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전기차의 화려한 귀환

RETURN TO ELECTRIC CITY

19세기 말 자동차 시장의 주류는 전기차였다.
포드 ‘모델 T’ 같은 저렴한 자동차가 쏟아지며 자취를 감췄을 뿐.
전기차는 21세기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것도 아주 매혹적으로.

FREELANCE EDITOR KO JEONGSIK

AUDI RS E-TRON GT

아우디의 전동화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2000년대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인해 적극적으로 전동화에 나설 수 없었다. 아우디 최초의 양산형 순수 전기차가 데뷔한 건 2018년이다. 전기차 브랜드인 ‘e-트론’의 이름을 달고 등장한 중형급 SUV였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보통 승객석 바닥 쪽에 배치한다. 이 때문에, SUV나 크로스오버처럼 상대적으로 높이가 높은 장르를 선택해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승차감과 주행 감각을 전달할 수 있다. 아우디 최초의 전기차가 SUV 스타일로 나온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우디의 정수는 ‘RS’다. 독일어 ‘RennSport(Racing Sport)’를 의미하는 RS는 아우디의 최고 성능 라인업에만 들어가는 영광스러운 이름이다. 전기차에서는 ‘RS e-트론 GT’가 그 영예를 물려받았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늘씬한 자태는 가만히 있어도 달리는 것 같고, 어둠에 휩싸여도 관능적이다. 사실 189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지상에서 가장 빠른 차는 전기차였다. 인류 최초로 100km/h를 넘어선 자동차도 ‘라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라는 이름의 전기차였다. RS e-트론 GT는 당시의 스피드스터가 현대에 부활한 듯 고혹적인 자태를 지녔다. 완전한 스피드 머신이다.




PORSCHE TAYCAN TURBO CROSS TURISMO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1931년 포르쉐를 창립했다. 하지만 그보다 이른 1898년 ‘P1’이라는 전기차를 먼저 제작했다. ‘에거로너 C2 페이톤Egger-Lohner C2 Phaeto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차는 최고출력 5마력을 발휘했고, 최고속도 35km/h를 냈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약 79km. 당시로서는 훌륭했다. 포르쉐 박사는 1898년 6월 오스트리아에서 이 차의 시험 주행을 완료했다. 1899년 9월에는 베를린 자동차 경주에도 출전했다. 결과는 우승. 말 없는 마차 같은 P1의 외관이 다소 낯설지만, 포르쉐는 과연 포르쉐였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인 ‘타이칸 터보 크로스 투리스모’도 마찬가지다. 실용성을 한껏 살린 왜건형의 전기차인데 ‘타이칸’에 ‘터보’라는 이름까지 더했다. 후련함은 말할 것도 없다. 기본 625마력의 최고출력도 굉장하고 오버 부스트에 론치 컨트롤까지 사용하면 무려 680마력을 내뿜는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3.3초. 2.3톤이라는 무게를 생각하면 경이롭다. 심지어 연속적인 급가속에도 가속 성능이 전혀 저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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