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호

POWER DUO 22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나보다 나은 둘’ 같은 문장을 매 순간 느끼고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패션, 아트, 디자인, 건축, F&B 등 각 분야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며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듀오 22팀. 이들이 전하는 ‘둘’의 매력과, 함께여서 가능한 시너지에 대하여.

왼쪽부터 전준호, 문경원

전준호 × 문경원

전준호와 문경원이 처음 만난 건 2007년. 개인전을 위해 해외로 떠난 두 아티스트는 비행기 안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의기투합했다. “이 정신없는 시대에 예술은 대체 어떤 화두를 던질 수 있나?”, “예술이 TV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더 우월하다는 근거는 뭐지?”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같은 질문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은 몇 년 후 ‘뉴스 프럼 노웨어News from Nowhere’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건축가, 디자이너, 과학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현대 예술의 지향점을 새롭게 정의하고 실험한 것이다. 이 듀오의 작업물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2년 카셀 도큐멘타를 시작으로 201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2018년 테이트 리버풀 전시,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초청 작가…. 명성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고, 그들은 지금 영향력 있는 예술가가 됐다. 그래서 두 사람은 첫 질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았을까. “결국 예술은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소환하고, 성찰하게 하는 매개체인 것 같아요. 모두가 한곳을 바라볼 때 다른 면을 보게 만드는 것. 저희가 추구하는 작업의 방향이기도 합니다.” 다음 프로젝트는 아트 필름이다. 영화를 만들고 극장에서도 상영할 생각이다.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만. 두근거리는 결과물은 곧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이우경


왼쪽부터 송승원, 조윤경

인테그 | 송승원 × 조윤경

2016년 라이즈 호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아크로 대림, MGRV 공유 주거, 브라이튼 한남과 N40 등 도심 라이프스타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공간을 선보여온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인테그’. 뉴욕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건축과 도시계획을 공부하던 시절 선후배 사이로 만난 송승원 소장과 조윤경 소장이 함께 이끌고 있다. “특히 건축설계나 공간 디자인의 경우, 사람들의 일상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프로젝트의 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감각과 노하우가 기반이 되다 보니 혼자일 때보다 더 다채롭고 풍성한 작업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송승원 소장의 말처럼, 인테그의 작업은 대다수가 단순한 공간 설계를 넘어선다. 콘셉트 기획부터 브랜딩, 그에 따른 공간 디자인과 가구 및 오브제 배치, 작품 선택 등 공간에 필요한 수많은 요소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이들의 강점. 조윤경 소장이 말을 이었다. “송 소장이 거시적 맥락을 파악해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편이라면, 저는 좀 더 디테일한 요소를 세심하게 살피며 프로젝트에 접근해요. 최근 진행한 브라이튼 N40의 경우 유닛은 송 소장이, 어메니티나 가구 등은 제가 주도했죠.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재동에 짓고 있는 사옥이 저희의 시너지를 잘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될 것 같아요. 새 브랜드도 론칭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DITOR 김수진 PHOTOGRAPER 이우경


왼쪽부터 왕세윤, 최인영

스웨덴세탁소 | 왕세윤 × 최인영

차분한 음색, 따뜻한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많은 이를 위로하는 듀오 밴드 ‘스웨덴세탁소’.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와 코러스를 맡고 있는 왕세윤, 보컬과 키보드를 담당하는 싱어송라이터 최인영은 무대 안과 밖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조력자이자 파트너다. “최근 ‘바다’라는 곡을 작업할 때였어요. 특별한 설명 없이 노트에 멜로디와 가사만 대략 적어서 세윤이에게 전달했는데, 이걸 가지고 상상 이상의 사운드로 편곡을 끝내놓은 세윤이를 보고 ‘역시 우리 팀 하길 잘했다’라고 생각했죠.” 팀워크가 어떠냐는 질문에 답하는 최인영의 말에 왕세윤이 덧붙였다. “아무리 잘 맞아도 항상 맞을 순 없어요. 곡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그럴 때 저희는 그럼 의견이 서로 일치하는 최소한의 단위부터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면 서로 양보해야 할 부분이 명확해지고, 생각도 환기가 되거든요.” 함께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이들은 갈등도 누구보다 지혜롭게 해결해가며, 지칠 때마다 서로가 원동력과 용기가 되어준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저희 둘의 작업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와 함께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싶어요.” 


EDITOR 이지형 PHTOGRAPHER 이기태 hair 권도연 makeup 박수연


왼쪽부터 홍두의, 박범석

파인앤코 | 홍두의 × 박범석

바텐더를 상징하는 과일 파인애플에서 착안해 이름 지은 ‘파인앤코’에서 무궁무진한 칵테일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박범석 대표와 홍두의 대표. 2017년, 위스키에만 집중하는 한국 바bar 신에 안타까움을 느낀 두 사람은 칵테일의 영역을 ‘음료’로 확장하자는 의견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함께 ‘파인앤코’를 시작했다. “칵테일은 한 가지 베이스를 중심으로 여러 재료가 섞이면서 ‘1+1=100’을 만들어내는 음료입니다. 저희도 서로의 아이디어가 합쳐질 때, 칵테일처럼 ‘1+1=100’의 결과를 만들어내죠. 이제는 작업할 때 대화를 길게 하지 않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어요.” 이 둘은 서로의 장점은 물론,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박범석 대표의 장점은 호기심이 많은 거예요. 음식에도 관심이 많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하죠” 라는 홍두의의 말에 박범석은 “홍두의 대표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어떤 상황에서도 실현해줍니다. 최근 ‘칵테일 메뉴를 게임으로 만들어보자’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한마디를 현실로 이루어지게 해줬죠”라고 말한다. 각자 확고한 신념이 있지만 힘든 상황일수록 잠시 고집을 내려놓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집중한다. “작은 갈등이 쌓여서 큰 문제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함께하며 어떤 갈등 상황에서도 서로의 마음과 의견을 충분히 설명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EDITOR 이지형 PHOTOGRAPHER 이창화


왼쪽부터 고영성, 이성범

포머티브 건축 | 고영성 × 이성범

학교 선후배에서 대형 건축 스튜디오 포머티브 건축사무소의 두 수장이 된 고영성·이성범 소장. 각자가 지닌 뚜렷한 건축적 지향점은 두 사람의 인연을 보다 공고히 만들어주었다. “저희에 대해 얘기할 때면 조형적으로는 과감하지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배려 또한 놓치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저희는 이것을 ‘일상을 파고든 비일상의 공간’이라고 설명해요. 특색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살아가는 이들을 고려한 설계를 고민하죠. 저희의 건축적 지향점이기도 하고요.” 큰 규모의 건축을 주로 선보였던 이성범과 세세한 디테일과 소규모 건축에 능수능란한 고영성의 유연한 융화는 포머티브 건축의 입지를 탄탄하게 만든 최고 요인이다. 대표작 ‘토리코티지’ 프로젝트나 ‘삼달오름’ 등 스테이형 건축이 유독 많은 이유 또한 시각적 경험과 편안한 휴식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목적성을 지녔기 때문. 불과 몇 년 새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선보였을 만큼 방대한 작업량을 자랑하지만 현재진행형인 프로젝트 또한 다수다. 함께 바라보는 새 목표점의 방향 또한 뚜렷하다. “기회가 된다면 공공 건축물을 지어보고 싶어요. 또 다른 목표가 있다는건 성장할 계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거잖아요. 우스갯소리로 ‘삶은 건축이다’라는 말을 하는데, 좋아하니까 계속 더 새로운 일을 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둘 모두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죠.”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이창화


왼쪽부터 윤정현, 최용욱

피에르 블랑쉐 | 윤정현 × 최용욱

이국적인 향이 물씬 풍기는 이름의 뮤지션 듀오 피에르 블랑쉐는 사실 경기도 고양시의 백석동에서 시작했다. 과거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윤정현과 파티 DJ로 활동하던 최용욱은 음악을 진로로 고민하던 시기에 전자음악을 통해 만났다. “전통적인 음악과 다르게 상상력이 있으면 구현이 가능해요. 표현의 자유도가 높고, 아티스트마다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죠.” 함께 음악을 스케치 후 믹스 & 마스터 과정은 윤정현이, 유통의 역할은 최용욱이 맡으며 완벽한 이분화를 이루고 있다. 서로의 장점을 묻자 “작업의 방향성에 대한 저의 고집을 수용하고 많이 이해해줘요”라고 말하는 윤정현에게 “형의 단점이 곧 장점이에요. 집요한 부분이 피에르 블랑쉐의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죠” 라고 최용욱이 답했다. 함께한 지 5년이 된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바로 첫 번째 정규 앨범. “정규 앨범은 저희가 해왔던 것의 집대성이자 앞으로 해나갈 초석이에요.” 최근 ‘2023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음반 부분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한 피에르 블랑쉐의 올해 목표는 좀 더 깊이 있는 음악을 하는 것. 팀명에 담긴 뜻인 ‘흰 돌’처럼 굳건히 그리고 단단하게 그들만의 한국 전자 음악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있는 피에르 블랑쉐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DITOR 김송아 PHOTOGRAPHER 이경옥


왼쪽부터 황규창, 김다혜

국악 듀오 | 황규창 × 김다혜

지난해 국립정동극장이 주최하는 2022 청년 국악 인큐베이팅 사업, ‘청춘만발’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고 있는 가야금 연주자 김다혜와 타악기 연주자 황규창. ‘아티스트가 사랑한 궁’이라는 궁중 문화 축전 행사 등 다수의 공연을 선보이며 국악 듀오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가야금 앙상블로 이루어진 ‘오드리Odrey’라는 팀 활동 당시, 객원 연주자로 황규창 연주자를 만났어요. 서로 음악적인 얘기를 나누면서 같이 활동하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재작년부터 같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며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는 김다혜는 “영감이 될 만한 장소나 소리 등을 주로 이야기하다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짧은 멜로디나 장단으로 만들어냅니다. 이 작업들을 토대로 곡의 전체 구성을 정하고 디테일하게 만들어가죠”라고 끊임없는 소통과 빠른 피드백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는 황규창은 패션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녔다. “패션쇼에 음악, 퍼포먼스로 참여해서 우리의 음악이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와 협업을 시도해 스펙트럼이 넓은 팀이 되고 싶어요.”


EDITOR 정두민 PHOTOGRAPHER 이기태 HAIR 권도연 MAKEUP 박수연


왼쪽부터 유승민, 신용섭

스튜디오 신유 | 유승민 × 신용섭

조립, 결구의 방식으로 빚어낸 가구의 구조와 조형적 미감으로 디자인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튜디오 신유’. 지난해 스타트 아트페어 참여는 물론 한국 가구 작가 최초로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전시를 진행하며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신유’는 일본어로 ‘친우親友’를 의미해요. 신용섭 디자이너와는 고등학생 때부터 절친이었죠. 어느덧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하고 있네요.” 부족한 부분을 나누기보다 서로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두 사람은 철저한 분업 속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한다. “저는 새로운 디자인과 제작에 집중하고, 스튜디오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은 유승민 디렉터가 도맡아 하고 있어요.” 각자의 역할이 큰 시너지 효과를 냈던 작업은 재작년 ‘무신사 테라스’에서 진행했던 <무신사원> 전시라고 유승민 디렉터는 말한다. “처음에는 무신사 테라스 안의 작은 공간을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담당자를 설득해서 공간 전체를 전시에 활용할 수 있었어요. 신용섭 디자이너는 큰 규모에 걸맞은 전시를 기획하고 그곳에 들어가는 모든 작품을 제작했죠. 서로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EDITOR 정두민 PHOTOGRAPHER 이경옥


왼쪽부터 김기훈, 김현섭

메쉬커피 | 김기훈 × 김현섭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커피를 소개하고자 시작한 ‘메쉬커피’. 스페셜티 커피 산업 분야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바리스타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티스틱 커피 듀오를 결성했다. “다니던 회사를 함께 퇴사한 후 도쿄에서 커피 여행을 하면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성수동에 카페를 차렸어요. 저희가 로스팅한 원두의 다양한 맛과 ‘산미’라는 새로운 경향의 커피를 소개하기 시작했죠.” 카페 운영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의 경계를 각자에게 맞게 나누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김현섭 로스터는 “저는 주로 로스팅을 맡고,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는 기훈이는 바리스타로 활약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커피를 만들어낸다. “커피는 기본적으로 깔끔한 맛을 표현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지만 각자의 해석에 여지를 두는 편이에요. 한 사람의 아이디어보다 둘이 작업한 결과물이 입체적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것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함께한 지 어느덧 10년 차인 둘은 ‘도쿄 커피 페스티벌’에 한국 최초로 참가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장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어요. 이후 메쉬커피가 전 세계 커피 산업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죠.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로스팅을 잘하는 업체를 발굴해 소개하고 싶어요.”


EDITOR 정두민 PHOTOGRAPHER 이경옥


왼쪽부터 황선우, 김하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황선우 × 김하나

무려 19쇄를 찍고 일본, 대만, 중국으로 진출한 베스트셀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주인공 황선우·김하나 작가. 프리랜스 카피라이터였던 김하나와 코리아의 에디터였던 황선우는 2016년 함께 아파트를 장만하며 서사를 시작한다. 이들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시작으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펼쳐나간다. 특히 둘이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여둘톡(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는 애플 아이튠즈 ‘2022년 가장 사랑받은 팟캐스트’로 선정되며 1천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혼자라면 더 힘들고 외로울 법한 일도 둘이 함께 하며 업무 강도도 완화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되는 것 같아요.” 둘이 함께 하는 팟캐스트는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하나 작가는 리더십이 뛰어나요. 무엇이든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합니다. 또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함께 일할 때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죠”라고 황선우는 이야기한다. “황선우 작가는 무엇이든 이루어지게 해요. 그냥도 아니고 이왕이면 ‘멋지게’ 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어요”라고 김하나도 화답했다. 최근 함께 탁구를 즐기고 있는, 하는 것마다 잘되는 이 ‘여자 둘’이 앞으로 펼쳐나갈 일들이 기다려진다. 


EDITOR 이지형 PHOTOGRAPHER 이기태


왼쪽부터 지요한, 진서연

언리얼 스튜디오 | 지요한 × 진서연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 틈에서 자신만의 것을 추구하는 ‘언리얼 스튜디오’. 대표 겸 사진가 진서연과 지요한에게 서로는 없어선 안 될 삶의 동반자이자, 신뢰로 무장한 동료다. 시작은 2015년도 김영나 디렉터가 총괄하는 패션 브랜드 코스COS와의 협업 프로젝트부터였다. “함께 진행한 첫 작업이었어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러 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해 논한 글을 읽고 난 다음 저희가 해석한 시각을 토대로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사진에 녹여내는, 재해석이 필요한 작업이었죠.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이후 진서연 대표가 스튜디오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여러 프로젝트를 완수했지만 많은 시도와 착오를 거친 끝에야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순발력과 예술적인 한 끗을 지닌 지요한 사진가, 꼼꼼하고 상대와의 소통에 있어 특히 빛을 발하는 진서연 대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을 찾은 것. “합쳐져야 완전체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꼿꼿하기만 한 나무는 태풍에 부러지지만, 휘어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나무가 더 강한 것처럼요. 함께하는 것이 서로를 더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현재 언리얼 스튜디오는 보다 더 다양한 시도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을 매개로 가구를 만들어본다거나 360도 촬영처럼 다양한 기법을 접목해보기도 하는 등 기존에 해왔던 작업과 함께 더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요. 일이지만 재밌게요.”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이창화


왼쪽부터 오선주, 오수

오선주 × 오수

섬유공예 작가 오수와 도자공예를 선보이는 오선주 작가의 인연은 2019년 서촌도감에서 진행한 2인전에서부터 시작됐다. “각각 다른 물성을 다루지만, 둘 모두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어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전시 담당자의 제안이 있었어요.” 섬유의 가벼움과 도자의 묵직함, 차분함과 활발함. 두 작가의 모든 면모가 대척점에 놓여 있었지만,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추구하는 기준 그리고 열정만큼은 일치했다. “물론 새로운 소재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지만 둘 사이의 행위와 대화에는 늘 서로에 대한 존중이 섞여 있어요. 기다릴 줄 알고 절충하죠.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만족도와 기준치까지 비슷하다 보니 성격도 어느새 조금씩 섞이기 시작하더라고요.(웃음)” 작업을 위한 토대 격인 도자 제작이 우선이 되는 만큼 오선주 작가가 기틀을 닦으면 이를 섬유로 채우고 감싸는 작업은 오수 작가가 진행한다. 기다림이 수반되지만, 기저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 돌 형태의 도자에 마치 이끼가 낀 듯한 첫 작품 ‘영원한 초록’ 시리즈는 이 같은 과정의 결과물이다. 2년에 한 번씩 협업작을 선보인다는 규칙에서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깊이 존중하고 위하는 마음마저 엿볼 수 있다. 이르면 내년 다시 한번 2인전을 준비 중인 그들은 매일같이 새로운 시리즈를 위한 고민에 여념이 없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안지섭


왼쪽부터 김세중, 한주원

씨오엠 | 김세중 × 한주원

듀오의 인연은 명함에서 싹 텄다. 대학 졸업 후 처음 스튜디오를 차린 한주원은 주로 미술관 전시 디자인 작업을 하며 명함을 돌렸다. 양혜규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김세중의 손에도 명함이 쥐여졌다. 마침 그의 머릿속에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던 무렵이었다. “연락받기 전부터 김세중 실장의 일러스트 작업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어요. 직접 만나니 성향도 정말 잘 맞았고요.” 벌써 10년 차, 두 사람이 이끄는 스튜디오 ‘씨오엠’은 디스이즈네버댓, 펠트커피 등 F&B 및 의류 매장 그리고 하이브 사옥 디자인까지 공간과 그곳을 채우는 가구를 디자인하며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두 명 다 조용하고 나서지 않는 성향이라 잘 통하면서도, 한주원은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고 김세중은 현실적인 계획과 계산을 잘하는 타입이라 서로를 다행이라 여긴다. 듀오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는 작업은 2021년 씨오엠이 독립적으로 선보인 전시 다. 클라이언트의 주문서를 벗어나 지금까지 진행한 작업을 정리한 전시였다. “그간의 행적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지속해서 개인전을 열고 싶어요. 6월엔 워키토키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 계획입니다.” 씨오엠의 목표는 명확하다. 시간에 휩쓸리지 않는 것. “5년 후, 10년 후에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GUEST EDITOR 한동은 PHOTOGRAPHER 이창화


왼쪽부터 송고은, 장혜정

웨스 | 송고은 × 장혜정

우연 같은 만남이었지만, 운명처럼 맞아떨어졌다. 서울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2명의 큐레이터 중 송고은은 자유로운 리서치와 연구를 위한 기금 마련을, 장혜정은 동료들이 모여 활발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고민 중이었다. 갤러리에 앉아 우연하게 시작한 두 큐레이터의 대화는, 갈래는 달랐지만 같은 뿌리의 고민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기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맞물리듯 채워가며 이어졌다. 그렇게 기획자 공동 플랫폼 ‘웨스’의 실체가 짙어졌다. 11인의 큐레이터가 모인 웨스는 성북동 건물 2층에 위치한 공간에서 각 기획자들이 고민하던 전시 및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서로의 관심사와 피드백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듀오의 협업이 빛났던 순간은 지난 12월, 3회 차를 맞은 전시 및 출판 프로그램 <전시후도록>이다. 두 공동 조직자의 주도 아래 9인의 웨스 공동 기획자는 빛을 보지 못하고 이미 지나간 작업과 기획을 출판물을 통해 다시 호출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 ‘보람’이 웨스를 운영하는 기쁨이자 원동력이에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이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서로 간의 신뢰가 없다면 시작도, 유지도 어려웠을 거예요. 서로를 개별적 창작자로서 인식하면서도 동료로서 지지하고 자유롭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웨스의 색을 변함없이 유지하며 지속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GUEST EDITOR 한동은 PHOTOGRAPHER 이우경


왼쪽부터 신동혁, 신해옥

신신 | 신동혁 × 신해옥

그래픽 디자이너 신해옥과 신동혁이 ‘신신’이란 이름으로 함께해온 지 벌써 9년이 됐다. “ ‘신신’으로 활동한 건 결혼 이후지만, 대학 때부터 연애하면서 같이 작업도 하고 서로 의견을 물으며 지금처럼 지냈어요. 당시 제가 롤 모델로 삼았던 디자이너 대다수가 듀오로 활동하고 있었거든요. 우리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신동혁의 소개다. 수많은 출판물의 흥망성쇠와 변천 속에서도 신신은 그들의 방식대로 ‘재미있는 일’을 이어왔다. <월간 디자인> 500호 레노베이션 디자인, MMCA 미술책방과 함께 한 ‘윈도우 프로젝트’, 스탠다드 에이에서 연 전시 <참참참> 등이 대표적. 프로젝트의 90%가량은 독립적으로 진행하지만 상황에 따라 한 가지 일에 함께 매진하기도 한다. “재작년에 세종문화회관의 로고를 새로 만들고 공간의 얼굴을 바꾸는 아이덴티티 리뉴얼 작업을 했어요. 함께 상의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동혁 씨가 타이포그래피와 로고를 만들고, 저는 그걸 인쇄물과 공간에 적용했죠.” 신해옥의 말에 신동혁이 덧붙였다. “저는 재료를 준비하고, 레시피는 해옥 씨가 개발한 셈이에요.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동조하거나 서포트하다가도 어느 순간, 일을 방해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그 모든 과정이 한 화면에 축적되는 것. 그게 우리의 협업 방식인 것 같아요.” 


EDITOR 김수진 PHOTOGRAPER 이우경


왼쪽부터 김민선, 최문선

뮌 | 김민선 × 최문선

‘뮌Mioon’은 근 20년간 작업을 함께해온 동료이자 삶을 나눠온 부부다. 20대 후반 독일 유학 중 만난 이들은 서로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침범’하는 것을 허락하며 자연스레 작업 파트너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20대 후반은 정말 우둔한 나이라서 서로 시너지가 될 것은 없었어요. 다만, 서로의 비전 없음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넘어 이제 ‘중견 작가’로 불리는 이들이 그 시절의 초심을 회상하고 20년을 정리한 전시가 2022년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 <오후 3시의 치즈케이크와 추리극>이었다. “싸구려 치즈케이크랑 커피를 놓고, 매일 오후 두세 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얘기를 나눴어요. 가장 불안한 시기였는데, 당시에도 왠지 이 순간을 나중에 소중하게 기억할 거라는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나요.” 20대 후반의 그들과 이제 50대에 다다른 그들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마 ‘깊이’와 ‘여유’일 것이다. “살아온 대로 사는 것, 그게 예술가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에게 꼭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옵션을 주고 나니, 외려 모든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술에의 눈먼 추구나 상업성에 함몰되지 않으려 한발 떨어져 관조하고, 다음 나갈 길을 찬찬히 모색하는 여유. 준비가 되기 전까지 섣불리 붓을 들지 않는 근사한 신중함이 오히려 뮌의 다음 비상을 기대하게 한다. 


GUEST EDITOR 박지혜 PHOTOGRAPHER 이기태


왼쪽부터 윤송이, 박지현

10월 19일 | 윤송이 × 박지현

‘만약 디저트를 코스로 즐길 수 있다면?’이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현실화한 공간 ‘10월 19일’을 운영하는 윤송이·박지현 셰프. 부부이자 같은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며 인연을 이어오던 그들은 가게 상호명을 고민하다 결혼기념일인 ‘10월 19일’을 선택했다. 디저트에서 느낄 법한 달콤한 맛은 기저에 있지만 씁쓸하거나 시큼하기도 한 독특한 플레이버의 ‘세이버리 디저트Savory Dessert’는 두 사람의 노력이 담긴 이곳의 시그너처다. “저희 둘 다 셰프로서 욕심이 많아요. 많은 가게 중에서 굳이 이곳을 찾은 만큼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거든요.” 시즌별로 새로운 디저트 코스를 선보이는 만큼 매번 새로운 메뉴는 물론, 제철 채소를 활용하거나 소스와 버터 같은 식재료의 경우에는 직접 제조하는 등 재료 선택부터 플레이팅까지 신중을 기한다. 의견 충돌은 당연지사다. “일할 때만큼은 열렬히 싸워요. 서로 자기주장이 강해서죠. 둘 다 좋은 디저트를 선보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두 사람은 확실한 분업으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박지현 셰프가 미식美食을 위해 메뉴 자체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면, 방문객들과 소통하는 것은 윤송이 셰프의 주 역할이다. “둘이어서 이렇게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혼자였으면 꿈도 못 꿨겠죠. 서로를 보완해줄 사람이 삶에 자리한다는 것에 감사해요.”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안지섭


왼쪽부터 김성국, 김시종

존 쿡 | 김성국 × 김시종

페인팅 작업을 하는 김성국과 사진을 찍고 디지털로 작업하는 김시종으로 이뤄진 아티스트 듀오 ‘존 쿡’. 영국 유학 시절 친분을 쌓은 이들은 한국에 돌아와 작업실을 공유하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그룹 활동을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끼리 서로 핑퐁 게임하듯 작업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프로젝트가 활발해요. 존 쿡 활동은 제가 먼저 제안했는데, 성향이나 작품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도 주변 이야기를 희화화해 풀어내는 ‘코드’가 워낙 잘 맞아서 좋은 작업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김성국의 설명이다. 각자의 이름으로 활동하며 동시에 존 쿡으로서의 작업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협업 방식은 명료하다. 공동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주제를 정한 후, 하나의 캔버스를 번갈아 주고받으며 각자 자유롭게 작업하고, 마지막에 함께 마무리한다. 영국 듀오 아티스트 길버트 & 조지의 모습 위에 자신들의 얼굴을 합성한 ‘존 쿡John Cook’, 폴 스미스 매장 건물 내부에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폴과 바다Paul and the Sea’ 같은 재기 발랄한 작품들이 이렇게 탄생했다. 김시종은 말한다. “작업을 주고받다 보면 매번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는데, 재미있고 놀라워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기법도 가능하구나’ 등을 느끼며 많은 것을 배웁니다. 혼자라면 결코 알기 어려웠을 확장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아요.”


EDITOR 김수진 PHOTOGRAPER 이우경


왼쪽부터 엄지나, 서병문

뷔미에트 | 엄지나 × 서병문

‘뷔미에트’는 해체주의적 시각으로 모던함을 풀어내는 두 가지 매력을 동시에 지닌 패션 브랜드다. 남성복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서병문과 무대의상을 전공한 후 의류 회사에 다니던 엄지나는 함께 영국 유학길에 올랐고 그 후 뷔미에트가 탄생했다. “저희 둘의 성향을 많이 반영했어요.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했죠.” 서병문 대표는 생산과 회사의 전반적인 부분을, 엄지나 실장은 스타일링과 디렉팅을 책임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으로 모든 것을 공유해요. 잠깐 나눴던 대화가 저희 컬렉션의 좋은 소스가 되죠.” 둘에게 서로의 장점을 묻자 서 대표는 파트너의 감각과 묵직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재와 디테일을 보는 눈이 남다르고 탁월해요. 엉뚱한 소재로 옷을 만들자고 제안해서 만들어보면 너무 멋져서 깜짝 놀라곤 해요. 그리고 차분함과 여유가 있어 유리 멘털인 저를 잘 케어해주죠.” 이에 엄지나 실장도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병문 대표는 전체적인 흐름을 매니징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잘해줘요. 특히 대외적인 부분을 잘 풀어가는 모습이, 평소와는 또 다른 면모여서 감동적으로 느껴져요.” 매 시즌 새로운 아름다움을 위해 고생한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보는 것이 가장 즐겁다는 두 사람. 뷔미에트의 로맨틱한 반항은 계속될 것이다.


EDITOR 김송아 PHOTOGRAPHER 이경옥


쪽부터 민들레, 민송이

세븐 도어즈 | 민들레 × 민송이

공간에서 공간으로, 새로운 시각적 세계로 안내하는 ‘문’과 종교적으로 가장 완전한 숫자 7을 합쳐 완벽한 미적 공간을 선보이고자 하는 리빙 스타일링 스튜디오 ‘세븐 도어즈’. 자매이자 푸드, 데코 등 폭넓은 분야에서 종횡무진하는 민송이·민들레 실장은 20여 년째 서로를 지켜온 든든한 파트너다. 사람의 손이 닿는 모든 영역이 리빙인 만큼, 잡지나 광고 등 매체를 막론하고 미학적인 요소를 한데 엮어내는 데 있어 우여곡절은 늘 찾아오기 마련. 그럴 때면 시시콜콜한 감정의 파도나 난관에도 자신을 잘 아는 존재가 곁에 자리해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매는 말한다. 민들레 실장이 초반 아이디어나 청사진을 그린다면,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판을 닦는 것은 민송이 실장이 담당하는 등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파트너가 되어주기 때문. “둘이어서 의견 조율에는 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오히려 더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해요. 못 보던 것을 봐주니까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결부되어 있다 싶을 때면 서로에게 적당한 거리감을 만드는 등 오랜 시간을 함께해 팀워크에 대한 노하우도 자연스레 체득했다고 민송이 실장은 덧붙였다. 스타일리스트 일의 특성상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잦지만, 자매는 늘 서로의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한다. 열정과 냉정 사이를 오가더라도 때로는 강단 있게, 때로는 누구보다도 다정하게 서로를 보듬으며.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이우경


왼쪽부터 윤대현, 김희은

소울 | 윤대현 × 김희은

해방촌에서 현대 한국의 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감각적인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소울’. 한식을 공부해온 김희은 셰프와 양식 베이스의 윤대현 셰프가 이 공간을 이끌고 있다. 한식과 양식을 하나의 플레이트에 조화롭게 담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두 사람의 지향점. “지금 한국에 뿌리내린 ‘식문화’에 관심이 많아요. 단순히 한식과 양식을 섞거나 더하기보다는, 지금의 현대 한국인으로서 자주 먹는 음식을 재해석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요리를 선보이려 하죠. 뇨키를 감자전 스타일로 부친다거나, 전복을 쪄낸 후 허브로 훈연향을 더해 곱창김과 마스카르포네를 섞은 스프레드를 함께 내기도 하고, 막걸리를 발효해 만든 증편을 버터에 살짝 토스트한 뒤 3가지 맛 버터와 함께 서브하기도 합니다.” 김희은 셰프의 설명이다. 두 사람은 소울뿐 아니라 같은 건물에 자리한 생면 파스타 전문점 ‘에그앤플라워’와 와인 바 ‘바라바’도 함께 운영 중이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주방의 조력자, 사업 파트너로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나눠 하는 것이라고. 메뉴 개발,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함께하고, 내부 행정이나 사무 업무 등은 윤 셰프가, 디자인이나 대외적인 마케팅, 홍보 등은 김 셰프가 도맡는다. 윤대현 셰프는 말한다. “함께여서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제가 원래 가진 색이 3가지라면, 이제는 5~6가지로 더 다채로워진 기분이랄까요. 더 넓고 큰 세상을 무대로 메뉴를 고민할 수 있어 즐거워요.” 


EDITOR 김수진 PHOTOGRAPER 이기태


왼쪽부터 한은, 허유림

보티 | 한은 × 허유림

클래식 기타의 세계는 여전히 많은 이에게 ‘미지’에 가깝다. 그러나 기타 듀오 보티의 선율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맹수와 초목까지 매료시켰다던 오르페우스 선율처럼, 심연을 툭 건드리는 그 사뿐한 음들이 아득한 과거부터 우리 곁에 함께해왔음을. “클래식 기타의 매력은 소리인 것 같아요. 이 따뜻한 소리는 기타만이 간직한 음색이죠. 기타는 피아노와 같은 화성 악기라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기타의 꽃은 듀오라고 생각해요. 2명이 나눠서 표현을 하니까 그 한계가 무한대죠.” 그렇게 이들이 즐겨 연주하고 사랑하는 곡들이 지난 2021년 <지금, 보티>라는 이름의 음반으로 묶여 나왔다. 브람스부터 엔리오 모리코네와 피아솔라, 엔리케 그라나도스에 이르기까지 ‘클래식 기타’의 명곡들을 꾹꾹 눌러 담은 이 음반은 아주 가뿐하게 새로운 음악 세계의 문을 열어젖힌다. 네 살 터울의 선후배인 이들은 ‘보티’ 활동을 통해 평생 이어갈 음악의 동반자를 만났노라 고백했다.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한마음이 되지 않고 어떻게 누군가의 마음을 만질 수 있겠어요?”, “ ‘나중에 할머니가 되어서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함께 무대에 서자’ 이런 얘기를 하곤 해요. 천천히 오래 함께 갈 동료를 만났다는 게 감사하죠.” 


GUEST EDITOR 박지혜 PHOTOGRAPHER 이우경 HAIR 오지혜 MAKEUP 이소라 LOCATION 파르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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