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스페리멘털 1
250주년을 맞은 브레게는 <시간의 서랍> 전시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하고 전시에 맞춰 1년 내내 신제품을 출시했다. 파리의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를 시작으로 상하이 의 ‘트래디션 7035’, 뉴욕의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 제네바의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 런던의 ‘마린 오라문디 5555’를 거쳐 서울의 ‘레인 드 네이플’ 컬렉션 공개로 이어졌다. 각 도시는 브레게 역사와 연관이 깊은 장소들이기도 하다. 뉴욕 에디션은 1930년 최초의 대서양 횡단 비행을 기념하고, 제네바 모델은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발명한 투르비용을 기념하며, 런던 출시작은 본초자오선의 도시답게 여행자를 위한 시계인 점 등 세심한 기획력이 빛난다. 그리고 마침내 12월 1일, 파리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챕터를 공개했다.
익스페리멘털 1, 미래를 여는 마지막 혹은 첫 챕터
브레게 ‘익스페리멘털 1’ 워치.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타임피스는 브레게 R&D 부서가 축적해온 기술력의 집약체다. 250년 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실험 정신으로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쓴 것처럼, ‘익스페리멘털 1’은 2025년의 방식으로 그 정신을 계승한다. ‘마린’ 컬렉션의 DNA를 기반으로한 지름 43.5mm의 브레게 골드 케이스, 교체 가능한 러버 스트랩, 야광 처리한 인디케이션,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다이얼까지. 모든 디자인 요소가 기능과 미학의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 안에 있다. 워치메이킹에서 정밀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세 가지 난제와의 싸움이다. 파워 리저브 소진에 따른 밸런스 휠 진폭의 불안정성, 중력의 영향, 그리고 충격 저항성. ‘익스페리멘털 1’은 이 모든 문제를 우아한 방식으로 해결한다. 바로 일정한 힘을 전달하는 자성 이스케이프먼트를 갖춘 10Hz 투르비용이다. 기존 투르비용의 2.5Hz보다 4배나 높은 진동수인 10Hz는 충격 후 정상 진동의 복귀를 극적으로 빠르게 만든다. 자성 트랙을 장착한 2개의 이스케이프 휠 사이에서 자성 팰릿이 박동하는 구조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1798년과 1801년에 특허를 낸 일정 동력 전달 기술과 투르비용의 21세기적 재해석이다. 놀라운 점은 이 고진동 투르비용이 육안으로는 그 회전을 감지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럽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마치 정지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초당 10회의 진동이 시간을 정밀하게 새기고 있다. 브레게 홀마크 인증이 보장하는 하루 ±1초의 정확도는 그저 숫자가 아니라, 250년 워치메이킹 노하우의 증명이다. 예리한 각도로 마감한 솔리드 골드 브리지, 새틴 처리와 미러 폴리싱이 교차하는 표면, 12시 방향에서 미닛 트랙을 탈출하려는 듯한 투르비용의 배치까지. ‘익스페리멘털 1’은 전통적인 브레게 코드를 따르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미학을 추구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념작이 아니라, 미래의 청사진이다.

새로운 250년의 시작, 브레게 CEO 그레고리 키슬링과의 인터뷰
익스페리멘털 라인은 기존 컬렉션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브레게가 과거 기술 시험을 위해 제작하던 ‘피에스 데세Pièce d’ Essai(시범 작품)’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라인입니다. ‘마린’, ‘타입 XX’, ‘클래식’ 등과 병렬로 존재하며, 매년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익스페리멘털 1’은 그 첫 번째 신호탄입니다.
이번 무브먼트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몽트르 도르Montre d’Or’ 워치와 철학적으로 연결된다고요? 황동 부품을 모두 금으로 대체하며 탄생한 ‘몽트르 도르’ 정신을 계승했습니다. 과거를 복제하지 않았고, 21세기의 기술과 소재로 만들었죠.
새로운 이스케이프먼트는 기존 구조와 무엇이 다른가요? 기존 이스케이프먼트에 단 2개의 부품, 더블 이스케이프 휠을 구성하는 추가 휠과 스톡 휠만 추가했어요. 이 단순함은 니켈-인(Ni-P) 소재의 높은 정밀도 덕분에 가능합니다. 충격과 자기장에 강하며, 고진동 투르비용 케이지를 구동하기 좋죠.
투르비용과 캐러셀 혼동이 종종 있는데, 이 모델은 어떤 구조인가요? 밸런스 휠이 케이지 중심에 없다고 캐러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캐러셀은 2개의 기어 트레인을 갖고, 투르비용은 하나만 사용합니다. ‘익스페리멘털 1’은 고진동을 위해 케이지에 중간 휠을 배치한 특별한 투르비용입니다.
10Hz 고진동과 72시간 파워 리저브는 어떻게 가능했나요? 2개의 배럴을 직렬 연결하고, 각 배럴 내부에 2개의 스프링을 병렬 배치했습니다. 즉 ‘병렬 구조의 배럴 2개를 직렬로 연결한 형태’죠. 이로써 높은 진폭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하루 ±1초라는 정확도를 달성했습니다.
시크릿 시그너처를 12시 방향에 2개 배치한 이유는요? 완벽한 대칭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또 무브먼트 뒷면에 세팅 메커니즘을 배치해 미적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착용감을 위해 어떤 요소를 중요하게 보나요? 우리는 착용감을 인체공학이 아닌 ‘햅틱haptic(촉감)’ 영역으로 봅니다. 촉감은 물론 태엽을 감을 때의 소리, 베젤 회전음 등 오감이 시계 품질을 구성하죠. 스트랩의 부드러움 역시 이번 프로젝트에서 크게 개선했습니다.
끝으로, ‘익스페리멘털 1’은 브레게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고객들은 발표가 끝나기 전부터 박수를 보냈습니다. 매우 좋은 신호죠. ‘익스페리멘털 1’은 브레게의 다음 250년을 여는 출
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연결되면서, 창립자의 정신을 현대 기술과 함께 이어가는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왼쪽부터) 4월 25일 프랑스 파리 ‘클래식 서브스크립션 2025’. 5월 17일 중국 상하이 ‘트래디션 7035’.

(왼쪽부터) 6월 5일 미국 뉴욕 ‘타입 XX 크로노그래프 2075’. 6월 27일 스위스 제네바 ‘클래식 투르비용 시데랄 7255’.

(왼쪽부터) 9월 11일 영국 런던 ‘마린 오라문디 5555’. 10월 16일 한국 서울 ‘레인 드 네이플 9935 & 8925’.

(왼쪽부터) 10월 25일 일본 긴자 ‘클래식 7225 & 7235’. 11월 19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레인 드 네이플 크레이지 플라워 & 펄 임페리얼’.

클래식 미닛 리피터 7365, 프랑스 블루의 귀환
25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또 다른 주역은 11월 30일 파리에서 공개된 ‘클래식 미닛 리피터 7365’ 워치다. 25피스 한정으로 제작한 이 타임피스는 브레게 골드로 만든 최초의 방수 미닛 리피터이자, 75시간 파워 리저브를 탑재한 최초의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다. 새로운 ‘칼리버 1896’의 심장부에는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발명한 공Gongs이 자리한다. 화이트 골드에 브레게 골드로 도금된 공은 특허받은 브레게 골드 케이스에 연결되어, 소재의 일관성이 만들어내는 완벽하고 조화로운 음색을 선사한다. 3Hz로 향상된 밸런스 휠 진동수는 정확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며, 실리콘 이스케이프먼트는 약 600가우스의 자기장을 견디는 비자성으로 시계의 안정성을 한층 높인다. 무엇보다 이 시계의 진정한 매력은 프랑스 블루 그랑 푀 에나멜 다이얼에 있다. 메종이 개발한 이 색상은 루이 14세 시대부터 프랑스 왕정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상징색이다. 베르사유 궁정의 대관식 의상에도 등장하고, 방돔 광장의 역사적 건물 외벽을 장식하기도 하며, 브레게 부티크 문을 통과하는 모든 이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전해온 바로 그 색이다. 다이얼에 폴리싱 처리된 브레게 골드 뉴머럴이 인레이로 박힌 모습은 250년 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추구했던 명료함과 우아함의 현대적 해석이다. 지름 39mm로 줄어든 케이스는 4월 공개했던 ‘클래식 서브 스크립션 2025’ 워치에서 직접 영감받았다. ‘퀘드올로지’ 모티프의 기요셰 장식이 케이스 백, 미들 케이스, 심지어 러그 사이의 좁고 곡선적인 면까지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 극도로 섬세한 작업을 위해 브레게 장인들은 특수 장치를 개발했다. 양쪽 러그로 둘러싸인 제한된 공간에 인그레이빙을 하고, 작업 후 러그에 닿지 않고 도구를 빼내는 것이다. 아브라함-루이 브레게 시대의 기요셰 머신으로 완성하는 이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6시 방향의 비밀 서명은 17세기에 발명된 팬터그래프를 통해 에나멜 표면에 직접 수작업으로 새겨진다. 다이아몬드 팁으로 그랑 푀 에나멜링한 표면을 조각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하지만, 브레게 장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케이스 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수작업 인그레이빙을 더한 무브먼트는 브레게의 상징적인 두 세계를 연결한다. 상단부는 18세기 파리 시테섬의 풍경을, 하단부는 스위스 발레 드주 계곡과 당 드 브리옹 봉우리를 표현한다. 센강에 비친 듯 대칭을 이루는 이 장면은 브레게의 유산을 몽환적으로 담는다.

시테섬과 센강의 풍경을 프랑스 블루 그랑 푀 에나멜링과 인그레이빙으로 표현했다.

시간을 노래하다, 클래식 그랑 소네리 메티에 다르 1905
같은 날 공개된 또 하나의 걸작, ‘클래식 그랑 소네리 메티에다르 1905’ 워치는 브레게가 20년 만에 선보이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이다. 53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칼리버 508GS’는 조립에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진정한 마스터피스. 그랑 소네리 메커니즘, 온디맨드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 그리고 레귤레이터 스타일 디스플레이까지. 이 모든 복잡한 기능을 하나의 포켓 워치에 담아낸 것만으로도 경이롭지만, 진정한 혁신은 자성 레귤레이터에 있다. 브레게 R&D의 결과물인 이 자성 레귤레이터는 해머의 작동 빈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금속 회전 암이 자석 네트워크 사이에서 회전하며 푸코 전류를 발생시키고, 이것이 전자기 브레이크로 작용해 회전속도를 일정하게 조절하는 원리다. 1851년 발견된 푸코 전류의 원리를 워치메이킹에 적용한 것으로, 완전히 무소음이며 접촉이 없어 그랑 소네리, 프티 소네리, 미닛 리피터 세 가지 타종 모드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지름 56.5mm 브레게 골드 케이스의 커버는 수작업으로 기요셰와 인그레이빙 작업을 한 후 에나멜 처리했다. 시테섬과 센강의 풍경을 프랑스 블루 그랑 푀 에나멜링과 인그레이빙으로 표현하고, 케이스 백에는 250주년 기념 ‘쁘띠 트리아농’ 모티프를 새겼다. 베르사유 궁전의 인터레이싱 패턴에서 영감받은 이 기요셰는 250주년만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됐다. 가장 놀라운 점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거닐던 길목의 오크나무로 제작한 케이스다. 1681년 심어져 1999년 폭풍으로 손상되고 2005년 벌목된 나무의 마지막 목재라니, 완벽한 서사가 스민다. 쁘띠 트리아농의 프렌치 파빌리온 기하학을 따라 마키트리 기법으로 완성한 케이스 안에는 발레 드 주의 리수 숲에서 채취한 공명판이 내장되어 있다. 1만 그루 중 하나만이 절대적 완벽함의 공명을 제공한다는 그 나무. 최고급 바이올린 제작에 사용되는 바로 그 목재다. 그리고 마침내 250년의 시간이 포켓 워치 안에서 노래한다. 이것이 브레게가 2025년을 통틀어 전하는 메시지다.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되, 미래를 향한 혁신을 멈추지 않는다. ‘익스페리멘털 1’이 여는 새로운 시대, 그리고 전통의 정수를 담은 2개의 마스터피스. 250주년의 마무리보다, 브레게의 다음 25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COOPERATION 브레게(www.bregu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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