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2월호

음악은, 균형의 예술이다 '피아니스트 신창용'

그의 연주는 언제나 감정의 밀도를 다루는 일에서 출발한다.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무대를 통해 ‘소리의 질서’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인간적인 떨림과 고요한 열정을 동시에 표현한다. 
세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그에게 음악은 여전히 ‘완벽함’이 아닌 ‘진심의 전달’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의 연주에 위로받는다면, 그날의 무대는 충분히 완성된 것이라 그는 말한다.

EDITOR 김나림 CONTRIBUTING EDITOR 조혜나 PHOTOGRAPHER 이우경

신창용 피아니스트. 그는 감 정의 깊이와 구조의 균형을 동 시에 탐구하며, 고전 속에서 지금의 감각을 읽어낸다. 세 번의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주 목받은 이후, 카네기홀과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이 어가고 있다. 절제된 감정과 맑은 울림으로 음악의 본질을 탐색하며, 연주를 통해 인간적 인 진심과 위로를 전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을 비롯해 세계 주요 콘서트홀에서 무대를 이어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클래식의 언어로 동시대의 감정을 해석한다. 뉴욕 카네기홀, 루르 피아노 페스티벌, 스타인웨이 홀 등에서 연주하며 “섬세함과 맹렬함이 공존하는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았다. 그가 다루는 건 악보뿐 아니라 감정의 층위를 구성하는 ‘호흡의 미학’이다. 음악에 대한 그의 태도는 늘 ‘관찰’에서 비롯된다. 악보를 연구하며 작곡가의 의도를 읽고, 연주를 통해 청중과 감정의 균형을 맞춘다. 그는 말한다. “작곡가가 왜 이 화음을 썼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런 리듬을 남겼을까. 그걸 이해해야 비로소 연주가 완성됩니다.” 신창용의 연주는 정교한 구조 안에서 풍부한 감정을 끌어올린다. 무대 위에서 그는 매 순간 감정의 선율을 다시 조율하며, ‘틀리지 않는 연주’보다 ‘닿는 연주’를 선택한다. 그의 세계에는 완벽한 질서와 자유가 동시에 존재한다. 카네기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음악의 긴장과 휴식을 끊임없이 실험해왔다. 블랙 셔츠와 단정한 니트, 조용한 태도 속에는 내면의 불꽃이 깃들어 있다. 연습실의 고요, 무대의 빛, 그리고 마지막 음이 사라진 후의 침묵까지. 그 순간마다 그는 음악가로서 자신을 다시 정의한다. “피아노는 내 감정의 거울이에요. 그날의 나를 가장 정확히 비추죠.”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로 독주회를 준비하며, 그는 다시 한번 음악과 인간의 경계를 탐색하고 있다. 소리와 침묵, 강약과 여백의 사이에서 그는 말없는 이야기를 만든다. “음악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예요. 그 감정이 진짜일 때, 비로소 음악이 됩니다.” 그의 피아노는 연주가 아닌 하나의 서사다. 그 서사 속에서 그는 늘 ‘진심의 온도’를 조율한다.


내 스타일의 ‘한 끗’은? 절제된 블랙 안에서 미세한 질감과 실루엣의 차이를 주는 것. 단정하지만 단조롭지 않게 만드는 미묘한 ‘선’이 제 스타일의 핵심입니다. 블랙은 저에게 질서이자 언어이며, 단순함 속에서도 긴장과 여백을 다루는 방식이 결국 저를 완성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옷이어도 미묘한 선의 두께, 빛의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죠.


나를 매료시킨 스타일 아이콘은? 마르타 아르헤리치. 자유롭고 본능적인 에너지가 늘 인상적이에 요. 그녀의 연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지만, 완벽하게 통제된 질서 속에서 울려 퍼집니다. 감정 의 폭발과 구조의 균형이 공존하는 그녀의 세계는 늘 저를 자극합니다. 피아노 앞에서의 자유와 절 제, 그 두 극의 공존이 제가 추구하는 이상이기도 합니다.


옷장에서 가장 오래된 아이템은? 블랙 니트들입니다. 무대에서도, 일상에서도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에요. 세월이 흘러도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고, 그 안의 단정함이 오히려 깊어집니다. 오래된 니트를 입을 때마다 그 안에 쌓인 시간과 기억이 느껴져요. 클래식의 진가는 결국 견 디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단 한 벌만 챙겨야 한다면? 완벽한 핏의 블랙 슈트. 어디서든 저를 가장 잘 표현해줍니다. 슈트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태도이자 중심이에요. 긴장과 안정, 무게감과 여유가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제 시그너처가 완성됩니다. 피아노의 리듬처럼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맞아떨어지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가방 속 필수품은? 악보, 아이패드, 에어팟, 펜 그리고 톰포드 립밤. 늘 음악과 함 께 움직이는 제 일상의 구성품들이죠. 이동 중에도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늘 펜을 챙깁니다. 음악은 연습실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과 공간의 공기 속에서도 완성 된다고 믿습니다.


쇼핑할 때의 기준은? 트렌드보다 실루엣과 소재. 시간이 지나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옷을 선호 합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 무게감, 짜임의 완성도를 중요하게 봐요. 옷을 고를 때도 결국 ‘균 형’을 봅니다. 피아노 건반의 배치처럼 구조가 아름다워야 오래갑니다.


최근에 구입한 것은? 여전히 검정 니트. 클래식하지만 디테일이 섬세해서 연주복으로도, 일상복으 로도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검정이라는 색 안에서도 짜임, 실루엣, 빛의 각도에 따라 완전히 다 른 표정이 생기죠. 저는 그 미세한 차이를 찾아내는 과정을 좋아합니다. 그것이 결국 제 스타일의 ‘연주법’이기도 합니다.


그가 사랑하는 파지올리 피아노는 정밀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품은 악기다. 그 위에서 그의 음악은 사유가 되고, 하나의 철학이 된다.


피아노 앞의 그는 음악으로 이어진 인연을 오래도록 품는다. 함께한 이들을 향한 존경과 응원이 그의 연주에 스며 있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것은? ‘바워스앤윌킨스’의 좋은 스피커. 무대 위에서 느끼는 미세한 울림과 음 색의 결을 일상에서도 느껴보고 싶어요. 좋은 소리 환경은 감정의 결을 유지하게 해줍니다. 음 하나의 울림이 바뀌면 마음의 온도도 달라지죠. 결국 소리의 질이 하루의 태도를 결정짓는다는 걸 늘 느낍니다.


나의 시그너처 향은? 르 라보의 ‘어나더 13’. 깨끗하면서도 중성적인 잔향이 좋아요. 향은 눈에 보 이지 않지만 존재를 각인시키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음악이 그러하듯, 은근히 남아 기억되는 여운을 좋아합니다. 향과 소리 모두, ‘잔향’이야말로 가장 오래 남는 인상입니다.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은?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 공연을 준비하며 그의 내적인 감정과 시대의 흔적을 더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격정적인 리듬 속에서도 절제가 살아 있는 곡이에요. 차가운 구조 속에 숨은 인간적인 고뇌가 묘한 울림을 줍니다. 그 이중성이 제 감정의 결을 자극합니다.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의 작품 속 불확실함과 균형감 이 음악과 닮아 있습니다. 추상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방식, 그 절제의 미학이 인상적이죠. 피 아노로 표현하자면 페달과 쉼표 사이의 긴장처럼 보이지 않는 균형이 그의 예술을 지탱합니다.


내 인생의 스타를 꼽는다면? 글렌 굴드 같은, 자신만의 세계를 끝까지 지킨 예술가들. 그는 대중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해석을 밀고 나갔죠. 완벽하게 개인적인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그 결과 물이 시대를 초월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저는 그 고집스러운 자유를 예술의 가장 순수한 형태 로 봅니다.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양치 후 물 한 잔 마시기, 그리고 커피 내리기. 그 짧은 시간 동안 하루의 리듬이 정리됩니다. 커피 향이 퍼지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손끝이 하루의 첫 음을 준비하죠. 그 순간은 단순한 루틴을 넘어, 하루의 감정선을 세팅하는 의식 같은 시간입니다.


잠들기 전 하는 일은? 조용한 음악을 틀고 다음 날의 계획을 머릿속으로 정리합니다. 하루의 끝에 서 흩어진 감정들이 다시 정리되는 시간이에요. 모든 소리가 멈추면, 제 안의 리듬이 다시 균형을 되찾습니다. 그 고요 속에서 다음 날의 음악이 이미 시작됩니다.


수많은 음표 사이로 그를 움직이게 하는 진심의 기록들. 여러 박스에 고이 보관한 팬레터를 꺼내 볼 때마다 손 글씨의 온기가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다.


음악가의 일상은 놀랍도록 간결하다. 소리를 위한 에어팟, 숨을 위한 립밤, 그리고 시간을 담은 지갑.



그가 소개하는 르 라보 ‘어나더 13’은 자신의 음악처럼 은근히 스며들고, 오래 남는 여운을 품은 향이다.


절대 빼먹지 않는 자기 관리법은? 손 스트레칭과 산책. 피아니스트에게 손은 악기와 같기에 늘 세 심하게 관리합니다. 걷는 동안 떠오르는 생각들이 곡 해석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단순한 몸의 루 틴이지만, 정신의 리듬까지 조율해주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냉장고 속 필수품은? 그리크 요구르트와 방울토마토. 간결하고 담백한 조합이 좋아요. 공연 전후 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고요. 깔끔한 음식은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해줍니다. 깨끗한 맛이 하루의 긴장과 피로를 정리해주는 느낌이에요.


평생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파스타. 간단하면서도 무한한 변주가 가능한 음식이라 질리지 않 습니다. 재료의 조합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감정이 만들어지죠. 단순한 구조 안에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점이 음악과 닮았고, 매번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게 매력입니다.


나만의 의미 있는 장소는? 밤의 연습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 제 음악이 가장 솔직해집니다. 그곳의 공기는 언제나 다른 날과 달리 묘하게 맑고 단단해요. 건반 위에 손을 얹는 순간, 세상의 소음이 멀어지고 제 안의 진짜 리듬이 시작됩니다.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은? 팬분들이 써주신 정성스러운 편지들. 진심이 담긴 문장은 오래 남습니다. 연주가 버거워질 때마다 그 글들을 꺼내 읽으며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을 이유를 찾습니다. 결국 그 진심이 제 음악의 원동력이 됩니다.


요즘 가장 집중하며 빠져 있는 것은? 역시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 음악 속의 인간적 고뇌를 읽어내는 중입니다. 감정의 깊이를 세밀하게 다루고, 음과 음 사이의 간극을 연구하는 중이에요. 그 미세한 간격에서 음악의 진실과 인간의 복잡함이 드러납니다.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은? 무대에서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관객과 감정을 나누는 그 짧은 순간의 전율. 그 감정은 어떤 언어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그 순간을 위해 모든 걸 준비하고, 다시 무대 위로 돌아갑니다. 그 감정이야말로 제 삶의 중심이에요.


악보와 블랙 니트, 그리고 단정히 빛나는 구두 한 켤레. 그의 하루는 연주와 일상, 예술과 현실의 경계 위에 놓여 있다.



악보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서 소리가 태어난다. 그의 연주는 생각에서 시작해 감정으로 완성된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조언은? “연주는 결국 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한 스승님의 말씀입니다. 그 문장은 제게 연주의 기술이 아닌 태도를 일깨워줬습니다. 음악은 표현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이라는 걸,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새삼 실감합니다. 연주를 할 때마다 그 문장을 떠올립니다.


내가 만약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파이낸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숫자 속에서도 리듬과 균형이 느껴져요. 계산과 분석에도 감정의 흐름이 숨어있죠. 질서 안에서 자유를 찾는 일, 그것이 제 예술 의 본질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삶’을 상상할 때도 결국 음악으로 돌아옵니다.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때는?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공허함이 밀려오지만 마음 한편이 아주 편안해요. 그 여운 속에서 음악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건반 앞에 앉을 힘을 얻습니다. 긴 장과 해방이 교차하는 그 순간이 저에게는 가장 인간적인 시간입니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관찰입니다. 연습실 안팎에서 스치는 모든 순간이 결국 음악으로 이어져요. 사람의 표정, 빛의 방향, 도시의 소음까지도 저에게는 리듬으로 남습니다. 그 미세한 자극들이 쌓 여 어느새 한 곡의 감정으로 변합니다. 결국 일상은 가장 큰 악보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럭셔리’란?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여유. 누구의 시계도 아닌, 내 리듬으로 하루를 채우는 것. 진짜 사치는 물질이 아니라 자신을 조율할 수 있는 고요에서 비롯됩니다. 그 고요 속에서만 새로운 감정이 자라고, 예술이 다시 태어납니다.


답변을 마치는 소감은? 옷과 향, 공간까지 모두 결국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제 삶의 모든 선택은 음악으로 이어지는 리듬의 일부예요. 자신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 그것이 지금의 저에게 가장 큰 럭셔리입니다. 매일 같은 악보를 다르게 해석하듯, 삶도 매일 다 시 연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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