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호

CHEF FOR FINE DINING

참신한 메뉴, 독창적인 플레이팅으로 파인다이닝 신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4명의 셰프를 만났다. 그들이 전하는 파인다이닝의 의미에 대하여.

EDITOR 김수진·안서경·한동은 PHOTOGRAPHER 이우경·이경옥·이창화



‘스와니예’ 이준 셰프

“제가 생각하는 파인다이닝에 가장 근접한 것은 ‘오페라’예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모여 무대 위 찰나의 순간으로 표현되니까요. 관객 역시 소중한 경험이 되기를 바라는 기대감을 안고 시간을 들여 극장으로 향하죠. 보다 특별한 식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순간에 디테일을 더하고 있어요. 메뉴판 대신 아이패드를 사용해 음식 즐기는 법을 영상으로 설명하고, 와이너리 버추얼 가이드를 통해 와인 페어링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요. 미식 가이드 리스트는 치열하게 달리는 셰프에게 부여하는 훈장과도 같아요. 기쁨도 있지만 훈장의 무게에 맞는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죠. 파인다이닝 셰프라면 유행에 휩쓸리거나 안정만을 추구하지 않고 창작자의 성격을 보여주는 새로운 요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타닉 가든’ 손종원 셰프

“파인다이닝이라면 일단 맛있어야 하고, 셰프의 철학이 담겨 있으면서 독창적이어야 합니다. 음식을 통해 손님과 소통하고, 기쁨과 기억에 남는 순간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하죠. 이를 위해 무엇보다 훌륭한 ‘테크니션’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술적으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경지에 오르고 그 상태를 잘 유지해야 아이디어를 음식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일부러 시간을 내 미술관을 찾거나 책을 읽는 등 창조적인 결과물을 자주 접하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런 경험들이 자연스레 메뉴에 녹아들고, 레스토랑 공간에 채워져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특별한 미식 경험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강민철레스토랑’ 강민철 셰프

“파인다이닝의 핵심은 ‘색다른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맛있는 요리’에서 더 나아가 음식을 통해 평소 느끼기 어렵던 경험을 제공하고 감각을 확장시키는 거죠.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색다른 차원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전복과 프랑스의 클래식한 소스 홀랜다이즈, 블랙 트러플을 조합하면 매우 단순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맛이 펼쳐집니다.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산을 형상화한 받침, 손 모양 플레이트 등을 구성하기도 하고요. 메뉴를 특정하지 않고 매일 다른 요리를 선보이는 것 역시 그 때문입니다. 재료, 날씨, 분위기 등 그날의 상황을 섬세하게 고려해 변화무쌍한 메뉴를 제공하려 해요. 강민철레스토랑에서만 보고, 느끼고,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솔밤’ 엄태준 셰프

“ ‘맛있다’라고 느끼는 건 미각의 반응이죠. 하지만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경험하고 나면 사람들은 곧잘 ‘너무 좋았다. 행복했다’라는 말을 해요. 그건 파인다이닝이 마음을 건드리고, 감동을 주는 ‘총체적 경험’이라는 뜻이겠죠. 식사가 하나의 긴 ‘교향곡’ 같다는 생각을 자주 떠올립니다. 2시간 남짓한 솔밤에서의 경험이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는 강렬한 곡이라기보다 부드럽고 유연하게 흐르는, 여운이 긴 곡이길 바라요. 예약하는 순간부터 손님의 일상에 행복감을 전이하는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집중하고자 고심합니다.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전화 예약을 응대할 때의 태도, 선물로 증정하는 나무젓가락을 고르는 일까지 경험 하나하나 사려 깊게 설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죠. 음식은 정갈하고 간결하지만, 예리한 맛을 담은 플레이트를 내기 위해 깊이 고민합니다. 갓김치와 항정살, 미나리를 더한 액젓 소스처럼 한국인에게 익숙한 조합과 재료지만, 반전의 미와 변주의 균형을 맞춘 ‘코리안 컨템퍼러리’를 이끌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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