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로 살아남기

셰프라는 화려한 이름 이면의 현실적인 이야기.

Editor 김혜원

(출처: 인스타그램 @netflixkr)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종영한 지도 어느덧 2주. 하지만 에디터의 알고리즘에는 여전히 방송에 출연한 셰프들이 등장한다. 잡지 화보, 인터뷰, 심지어 팬들이 발굴한 셰프의 과거 사진까지도!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연달아 흥행하면서 셰프들은 물론 요식업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셰프가 만드는 건 그저 ‘맛있는 음식’ 정도가 아니라, 그들의 세월과 노동, 치열한 인생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알게 되었기에.


시즌 2 파이널 라운드에서 최강록 셰프의 요리에 뭉클했던 것도 그런 이유일 테다. ”늘 누군가를 위해서만 요리했지, 나 자신에게는 시간을 써본 적이 없다”는 말과 함께 내놓은 메뉴는 ‘깨두부를 곁들인 국물 요리. 근데 막 만든’. 남은 닭 뼈로 국물을 내고, ‘하루의 힘듦과 고됨을 한 번에 씻어내기 위한 노동주’라며 소주를 곁들인 모양은 투박하지만 솔직했다.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2>와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까지, 두 번이나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에게도 자기 공간을 지켜 나가는 일은 또 다른 문제였다. 시즌1 이후 수만 명의 예약자가 몰렸지만 그의 ‘식당 네오’는 결국 문을 닫았다. 시즌2 종료 이후 넷플릭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당분간 가게를 다시 열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할 여건이 되면,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지금은 힘이 많이 없어서, 언젠가 국숫집 하면서 늙어가고 싶다.” 문을 닫게 된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었겠으나, 한 사람이 자기 이름을 걸고 식당을 이어간다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지난한 일인지 짐작케 했다.


(출처 : 유튜브 넷플릭스코리아)


고단한 자영업자의 삶

자신의 공간을 꾸린다는 건, 요리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성립되지 않는다. 재료 공수부터 요리, 서빙, 설거지, 청소, 마감까지 모든 과정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 좋은 식재료를 찾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시장으로 향하고, 일주일에 하루 쉬기도 빠듯한 생활이 반복되는 게 현실이다. 직원을 쓰면 좀 나아질까 싶지만, 직원을 고용하는 순간 인건비라는 고정비가 발생한다. 시즌2에서 ‘4평 외톨이’로 출연한 김상훈 셰프가 1라운드를 통과한 뒤 눈물을 흘리던 장면도 떠오른다. 작은 매장을 홀로 지키며 버텨온 시간이 인정받는 것 같았다는 말은, 자신의 업장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시간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상훈 셰프의 ‘독도 16도’ (출처: 인스타그램 @dokdo.16.celsius)


파인다이닝의 아이러니

파인다이닝은 사정이 다를까? 가격만 보면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순이익률이 높은 장사는 결코 아니다. 코스 요리로는 회전율로 승부를 볼 수 없다.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손님 수는 제한적인데,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음식의 완성도를 위해 고급 식재료는 필수적인 데다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도 줄일 수 없다. 여기에 공간 비용과 유지비, 지역에 따라 발렛 비용 등이 더해진다면? 잘 될수록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흑백요리사> 이후 셰프들의 미디어 노출이 늘어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방송, 협업, 브랜드 프로젝트. 카메라 앞에 서는 이유는 유명세를 위해서라기보다, 가게를 지키고 다음을 그려가기 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셰프와 레스토랑을 만나며 공통적으로 느낀 건 다름 아닌 진실된 마음이었다. 손님에게 최상의 순간을 선물하기 위해 연구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어떤 사명감. 그들에게 자기 공간을 오래 지켜가는 일은 꿈이면서 동시에 생존이다. 이 시장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고 한발짝 이해하려고 한다면, 좀 더 건강하고 활발한 외식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오늘도 주방에서 버티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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