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2월호

뮷즈 신드롬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상품 브랜드 뮷즈MU:DS는 박물관 굿즈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뮷즈를 통해 전시장 밖의 경험을 설계해온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정용석 사장과 뮷즈의 출발 및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박이현 PHOTOGRAPHER 이창화

뮷즈×에이피알 협업으로 탄생한 APEC 정상 부인용 기념품인 메디큐브의 ‘부스터 프로 일월오봉도 에디션’.


최근 몇 년 사이 국립중앙박물관은 하루를 보내기 좋은 장소라는 인식이 강해졌습니다. 과거 박물관은 권위와 격식의 대명사였잖아요? 그런데 요즘 풍경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 2030세대, 외국인 방문객이 눈에 띄게 늘었고, 전시 관람 후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거나 뮤지엄 숍에서 상품을 고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어요. 박물관이 전시만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시간을 내어 머무는 ‘힙’한 장소가 된 것이지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있습니다. 저희는 공연, 상품, 식음료 등 관람객의 경험 전반을 설계하며 박물관을 하나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왔어요. 지방의 한 중학교 교장선생님은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면 학생들이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에 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박물관이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는 문화 공간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요?


재단이 담당하는 사업 중에서도 반응이 달라진 영역이 있을 것 같아요. 전시 외적으로 관람객의 체류 방식이 크게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뮷즈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박물관 상품은 의무감으로 사는 기념품에서 벗어나 소장 가치가 있는 컬렉션 아이템이자 희소성 있는 인기 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일부 상품은 구매를 위해 전날부터 줄을 서는가 하면, 박물관 문이 열리자마자 상품관으로 달려가는 ‘오픈런’도 나타났고요. 상품을 구매하려 박물관을 찾고, 전시 관람 이후 다시 상품관을 찾는 게 하나의 흐름이라 할까요? 뮷즈의 희소성과 완성도가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동기가 된 셈이죠.


정용석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 회장, 지엔씨미디어 부사장, 한국미술저작 권관리협회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24년 6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으 로 임명돼 박물관 상품 사업, 공연예술 사업, 전시 운영 사업 등 문화 사업 전반 을 총괄하고 있다.


그동안 사장님의 활동이 공공기관 콘텐츠에 제대로 깃든 모습 같네요. 2024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드림웍스·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퐁피두 센터, 스탠리 큐브릭, 팀 버튼 등을 주제로 대중성과 작품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이동에 제약이 있었음에도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연 르네 마그리트, 미니언즈 전시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요. 비슷한 시기에는 한국예술전시기획사협회를 설립해 제도적 지원에서 소외된 회사들을 돕는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그러다 공공 영역에서 역할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민간 기업에 재직할 당시 재정적 걱정은 없었지만, 전시 업계 전반의 현실을 마주하며 느낀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거든요.


그렇다면 임기 초기 느꼈던 민간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나요? 민간 기업은 성과를 조직 구성에 바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인력 충원이나 인센티브 운영이 자유롭다는 뜻이에요. 반면 공공기관은 여러 부처와 제도적 구조 안에서 움직이기에 어느 한 조직의 틀을 단번에 바꾸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의 임기가 3년밖에 안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목표를 크게 설정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조정 가능한 영역부터 정리했습니다. 그때 내린 결론이 직원들의 처우 개선과 뮷즈 사업을 공공기관이 할 수 있는 글로벌 문화 산업 모델로 끌어올리는 일이었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전경.


이제 뮷즈는 디자인 숍,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나란히 언급될 만큼 주목받고 있습니다. 뮷즈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2022년 1월 선보인 국립박물관 상품 브랜드로 ‘나에게 온 보물, 뮷즈’라는 슬로건 아래 출발했습니다. 제가 사장으로 취임하던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인지도나 위상을 갖춘 브랜드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저는 박물관 상품이 가진 잠재력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의 기준과 메시지를 정리하고, 가치가 전달되는 방식을 체계적으로 다듬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 여름 ‘케데헌’ 열풍으로 대표되는 K-컬처의 확산과 맞물리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매출이에요. 2024년 213억 원이던 뮷즈 매출이 2025년 413억 원이 되었는데, 1년 사이 숫자가 달라졌다는 건 브랜드가 ‘이름’이 아니라 ‘선택의 이유’가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에서도 뮷즈를 만나볼 수 있다고요? 스미스소니언과의 협업은 해외 무대에서 뮷즈의 실제 반응을 확인한 첫 사례예요. 한국을 찾은 관계자들과 문화 상품에 대한 대화를 나눈 뒤 담당자 미팅을 거쳐 첫 발주가 성사됐습니다. 다만 해외 박물관은 재고 부담에 신중한 편이라 초기 주문은 제한적인 규모로 시작했습니다. 수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안전 인증, 원산지 표기, 통관 절차 등 그동안 다뤄보지 않았던 실무를 하나씩 점검해야 했는데요. 한국 상품 전용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개막 1주일 만에 완판되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예상보다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 첫 주문 금액의 세 배에 달하는 추가 발주가 이뤄지면서 거래 범위와 밀도가 확장됐거든요.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한국 상품이 박물관 주요 동선에 배치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관을 운영하는 박물관을 중심으로 전시 맥락과 맞닿은 상품부터 선보이기로 방향을 정했어요. 유물을 직접 옮기는 것보다 문화 상품으로 한국을 소개하는 편이 현실적이면서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시도는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도 펼쳐집니다. 그동안 해외 행사가 전시나 소개에 주로 머물렀다면, 밀라노에선 처음으로 상품 판매를 시도할 예정이에요. 코리아하우스에 문화 콘텐츠 감상과 뮷즈 구매가 만나는 지점을 마련할 건데요. 이는 전시와 상품을 보고 끝나는 경험에서 소장으로 확장하는 시도이자, 향후 해외 진출을 시험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해외에 선보이는 제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 의미가 크겠어요. 뮷즈 상품 상당수는 국내 제작을 원칙으로 해요. 제작 과정 자체가 곧 상품의 출처가 되니까요. 자개나 금속 세공처럼 숙련이 필요한 공정이 많은데, 완성도는 여기서 결정된다고 봅니다. 국내 제작 환경이 대량생산에 맞춰져 있지 않아 제약이 따르지만, 디자인과 핵심 제작 단계는 국내에 남겨두는 원칙은 꼭 지킬 거예요. 더불어 공예, 디자인, 로컬 브랜드, 아카이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창작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펼칠 수 있는 ‘허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플랫폼으로서 창작자와 브랜드, 소비자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협업과 실험을 하고, 나아가 국내 업체들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판로를 열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모조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짝퉁이 나오지 않으면 실패한 브랜드”라는 우스갯소리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유물을 활용한 상품은 출발선부터 조건이 까다로워요. 형태를 조금만 달리해도 IP 경계를 벗어날 수 있어서 반응이 빠른 상품일수록 유사 제품이 곧바로 등장하죠(저작권은 원작자 사후 70년 동안 유지). 까치호랑이 배지 등 일부 제품의 경우 모조품 이슈가 있었잖아요.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대응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소송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크지 않은 게 대부분이고요. 소상공인이나 1인 디자이너에게는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까다로운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사후 대응보다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 위험 요소를 줄이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상담을 제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이 과정에서 뮷즈 로고가 붙은 상품이라면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브랜드 자체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자 해요. 향후에는 디자인권·상표권 보호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업을 확대하고, 특별사법경찰과 연계한 단속 강화, 핫라인 구축 등 종합적인 보호 체계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광복 80주년과 이순신 장군 탄신 480주년을 기념한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


뮷즈를 구매할 수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상품관.


뮷즈 외에 관람객이 관심을 가지길 바라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800석 규모의 ‘극장 용’은 처음에는 어린이·가족 뮤지컬 공연장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형 뮤지컬이 들어오기에는 수익 구조가 맞지 않았고, 공연장 시설상 1200석 이상이 요구되는 작품을 유치하기도 어려운 조건이었거든요. 그러나 이로 인해 가족 단위 관람객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가 정착됐어요. 공연을 보러 온 분들이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고요. 현재 어린이·가족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은, 재단만의 색을 담은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사유의 방’을 주제로 한 ‘사유의 극장’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유물을 다루는 새로운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소개할 거예요.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할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첫째로 지역 소속 박물관 특화 상품 개발입니다. 지방 소멸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각 지역만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 상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보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운영 방식의 변화예요. 한정된 인력으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물류와 유통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고 있어요. AI 기반 고객 응대와 스마트 물류 시스템 도입을 검토해 운영 효율화를 집중적으로 추진하고자 해요. 중장기 목표는 뮷즈를 단기적인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는 고객의 피드백이 있다면요? “우리 박물관이 자랑스럽다. 늘 새롭고, 다양하고 살 게 많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이것이 문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뮷즈가 세계 곳곳에서 가정의 일상에 놓이고, 그에 따라 한국이라는 이름이 조용히 스며들어 한국에 대한 관심과 방문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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