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

2026년 F/W 밀란 패션위크의 막이 오르는 오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의 본격적인 데뷔 컬렉션이 예고되며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시즌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 가운데 에디터의 시선이 머문 곳은 보테가 베네타. 지난 시즌, 감각적인 디자인과 독보적인 장인 정신, 그리고 일상에 스며드는 실용성까지 아우르며 깊은 인상을 남긴 주인공.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이스 트로터의 이야기다.

EDITOR 오경호

유년 시절 정교한 영국식 테일러링과 실용적인 디자인 감각 아래 성장한 루이스 트로터. 뉴캐슬 폴리테크닉Newcastle Polytechnic(현 노섬브리아 대학교) 졸업 후, 뉴욕으로 넘어가 캘빈 클라인과 랄프 로렌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당시 미국식 미니멀리즘 중심의 디자인을 직접 경험하며 훗날 작업 세계에 깊은 영향을 끼친다.



(출처: 인스타그램 @louise_trotter_)


2009년, 루이스 트로터는 ‘조셉’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그녀는 ‘입고 싶은 옷’,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옷’, ‘오래도록 곁에 둘 수 있는 옷’을 제안하며 정제된 영국식 워드로브를 새롭게 정의했다. 화려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기보다 실용적인 것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라는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한 것. ‘입는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이라는 철학 아래 그녀는 브랜드의 중심을 단단히 다지는 데 집중했다.



(출처: 인스타그램 @louise_trotter_)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셉에 몸담았던 그녀는 마침내 2018년, ‘라코스테’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이는 브랜드 역사상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전환점이었다. 루이스 트로터는 '스포츠 브랜드는 왜 기능적이어야만 하는가?', '라코스테는 오직 캐주얼한 스타일에 머물러야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반기를 든 그녀는 테크니컬 소재를 구조적으로 재해석하고 젠더리스 스타일을 가미한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일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러한 변화는 라코스테가 스포츠 브랜드에서 패션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출처: 인스타그램 @louise_trotter_)


약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루이스 트로터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된다. 오랜 시간 방향성을 잃고 부침을 거듭해 온 ‘까르뱅’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었다. 그녀는 미니멀리즘 하이패션을 지향해온 까르뱅의 헤리티지는 유지하되, 기존과는 다른 현대적 방식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소개했다. 각진 어깨선과 대비되는 잘록한 허리 라인, 혹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선사하는 여유로운 착용감 등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까르뱅이 다시금 동시대 패션 신에서 존재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침잠해 있던 하우스에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미지 제공 Spotlight)


루이스 트로터는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며 패션계의 이목을 한 몸에 받았다. 까르뱅에서 브랜드의 위상을 성공적으로 끌어올린 인물이었기에 대중의 기대가 자연스레 높아진 것. 게다가 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공석이 된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터라 그녀의 부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슈가 되었다.

2025년 9월, 루이스 트로터는 첫 보테가 베네타 컬렉션을 통해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또렷하게 증명했다. 하우스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보다 구조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했으며, 과장된 장식이나 즉각적인 화제성에 기대기보다 견고한 테일러링 위로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과 절제된 컬러 팔레트, 그리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실용성을 강조했다. 전통과 동시대성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균형을 잃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려는 루이스 트로터는 늘 말한다. 눈에 띄기 위해 소리치기보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완성도로 말하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라고. 그 신념은 컬렉션 전반에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시선은 2026년 F/W 밀란 패션위크로 향한다. 두 번째 컬렉션에서 그녀가 펼쳐 보일 다음 장은 어떤 풍경일까. 기대는 다시 한번 높아지고 있다.

목록으로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