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ART

아시아 아트를 향한 애정 존 도들랑드

아시아 아트 신에 대한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방대한 컬렉션을 꾸려온 컬렉터 존 도들랑드. 그에게 아트 컬렉팅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스스로의 내면과 취향을 확인하는 여정이다.

EDITOR 김수진 PHOTOGRAPHER 신창용(인물)

존 도들랑드   젊은 사업가인 동시에 아트 컬렉터이자 작가로 20대부터 아트 피스를 수집하며 컬렉팅의 세계에 입문했다. 중국 현대미술과 아시아 아트 신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수집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명화 프린트 에디션 회사 ‘더 리토 에디션’을 설립했다.



존 도들랑드는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사업가이자 열렬한 아트 컬렉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현대미술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패션 직물 분야의 벤처 사업을 펼친 20대 시절부터 아트 피스를 수집하며 컬렉터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국 현대미술과 아티스트 커뮤니티가 가진 정직함, 진정함 그리고 자유로움에 매료되어 아이웨이웨이Ai Weiwei, 왕유양Wang Yuyang, 첸지안롱Chen Jianlong 등을 비롯한 수많은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왔다. 최근에는 3D 스캐닝 기술로 현존하는 아티스트와 과거의 명화를 텍스처를 그대로 프린트한 에디션을 제작하는 ‘더 리토 에디션The Lito Editions’ 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아트계에 또 다른 행로를 개척해가고 있다. 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존 도들랑드와 컬렉터로서 그가 생각하는 아트, 그리고 미술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오 자오Zhao Zhao의 조각 작품 ‘Break on Steel’, 린톈먀오Lin Tianmiao의 ‘Golden Tools’ 시리즈 등이 놓인 거실 전경.


예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예술을 사랑하고 아트 마켓에 관심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를 처음 예술에 입문하게 만든 계기가 있다면 아마도 2010년 프랑스 아티스트 그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과 진행한 프로젝트일 것 같습니다. 그에게 보트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해서 제작했고 그걸 아트 피스로 프랑스 경매시장에 판매했거든요. 그게 제가 경험한 첫 아트 세계였어요. 처음 구매한 아트 피스는 어떤 것인가요? 그자비에 베이앙의 상어 작업입니다. 제가 의뢰한 배에 상어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걸 만들 때 그가 상어를 하나 더 제작했고, 그게 제가 구매한 첫 작품이었죠.


특히 중국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컬렉션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중국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흔히 우리가 보는 서구의 아트 신에서는 소수의 갤러리들과 아트 딜러만이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적어도 미국, 유럽 미술계에서는 더 이상 과거의 커뮤니티라는 느낌보다는 서로 간의 경쟁이란 느낌이 더 강하죠. 유럽이나 미국의 갤러리나 아트 딜러는 그들이 함께 일하지 않는 아티스트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조차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걸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중국은 정말 상황이 달라요. 베이징에 갈 기회가 생겼는데 그곳에서는 최고의 아트 딜러, 최고의 갤러리, 최고의 아티스트와 격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들은 항상 다른 아티스트, 갤러리, 딜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코멘트를 아끼지 않으며 서로를 존중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다른 갤러리에 소속된 아티스트와도 진정한 친구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죠. 아시아 아트 신이야말로 아티스트를 중심에 둔다고 생각하고 그게 바로 제가 중국과 아시아 미술 시장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점입니다. 공동체 의식과 관계에서의 정직함이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거든요.


중국 현대미술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나요?

서구의 트렌드와 화풍을 따라가지 않는,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간다는 점이 무엇보다 신선하고 강렬했어요. 그들의 그런 예술적 접근을 높이 평가하고 있죠. 중국 현대미술은 문화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시대로의 접근 방식에 변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컬렉팅을 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택하나요?

전적으로 제 느낌을 믿어요. 좋아하는 작품을 보면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느껴지거든요. 아트란 결국 나만의 취향을 대변하는 존재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쁨을 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따라서 전적으로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 작품을 선택해요.


가장 최근에 구매한 것은 어떤 작가의 작품인가요?

지아 아일리Jia Aili의 작품을 가장 최근에 구매했어요.


리토 에디션으로 제작한 에르빈 부름의 ‘Shine’.


클래식한 원목 벽과 현대적인 디자인 가구, 자오 야오Zhao Yao의 컬러풀한 평면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미팅 룸.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해요.

아트 시장은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 중 상당수가 대가들의 팔로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거장들의 작업에 더 큰 감동을 느끼고 꾸준히 관심을 갖습니다. 그들은 지금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에 비해서 훨씬 더 오랜 시간 작업했고 이름을 알리는 데 훨씬 긴 시간을 할애했으며, 덜 패셔너블하지만 훨씬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선호하는 갤러리가 있다면요?

베이징 코뮌Beijing Commune 갤러리가 선보이는 작가들과 작품을 가장 좋아하고 지금도 꾸준히 지켜보고 있어요.


좋아하는 프랑스 아티스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과 베르트랑 라비에Bertrand Lavier를 가장 좋아합니다.


회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방. 마추샤Ma Qiusha의 ‘You’, 상이신Shang Yixin의 ‘7056-4-1500’,

장 전위Zhang Zhenyu의 ‘Dust 140318’이 나란히 걸려 있다.



한국의 키아프나 프리즈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작년에 프리즈 서울에 방문했는데, 마치 아트바젤의 초기 모습을 보는 것 같았죠. 그 당시의 흥분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아트 페어와 한국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야말로 혁신과 창의력의 축제 같았어요. 정말 굉장했죠. 올해 9월에도 스케줄만 허락된다면 꼭 방문하고 싶어요.


그곳에서 주목한 작가나 갤러리가 있다면요?

페로탕에서 선보인 이배 작가의 전시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흑백의 심플한 터치가 다른 어떤 작품보다 강렬한 감동을 남겼거든요.


아시아 아트 시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시아의 아트 시장이야말로 아트 신 전체의 미래라고 확신해요. 서양 국가에서는 아트를 판매하는 시장이라면 아시아는 반대로 적극적인 바이어들의 시장이죠. 제가 보았을 때 한국은 혁신과 창의력을 구매하는 바이어들이 대부분이지만 아직까지 아티스트와 아트 역사 자체를 보고 구매하는 바이어들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고 생각됩니다. 카우스같이 단숨에 구매로 이어지는 작가들이 인기가 많은데, 이는 한국이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추어 컬렉터들에게 권하는 팁이 있다면요?

유행하는 것을 구매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아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아티스트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거든요. 아트를 투자의 일부로 생각하고 자신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어떤 작품이 투가 가치가 있다는 등의 주변 의견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구입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만의 취향을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 조언 부탁드려요.

무조건 많이 봐야 하죠. 살고 있는 도시의 뮤지엄, 갤러리, 아트페어뿐만 아니라 여행을 할 때는 그 도시의 뮤지엄을 많이 방문하세요. 많이 보면 볼수록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걸 보고 감동을 느끼는지 알 수 있고 결과적으로 눈을 높일 수 있거든요. 많이 보고 느끼는 것만큼 값진 배움은 없어요.


예술의 도시인 파리에 살고 있죠. 그곳의 뮤지엄 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피노Pinault 재단의 부르스 드 코메르스La Bourse de commerce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느 뮤지엄처럼 엄청나게 규모가 크지도 않고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현대미술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 공간이죠. 절제미와 심플함 그리고 예술에 정직한 장소며 특히 과거와 현재가 완벽히 조화를 이룬 곳이라 방문할 때마다 감동을 받아요. 파리는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굉장히 역사가 깊은 도시인데 이런 파리의 역사를 가장 현대적으로 잘 풀어낸 그야말로 환상적인 장소입니다.


2년 전 회사 ‘더 리토 에디션’을 창립했어요. 리토 에디션이 다른 에디션과 차별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에디션은 굉장히 한정적입니다. 보는 사람에게 원본 아트워크의 모양, 느낌, 깊이를 거의 전달하지 못하죠. 포스터로 얻을 수 있는 것과 유사한 평면이 대다수여서 원작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거예요. 리토 에디션은 ‘리토 캡슐 컬렉션’이라는 독자적 기술을 적용해 원본과 똑같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더 리토 에디션의 목표와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의 역할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요?

컬렉팅을 하며 잘 알고 지내게 된 많은 중국 현대미술가와 협업해 새로운 컬렉션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WRITER  김지은  COOPERATION  더 리토 에디션(lito.io)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