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SUPERCAR DRIVING

슈퍼카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3가지 슈퍼카 브랜드의 행사에서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 체험한 슈퍼 스포츠카 시승기를 통해 그 팁을 전한다.

EDITOR 김수진

MCLAREN ARTURA

영국 태생의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이 인천 송도에서 브랜드 체험 행사 ‘아투라 네온 드라이브’를 진행했다. 슈퍼카의 강력한 퍼포먼스와 도심에 최적화된 주행감을 동시에 갖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아투라’의 진면목을 선보이는 자리. 미래지향적으로 꾸민 행사장 내부에는 네온 조명을 받은 아투라가 날렵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차량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 이후 인스트럭터와 동행하는 시승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송도 맥라렌 매장에서 출발해 자동차 전용 도로를 타고 인천대교를 건넜다가 돌아오는 코스. 도심 주행과 고속 주행을 병행할 수 있어 두 얼굴을 가진 아투라의 진가를 맛보기에 제격이다. 차량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기 위해 먼저 조수석에 앉아 성능과 승차감을 경험했다. 출발과 함께 차체가 서서히 앞으로 나가는데, 어딘가 어색하다. 슈퍼 스포츠카의 상징과 다름없는 ‘부아앙’ 하는 배기음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아투라는 시스템 합산 출력 680마력, 최대토크 73.4kg·m의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고성능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전동화 모델로, EV 모드 주행 시 최대 31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주택가나 도심에서 굉음으로 눈총받을 일 없이 조용히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어느 정도 속도를 높이자 자연스레 V6 트윈 터보엔진이 깨어났다. 동력 전환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매끄러웠다. 경량화에 탁월한 실력을 보여온 맥라렌은 새로 개발한 초경량 카본 아키텍처를 아투라에 최초로 적용했다. 덕분에 V6 트윈 터보엔진과 E-모터, 배터리 팩을 모두 품고도 건조 중량은 1395kg에 불과하다. 차체는 가볍고 출력은 높다 보니 반응은 즉각적이고, 가속 성능은 가히 위력적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3.0초, 200km/h까지는 8.3초면 충분하고, 최고속도는 330km/h다. “가속 못지않게 공도에서 아투라의 매력을 느끼기 좋은 방법은 코너링인 것 같아요. 이 차의 민첩성과 주행 안정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가속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스티어링 휠의 조작만으로 코너를 돌아보면 진가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주행을 이끈 손인영 인스트럭터의 말이다. 본격적으로 핸들을 잡고 아투라를 몰았다. 첫인상은 차체가 상당히 낮고, 브레이크 페달이 단단하다는 것.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나 가속페달,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즉각적인 반응이 운전의 재미를 높였다. 주행 모드를 ‘컴포트’에서 ‘트랙’으로 바꾸자 차체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지는 점도 흥미로웠다. 방지 턱에서는 프런트 노즈를 들어 올려주는 리프트 기능이 빛을 발했고, 운전석과 A필러가 가까이 위치해 차체가 낮은데도 시야를 확보하는 데 답답함이 없었다. 행사장 주변에 도착해 EV 모드로 변환하자 성난 야생마 같던 차가 단번에 조용해지며 매끄럽게 주행을 이어간다. 화끈한 성능과 정숙한 매력을 두루 갖춘, 공도에 잘 어울리는 슈퍼카를 만났다.




LAMBORGHINI HURACÁN STO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람보르기니는 올해 8월, 한국에서 레이싱 토너먼트 대회 ‘슈퍼 트로페오Super Trofeo’를 개최할 예정. 그에 앞서 5월 26일, 차량과 브랜드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소개하는 ‘미디어 트랙 데이’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진행했다. 이날 서킷에 등판한 모델은 ‘우라칸 STO’와 ‘우라칸 에보 스파이더’, ‘우루스 S’. 이 중 단 하나의 주인공을 손꼽자면 단연 우라칸 STO다. “우라칸 STO는 슈퍼 트로페오 레이싱 모델 ‘람보르기니 스쿼드라’를 공도용으로 인증받은 차량으로, 모터스포츠에서 사용되는 뛰어난 성능을 일반 도로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큰 매력입니다. 에어로 다이내믹, 브레이크, 레이스 세트업 등 레이싱 카의 요소가 깃들어 있어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죠.” 시승에 앞서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이창우 드라이버가 차량의 특장점을 소개했다. 헬멧을 눌러쓰고 서킷에 들어서자 흰색 바탕에 파란 라인으로 포인트를 더한 우라칸 STO가 시선을 붙든다. 이 차가 품은 자연흡기 V10 엔진은 최고출력 640마력, 최대토크 57.7kg·m를 발휘한다. 엄청난 숫자지만, 사실 람보르기니에서 V10 엔진은 흔하다. 우라칸 STO의 진가는 가벼운 무게에서 비롯된다. 브랜드 고유의 경량화 기술에 힘입어 공차 중량이 현대 ‘아반떼’보다 조금 무거운 수준인 1339kg에 불과하다. 출력 대 중량비는 2.09kg/hp. 동일한 성능에 무게를 줄였으니 당연히 더 잘 나가고, 더 민첩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초, 200km까지는 9초 만에 주파한다. 서킷 위의 우라칸 STO는 돌격하는 황소 그 자체였다. 직선 구간에서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자 ‘딸깍’ 하는 듯한 기분이 들더니 가속이 극대화되며 순식간에 시속 200km를 돌파했다. 제동 능력도 놀라웠다. 가볍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속도가 빠르게 줄어 급가속 이후에도 코너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640마력을 뒷바퀴만으로 구현하지만 불안함은 없었다. 가속 구간에서도 차체가 노면에 착 달라붙은 느낌이 들었는데, 향상된 다운 포스 덕분이라고. 또 운전자의 움직임을 예측해 주행에 반영하는 통합 차체 컨트롤 시스템 LDVI도 탑재되어 있어 한결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레이싱 스티어링 비율을 적용한 즉각적인 핸들링, 더 날카로워진 엔진 사운드 등은 실제 레이싱 카를 주행하는 듯한 즐거움을 더했다. 우라칸 STO는 분명 일반 도로에서 레이싱 카의 주행 성능과 감성을 경험하기 좋은 최적의 모델이다. 그렇다면 서킷에서 벗어나 공도에서 우라칸 STO를 운전할 때의 팁은 무엇일까? 이창우 드라이버는 말한다. “주행 모드에 그 답이 있습니다. 공도를 달릴 때는 레이싱 퍼포먼스는 낮추고 운전의 즐거움에 집중할 수 있는 STO 모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또한 차고가 낮으니 방지 턱을 넘어갈 때나 경사가 심한 주차장을 진입할 때에는 리프팅 모드를 사용해 앞쪽 차고를 올리고 주행하길 추천합니다.”





MASERATI MC20


인제 스피디움에선 국내 최초로 ‘마스터 마세라티 코리아 2023’이 개최됐다. 이탈리아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안전한 주행 방법부터 서킷에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방법, 시선과 가속 시점 등 세세한 부분까지 교육 영상과 자료를 토대로 설명했다. 시승 프로그램은 현직 F1 드라이버 필리포 펜소티Filippo Pensotti가 진두지휘하고, 국내 프로 레이서들이 차량에 동석해 주행 기술과 차량 특징을 고객에게 알려주었다. 패독에선 최근 출시한 ‘MC20 첼로’가 당당히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마스터 마세라티 코리아 2023의 메인 요리는 서킷 주행이었다. 헬멧을 머리에 구겨 넣으며 MC20 조수석에 올랐다. 왜 운전석이 아니냐면, 처음에는 인스트럭터가 코스 설명을 하기 때문이다. 콘의 위치를 알려주고 제동과 가속 위치, 코너를 탈출하는 요령을 시범 보인다. 코스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됐다. 첫 주행 소감은? MC20는 마세라티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다. 네튜노 엔진은 F1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중 연소 기술을 도로에서 실현한 엔진이다. 엔진음은 베르디의 오페라처럼 웅장하다. 630마력의 V6 90도 3.0리터 터보엔진은 리터당 210마력을 발휘해 현존하는 V6 엔진 중 가장 강력하다. MC20는 스포츠 주행을 위해 탄생했다. 기본 주행 모드가 GT다. 극단적으로 낮은 지상고와 시트 포지션을 갖춰지만 GT 모드에서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슈퍼카 기준으로 불편하지 않아 공도 주행도 부담 없다.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의 감각도 가볍다. 사뿐하게 움직인다. 무게중심이 매우 낮고 후륜구동이라는 점도 든든하다. 노면을 움켜쥐고 달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피칭 없이 균형을 유지하며 통과했다. 특히 코너에서 빠져나와 언덕을 오를 때에는 스로틀을 개방해 가속해야 했는데, 이때 리어 그립이 안정적으로 작동해 균형을 흩트리지 않고 잡아줬다. 오버스티어 걱정은 접어도 된다. 횡측 이동이 마우스 커서를 옮기는 것마냥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이와 같은 자세 제어장치들은 공도 주행에서 유용하다. 차선을 옮기고 코너에 진입할 때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하지만 짜릿함을 기대한다면 주행 모드를 바꿔야 할 것이다. 센터 콘솔의 실렉터를 돌려 CORSA 모드를 선택하면 트랙션 컨트롤이 덜 활성화된다. 안정성 제어가 활성화되긴 하지만 임곗값이 높아 운전자는 전자장치 개입 없이 오로지 자신의 감각으로만 1.6톤짜리 슈퍼카를 제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건 매우 도전적인 핸들링이 될 테니 추천은 못 하겠다. 서킷 주행에 이상적인 것은 스포츠 모드였다. 스티어링 휠과 서스펜션이 팽팽해지고, 조향 감각은 묵직하다. 무게만큼 기민하게 움직였다. 코너에서 연석을 밟으며 이동해도 균형을 잃지 않아 일부러 연석을 찾아 밟았다. 그럼에도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고 접지력을 유지했다. 직선 구간에 진입해 가속을 시도하니 시속 220km를 쉽게 넘어섰다. 가속 다음은 제동이다. MC20는 브레이크 답력이 매우 빠르다. ‘풀 브레이킹’ 시 제동 거리가 짧아 브레이크 페달에서 힘을 슬쩍 빼기도 했다. 프로그램을 마칠 때 즈음에는 코스를 완전히 체득했다. 제동과 가동 포인트를 외웠고, 차량 제어하는 방법도 마스터했다. 이다음 난이도는? 트랙션 컨트롤을 끄고 주행하는 것일 테다. 순순한 MC20를 마주하는 것, 그날을 기대하며 마스터 마세라티 코리아 2023을 마쳤다.





WRITER   조진혁(마세라티 MC20 시승기)  COOPERATION  맥라렌 서울, 람보르기니 서울, FMK 마세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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