 ‘원앤제이 플러스원’을 통해 신진 작가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아트바젤의 작가 스테이트먼트 섹터에 참여해 한국 최초로 발루아즈 상을 수상하기도 한 원앤제이 갤러리는 박미나 작가를 주목하고 있다. 작가는 사회 구성원이 무의식적이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여러 사회적 통념과 규칙에 대한 의문을 담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를 위해 관습처럼 자리 잡은 기성품을 의미하는 레디메이드를 활용한 회화 작업을 선보이는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색 물감과 기호를 표현하는 딩뱃을 시각적 언어 수단으로 활용해 통념적인 상징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으로 구현해낸다. 이번 프리즈 기간에도 전시할 예정인 그의 작품 ‘색의 회화’는 영국 원예가 거트루드 지킬Gertrude Jekyll의 정원에 영감을 받아 만든 것. 다채로운 꽃이 핀 정원처럼 화려한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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