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1월호

DYALA NUSSEIBEH 아부다비 아트 신을 재정의하다

아랍에미리트 예술 시장을 주도하는 아트페어 ‘아부다비 아트’가 2026년부터 ‘프리즈 아부다비’로 탈바꿈한다. 새 출발을 앞두고, 10여 년에 걸쳐 페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아트 디렉터 디알라 누세이베에게 지난 11월에 열린 ‘아부다비 아트 2025’의 성과와 미래, 나아가 아부다비의 예술 생태계에 대해 물었다.

EDITOR 박이현 WRITER 백아영

디알라 누세이베 런던·이스탄불·아부다비 등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구 미술 시장과 중동·서아시아 지역을 연결 한 인물. ‘아트 인터내셔널 이스탄불’ 설립 디렉터로서 페어를 이끌었고, 아부다비 문화관광부에 합류해 ‘아부다비 아트’ 디렉터로 임명된 후 지금까지 10 여 년 동안 페어의 성장을 견인해왔다.


처음 미술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아버지이자 아랍에미리트의 저명한 문화 외교가 자키 누세이베Zaki Nusseibeh 덕분에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셨다고요. 어릴 때부터 제 주변에는 항상 예술이 있었어요. 아버지께서는 예술에 깊은 열정을 지닌 분이셨고,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가장 방대한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South West Asia and North Africa(SWANA) 예술 컬렉션 중 하나를 구축하셨죠. 이 컬렉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예술 시장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를 드러내고 그 여정에 함께한 많은 예술가, 갤러리와 쌓아온 긴밀한 유대 관계를 증명합니다. 저희 집에는 항상 문화, 역사, 미학 이야기가 가득했어요.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런 환경이 제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아트페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업무를 맡지는 않았어요. 아부다비 문화재단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다가 런던으로 건너가 사치 갤러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거든요. 그러다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튀르키예에서 ‘아트 인터내셔널 이스탄불’을 기획, 구축하면서 업무 영역을 점차 확장했죠. 지역 생태계를 지원하고 연구와 지식 확산에도 매진했어요. 현지 갤러리와 예술가들이 국제 무대에 노출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에도 꾸준히 헌신했고요. 아부다비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건 그동안 제가 걸어온 여정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 ‘아트 파리 아부다비’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아부다비 아트’는 2016년 디렉터로 취임하신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취임 이후 갤러리 수와 프로그램 규모가 크게 늘었고, 교육·리서치 중심 프로그램도 도입하셨죠. 성장 동력을 꼽는다면요? 명확한 목적의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비전 설정, 유리한 지정학적·경제적 환경까지, 세 가지로 들 수 있겠네요. 아부다비 아트는 아랍에미리트의 지속적인 예술 투자 흐름 속에서 문화 교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어요. 갤러리들과 관계를 탄탄히 구축하면서 신규 컬렉터들을 발굴하고 예술가들도 지원했죠. 지역사회와 국제 방문객 모두를 아우르는 연중 프로그램 개발에도 주력했고요. 이렇게 일관성, 파트너십, 품질과 다양성에 기준을 확실히 세워나가면서 페어가 자연스럽게 확장됐습니다. 사디야트섬 박물관 프로젝트의 개관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아트페어의 큐레이션 방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면서 영향력을 크게 넓혔어요. 마지막으로, 현재 아부다비는 금융 허브로 부상하면서 투자자와 창의적 인재를 끌어들이고 여러 국가와 문화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소프트 파워를 강화한 거죠. 이런 조건들이 모여서 성장의 기반을 만들었어요.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일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부다비 아트 2025’ 전경.


그런 아부다비 아트가 2026년부터는 프리즈 아부다비로 바뀝니다. 언제부터 준비하셨나요?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발표 훨씬 이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아트페어를 전환하려면 가치관, 목표, 장기적 문화 전략이 깊이 맞물려 조화를 이뤄야 해요. ‘프리즈’는 국제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플랫폼이잖아요. 아부다비는 걸프 지역 문화 생태계에 기반한 독자적 관점을 제시하면서 국제 참가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고요. 물론 이 정도 규모의 전환 과정에는 어려운 결정도 따랐죠. 박람회 구조 조정, 선정 과정 재정비, 지역 갤러리의 접근성 보장 같은 여러 면모를 신경 써야 했고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서로 협력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방식으로 추진해나갔습니다. 목표는 아부다비 아트가 구축해온 기반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욱 넓은 국제적 맥락 속에서 확장하고 통합하는 데 있으니까요.


아부다비 아트 2025는 내년 전환을 앞두고 역대 최대 규모로 선보였습니다. 참가 갤러리 수도 눈에 띄게 늘었고 전반적으로 성과도 좋았어요. 올해 페어를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하면서 지역의 성장 동력을 강력히 입증했다고 생각해요. 유럽과 중동의 오랜 파트너 갤러리들과 더불어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지역 갤러리들의 참여 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판매 실적도 호조를 보였고 방문객 수도 많았죠. 커미션 프로젝트 역시 방문객의 반응이 좋았고요. 하지만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페어 현장에서 경험한 에너지 그 자체였어요. 컬렉터·예술가·기관 모두 아부다비아트가 국제적으로 새로운 위상에 도달했다고 느꼈고, 우리 모두가 그 발전을 이끌어온 주체라는 점을 인식했어요. 그런 자의식 덕분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축제 분위기가 형성된 듯합니다.


유봉상, ‘Headless pin’, 2023, Courtesy of LEE & BAE


VASEBYSU, ‘Art Peace’,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JPS Gallery


Joana Choumali, ‘The Season of Being Undefined’, 2025,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a Farah Fakhri


전체적인 콘셉트와 키워드가 궁금합니다. 올해 페어는 전통적 위계 구조 대신 여러 주체가 네트워크형으로 연결되는 탈중앙화된 예술 시장 모델을 전제로 한 논의에서 시작됐어요. 다양한 글로벌 이해관계자들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이런 관점을 점점 구체화했죠. 참여 지역과 갤러리를 고를 때 지리적 위치뿐 아니라 서로 어떤 예 술적 공명을 만들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나이지리아, 걸프 지역, 튀르키예’를 주목하는 섹터도 마련했는데, 이 지역들은 무역, 이주, 문화적 혼성이라는 공통된 역사를 공유하죠. 이런 연결 고리가 페어 서사 전반에 걸쳐 울려 퍼졌습니다. 저희에게 ‘포용성’이라는 건 그저 대표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형식적 참여에 머무르지 않고 각 주체가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역할로 나아가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각이 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해당 지역 출신 큐레이터의 성장을 지원하며, 그 지역의 예술을 처음 접하는 관람객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올해 컬렉터들 사이에서 특히 주목받은 갤러리나 작가가 있나요? 현장을 찾지 못한 독자들에게 귀띔한다면? 컬렉터들은 신진 작가는 물론,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가를 포함한 지역 미술사의 깊이 있는 흐름에도 큰 관심을 보였어요. 단골 관람객들은 올해 처음 참여한 53개 갤러리를 살펴보는 재미도 누렸죠. 대부분 이전 페어에서 소개하지 않았던 작가들을 내세웠거든요. 나이지리아 문화관광창조경제부와 협력해 마련한 ‘나이지리아 스포트라이트’ 섹터를 비롯한 주요 테마 섹션도 열기로 가득했어요. 특히 기업이나 개인 컬렉터들이 아랍에미리트에 기반을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활발하게 구매했습니다. 예술 생태계에서는 고무적인 신호죠.


새롭게 찾아올 프리즈 아부다비가 아랍에미리트 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프리즈 아부다비는 글로벌 아트 신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위상을 한층 높일 거예요. 해마다 전 세계 컬렉터, 박물관장, 비평가들이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모이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기반을 강화할 거라고 믿어요. 갤러리를 지원하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촉진하면서 문화 교류의 기회를 더욱 확대할 거예요. 이런 파급효과가 샤르자와 두바이, 그 너머까지 퍼졌으면 해요. 하나의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이 지역 전체의 예술 신을 풍요롭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 출범을 준비하면서 갤러리 선정이나 프로그램 구성 등 어느 지점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나요? 기존 페어와 비교해서 달라지는 점이 있다면? 선정 과정은 점점 더 국제화될 예정이지만 SWANA 지역 갤러리를 위한 전용 경로는 유지될겁니다. 또, 페어 구조는 진화하겠지만 국가의 창의적인 문화 산업을 지원하려는 목적은 변함없고요. 여기까지가 제가 공유할 수 있는 정보고, 차차 다른 내용들도 발표할 계획이니 기대해 주세요.


After Frederick William Rose, ‘A Persian caricature map based on Fred Rose’s “Octopus” map of 1877’, c.1880, Courtesy of Daniel Crouch Rare Books


Jonah Bulus, ‘Karangiya’, 2025, Courtesy of O’Da Gallery(나이지리아 스포트라이트)


지역별로 아트 컬렉터들의 특성이 뚜렷하잖아요. 디렉터로서 경험에 비추어볼 때 걸프 지역 컬렉터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걸프 지역 컬렉터들은 적극적이고 호기심이 충만해요. 점점 더 국제적인 취향을 보여주고 있고요. 전통적인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실험적인 현대미술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걸프 지역 컬렉터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그들의 높은 시민 의식이에요. 그들은 작품 구매와 커미션뿐 아니라 레지던시, 기관 사이 파트너십을 통해 예술가를 지원하고 자국의 장기적인 문화 발전을 지지하려는 열망에 따라 움직입니다.


그럼 전 세계 예술 도시들과 다른 아부다비만의 차이점은 뭘까요? 나아가 국제 예술계에서 현재 아부다비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부다비는 문화적 열망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만나는 교차점에 있는 도시예요. 이렇게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과 다양한 유산, 미래지향적 비전을 동시에 갖춘 도시는 드물어요. 한 가지 더, 장기적 계획을 세워서 세대를 초월해 지속할 수 있는 예술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헌신한다는 점도 두드러집니다. 현재 이 도시는 국제예술 네트워크의 중요한 거점이에요. 아이디어가 피어나고 예술가들이 의미 있는 실험을 펼칠수 있는 장소죠.


사디야트 문화지구의 대형 박물관 외에도 아부다비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 전역에서 꼭 방문해야 할 소규모 갤러리나 독립 예술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아부다비, 두바이, 샤르자 전역의 독립 공간들은 신진 예술가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실험적인 전시, 워크숍, 공연을 주최하면서 차세대 예술가들을 양성하고 있죠. 이런 공간들은 현지 예술계의 깊이와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웨어하우스Warehouse 421’과 ‘리즈크 아트 이니셔티브Rizq Art Initiative’를 예로 들고 싶네요. 두 곳 모두 아부다비 예술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문화 공간이에요.


아트페어의 시각적 정체성을 정의하는 ‘Visual Campaign Artist 2025’에 선정된 샤이카 알 마주Shaikha Al Mazrou의 ‘Deliberate Pauses’(2025). Courtesy of Alserkal Arts Foundation and Dubai Culture & Arts Authority


현재 아랍에미리트에서 주목해야 할 예술가를 꼽는다면? 도시의 변화, 기억, 물질성 같은 주제를 탐구하는 젊은 아랍에미리트 기반 예술가들이 놀라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작가가 조각, 설치, 디지털 미디어,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경계를 넓혀가고 있죠. 역사에 뿌리를 두면서도 미래를 향한 움직임 속에서 지역성을 확고하게 반영하는 작품도 활발하게 등장하고요. 하지만 예술가에 대한 취향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독자분들이 아랍에미리트 전역의 갤러리와 작가 스튜디오를 직접 둘러보고 판단해보시길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부다비를 비롯한 아랍에미리트 아트 신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나요? 또 그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싶으세요? 앞으로 예술계는 더 넓고 확장된 연결망을 바탕으로 계속 변화할 거예요. 일부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기회 덕분일 수도 있지만, 프리즈 아부다비 같은 행사를 비롯해 루브르 아부다비나 구겐하임 아부다 비 등의 박물관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예술계의 변화가 형성될 거예요. 이런 흐름은 기존 예술가와 신진 작가, 전통과 혁신, 지역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더욱 강화할 겁니다. 지금 구축하고 있는 인프라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지탱할 기반이 되겠죠. 그 안에서 저는 예술가와 갤러리가 자신들의 여정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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