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빛이 스톤 위를 스치고, 금속은 잠시 숨을 고른다. 정적 속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하나의 형상. 그 이름은 세르펜티다. 이는 밤이면 더욱 선명해진다. 낮보다 진실해지는 밤의 시간, 욕망은 소리를 낮춘 채 또렷한 윤곽을 드러낸다. 뱀은 소리 없이 움직이며, 끝내 시선을 지배한다.
불가리의 세르펜티는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빛과 곡선으로 완성된 하나의 서사이자, 유혹과 자유를 동시에 말하는 예술의 언어다. 개인적으로도 수많은 주얼리를 직접 촬영하고 착용해봤지만, 세르펜티는 언제나 다른 차원이었다.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다. 착용하는 순간, 감각을 깨우고 태도를 바꾸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세르펜티가 피부에 닿는 찰나, 그것은 액세서리를 넘어 나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이 된다. 유연하게 이어지는 곡선과 살아 있는 듯 반짝이는 스케일. 그 디테일 하나하나에는 불가리가 오랜 시간 축적해온 장인정신과 미학이 깊이 스며 있다. 시대가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그 정체성은 세르펜티를 늘 현재형의 아이콘으로 남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기록한다. 불가리의 아이콘, ‘뱀’을 테마로 한 세르펜티는 영원히 이어질 서사이자 가장 관능적인 방식으로 완성된 예술이며, 그 예술은 언제나 여성들을 조금 더 자유롭고 당당하게 만든다.

세르펜티의 곡선은 직선의 논리를 거부한다. 손목을 감싸는 워치, 목선을 따라 흐르는 주얼리, 손에 쥔 핸들 스트랩까지, 유려한 선은 모든 순간 살아 숨 쉰다. 마치 숨결을 지닌 존재처럼 내 몸의 움직임에 반응하고, 가장 자연스럽고 편안한 형태로 스스로를 완성한다. 고대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미래적인 실루엣을 품은 아이러니. 바로 그 아이러니가 세르펜티를 가장 매혹적인 아이콘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이토록 치명적인 주얼리 세르펜티의 기원은 어디일까? 1948년, 불가리는 라틴어로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Serpenti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다. 그리스 신화와 유럽 문화 전반에서 뱀은 재생과 부활, 불멸과 지혜를 상징해온 존재였다. 이 오래된 메타포는 불가리의 손끝에서 가장 현대적인 아이콘으로 재해석되었다. 뱀의 유연한 곡선을 따라 감기는 투보가스Tubogas 브레이슬릿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혁신이었으며, 손목 위에서 완성된 그 형태는 장식을 넘어 하나의 힘 있는 오브제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60년대, 로마.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영화 <클레오파트라>를 촬영하며 착용한 세르펜티 워치는 불가리의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결정적 장면으로 남았다. 이후 세르펜티는 시대와 스타일에 맞춰 끊임없이 변주되며, 주얼리, 워치, 그리고 핸드백 컬렉션으로 확장됐다. 고대의 상징에서 출발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곡선, 그것이 바로 세르펜티의 본질이다.

매혹적인 곡선과 눈부신 젬스톤, 그리고 메종 특유의 대담한 컬러 팔레트가 빚어낸 세르펜티는 시간의 흐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휘감으며, 그것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이 상징이 특별한 이유는 ‘여성성’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세르펜티는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를 인식하고, 스스로를 지키며, 필요하다면 공격할 줄 아는 힘의 은유다. 손목 위에서 조용히 빛나는 워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확신. 그것이 세르펜티의 언어다.

세르펜티는 이제 단순한 럭셔리 아이템도 하나의 모티프도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권력, 관능과 재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언어이며, 불가리의 미학적 DNA를 가장 대담하게 드러내는 태도다. 세르펜티는 늘 현재형이다. 클래식하지만 결코 고정되지 않고, 대담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다. 수십 년의 시간을 지나며 수없이 변주되어 왔음에도 여전히 불가리의 가장 강력한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이유다. 오늘도 세르펜티는 불가리라는 이름 아래, 한 겹의 시간을 벗어낸다.
이미지 제공 불가리(@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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