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ART

예술로 소통하는 아트 메신저 이소영

미술교육인, 작가, 유튜버이자 MZ세대를 대표하는 아트 컬렉터로 종횡무진 활약 중인 이소영 컬렉터. ‘아트 메신저’를 자처하는 그에게 예술은 일상 그 자체이자 삶의 동력이다.

EDITOR 김수진 PHOTOGRAPHER 이경옥

이소영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소통하는 그림연구소와 국제현대미술교육연구회, 현대미술 교육기관 빅피쉬 아트와 뮤지엄 교육기관 조이 뮤지엄의 대표이며, 미술 관련 저술 활동과 강의, 방송, SNS 등을 통해 대중에게 미술을 전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최대 아트 데이터베이스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아트 컬렉터 150인에 이름을 올렸다.



견고히 다져온 안목과 명징한 취향으로 개성 있는 컬렉션을 꾸려가는 MZ세대 컬렉터가 아트 신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빅피쉬 아트, 조이 뮤지엄, 리아트 그라운드 등을 운영하면서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 등의 책을 쓰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에 예술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며 예술로 세상과 소통 중인 이소영 컬렉터는 그 대표 주자. 미대생이던 20대 중반 데이미언 허스트의 ‘For the Love of God’ 판화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꾸준히 모아온 컬렉션은 현재 200여 점에 달한다. “미술을 향유하고 건강하게 소비하는 최고의 방법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사서 집에 걸어두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직접 고른 작품이 가득 걸린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매 순간 미술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쓰고, 논하는 삶을 살고 있다.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예술을 접했다고요. 특히 좋아했던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나요?
미술교육과 미술사를 공부하던 시절 프랑스의 근현대를 연결하는 화가들에게 매료됐어요.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를 두루 좋아하지만 특히 오딜롱 르동, 피에르 보나르 같은 작가들은 제게 무척 특별했죠. 르동은 주로 상징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기괴한 그림도 많이 남겼고, 보나르의 경우 나비파 화가지만 실내 풍경을 그린 앵티미즘 스타일의 작품을 다수 그렸어요. 이들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동시대 미술로 옮겨졌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컬렉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주로 어떤 작품에 매료되나요?
그저 귀엽거나 예쁘고 아름다운 작품보다는 그 너머에 다른 무언가가 있는, 색다른 시야를 열어주거나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작품을 좋아해요. 작품을 수집할 때는 특정 장르나 취향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가는 작가군은 있습니다. 잊힌 여성 작가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비슷한 또래 한국 작가의 작품을 유심히 보는 편이에요.

여성들이 술에 취한 모습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이은새 작가의 회화 ‘밤의 괴물들’. 예쁘거나 귀엽지는 않지만 강력한 힘이 느껴지고,
이 시대 젊은이들의 술 취한 모습을 회화적으로 잘 표현한 듯해 볼 때마다 재미있고 새롭다.

여성 아티스트에 대해 특히 많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 중인지 궁금해요.
2019년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만난 안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s의 작품을 참 좋아해요. 오래전부터 미술관에서 꾸준히 눈여겨본 작가인데, 개인 컬렉션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파라핀 오일과 유리로 만든 미니멀한 조각 하나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지금도 우리 회사 공간 한 곳에 놓여 있는데 설치에만 8~9시간이 걸려서 더 기억에 남네요. 로즈메리 카스토로Rosemarie Castoro, 리디아 오쿠무라Lydia Okumura의 작품도 소장 중이에요. 중요하지만 아직 저평가되어 있고 더 알려져야 하는 작가들이죠. 이 외에도 이은새, 최고운, 배헤윰, 박민하, 박경률 등 저와 비슷한 또래의 한국 여성 작가 작품도 좋아해서 많이 가지고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소장한 안 베로니카 얀센스의 ‘블루 하와이Blue Hawaii’. 파라핀 오일과 유리로 이뤄진 미니멀한 조각으로,
설치에만 8~9시간이 걸렸다. 현재 리아트 그라운드 공간에 소장 중이다.

집이 마치 갤러리 같아요. 상당히 많은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일상 공간에 예술품을 설치하거나 보관할 때 알아두면 좋을 팁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 작품을 전시하기 좋게 벽면 전체를 페인트로 칠했고, 창으로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 시공을 했어요. 집에 작품을 배치할 때 주로 벽면만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공간 구석구석을 활용하면 의외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요즘은 건식 화장실을 많이 사용하니 한쪽에 내구성 있는 조각을 두면 잘 어울리죠. 작품을 설치할 때는 주로 전문 아트 핸들러 팀과 함께 작업하는 편인데, 다산, 로아트, 큐비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걸고 싶은 작품 수와 사이즈 등을 미리 문의해서 여러 곳에서 견적을 받아보고 선택하는 걸 추천해요.

최근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를 통해 구입한 올리버 비어의 ‘리콤포지션Recomposition(Durer)’. 지난해 서울에서 작가의 첫 개인전이 열렸을 때
작품 안에 도자기 파편이 들어가는 시리즈를 한 점 소장했는데, 남편이 좋아하는 작가라 이번에 한 점 더 컬렉팅했다.

컬렉터로서 좋은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많이 보고 많이 공부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전시는 물론 작가 인터뷰, 미술 관련 서적 등을 열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죠. 이를 통해 안목을 기른 후 취향에 맞는 작가 중 보다 중요한 작품을 택하면 의미 있는 컬렉팅이 된다고 봐요.

아트에 관한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매일 해외 미술 칼럼을 읽고, 관련 논문을 찾아봅니다. 컬렉터이기도 하지만 본업이 미술교육 강사인 만큼 매주 다른 주제로 진행해온 현대미술 강의를 위해서라도 하루 최소 3~4시간은 미술 공부에 투자하고 있어요. 현대미술은 트렌드가 있어서 시간과 애정을 쏟아야만 흐름을 놓치지 않거든요. ‘아트팩츠(artfacts.net)’, ‘아트뉴스(artnews.com)’ 등을 매일 살펴보고, 기본 서양미술사 책은 늘 곁에 두고 반복해서 읽습니다. 또 그 안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 아티스트나 아웃사이더 아티스트에 관한 책도 꾸준히 찾아 보고 있어요.

9월 서울에서 다채로운 아트 관련 행사들이 연이어 펼쳐질 예정입니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이벤트가 있나요?
‘아트 위크’ 기간에 다채로운 행사가 많지만 결국 중심은 페어라고 생각해요. 이번 프리즈 서울, 키아프에서는 신진 작가 부스 섹션, 마스터를 비롯해 재조명받는 작가들이 등장하는 섹션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두 페어 모두 부스 경쟁이 치열했고, 그만큼 심사도 까다로웠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포커스 섹션에 나올 지갤러리, 에이라운지, 화이트 노이즈, 실린더 같은 갤러리가 기대됩니다.

손상락의 스틸 조각 작품과 팸 에벌린Fam Evelyn, 행크 윌리스 토머스Hank Willis Thomas의 대형 회화 작품이 어우러진 거실 전경.

우리나라 아트 신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아트 컬렉팅을 ‘꾸준히 향유하는 예술적 소비’로 여기는 문화가 정립되었으면 해요. 한국에 좋은 해외 갤러리도 많이 들어왔으니, 자주 들러 전시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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