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시 디자인의 정수, 핀율 하우스

코펜하겐 북쪽 외곽에 자리한 핀율 하우스는 특별하다. 이곳은 단순히 전시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역사 그 자체가 삶의 형태로 보존된 집이다.

EDITOR 김민지

(출처: 김민지)

핀율 하우스Finn Juhl's House

코펜하겐 시내에서 북쪽으로 약 12킬로미터, 샤를로텐룬Charlottenlund의 조용한 주택가 안에 핀율 하우스가 있다. 외관은 기대보다 무척 수수하다. L자 형태의 낮은 지붕과 흰 미장 벽. 이 집이 어떤 곳인지 모른 채 지나쳤다면 그냥 오래된 개인 주택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덴마크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핀율(1912–1989)이 서른 살에 직접 설계하고 평생을 살았던 집이다. 1942년 완공된 뒤 지금도 덴마크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능주의 단독 주택 중 하나로 꼽히며, 2008년부터 옆에 자리한 오드럽고르Ordrupgaard 미술관의 일부로 공개되고 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여유 넘치는 테라스 문과 큰 창을 통해 북유럽의 부드러운 햇빛이 흰 벽에 반사되고, 그 앞에는 그가 디자인한 가구들이 놓여 있다. 거실 한편에는 치프틴 체어The Chieftain Chair와 포엣 소파The Poet Sofa가 벽난로 앞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핀율의 가구는 당시 덴마크 디자인계에서도 꽤 파격적이었다. 대부분의 가구가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이던 시대에 그는 시트와 프레임을 분리시켜 조각품처럼 공중에 떠 있는 인상을 주었다. '가구는 공간 안에 살아있는 조각이어야 한다'라는 그의 철학이 집 안 어느 방에서든 그대로 느껴진다.




가구만이 전부가 아니다. 벽면에는 당대 덴마크 미술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는데, 빌헬름 룬스트룀, 아스거 욘, 에릭 톰메센 등 핀율이 직접 선별한 작품들.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통해 건축과 가구, 예술이 하나의 언어로 완성된 공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구조는 두 개의 블록이 직각으로 이어진 형태다. 한쪽 블록에는 넓은 거실과 작은 서재가, 다른 블록에는 부엌과 식당, 침실과 욕실이 자리한다. 작은 침실 하나는 천장을 초록으로 칠하고 벽은 흰색으로, 침대 주변에 조심스럽게 몇 점의 그림만 두었다. 이 소박함이 오히려 더 오래 눈길을 붙잡는다.




핀율 하우스는 오드럽고르 미술관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어, 모네와 드가의 프랑스 인상주의 컬렉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신관, 스노헤타가 증축한 전시 공간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드넓은 공원도 덤이다.





주소 Vilvordevej 110, 2920 Charlottenlund, Denmark

운영 시간 화·목 13:00–17:00 , 수 13:00–19:00 , 금·토·일 11:00–17:00

홈페이지 ordrupgaard.dk

목록으로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