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다카시와 루이 비통이 준비한 협업전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VII’ Art Basel Paris 2025, © Adrien Dirand Louis Vuitton Malletier

Art Basel Paris 2025, © Adrien Dirand Louis Vuitton Malletier
뜨거운 거래의 시작
첫날부터 거래는 뜨거웠다. 총 206개 갤러리가 참여한 가운데,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는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을 2300만 달러(약 334억 원)에 판매했고,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루스 아사와Ruth Asawa의 조각을 750만 달러(약 109억 원)에 거래했다. 페로탕Perrotin, 카멜 메누르Kamel Mennour,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등 주요 갤러리들 또한 강세를 보이며 파리가 런던과 바젤을 잇는 유럽 미술 시장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확신을 남겼다. 이번 에디션에서 눈에 띈 흐름은 ‘Oh La La!’ 같은 기획 프로그램이 단순한 사이드쇼가 아니라 페어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출발점이 됐다는 사실이다. 페어 시작 3일 후인 24일에 공개된 루이크 프리장Loïc Prigent이 연출한 이 섹션은 ‘패셔너블’을 의미하는 ‘아 라 모드À la mode’라는 주제 아래, 미학적 전략으로 패션적 유머와 쇼맨십을 활용해 마지막을 향해가는 페어 일정 속 부스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참여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옷과 몸, 스타일의 사회적 함의를 탐구했는데, 파리의 갈레리 템플롱Galerie Templon은 1970년대에 제작한 벤Ben의 풍자적 텍스트 작품 ‘Je peut tout me permettre(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를 다시 걸며, “패션과 자유의 언어는 얼마나 가까운가”를 되묻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패션이 올해의 주제가 되면서 아트바젤 측은 공식 SNS 계정에 패션 인플루언서의 컬렉팅 내용을 담은 영상, 아트바젤용 OOTD(Outfit Of The Day) 같은 의외의 대중적 콘텐츠를 소개하는 변화도 꾀했다. 이런 시도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보수적 관점도 있지만 점점 흐려지는 예술과 패션, 대중문화와 컬렉터 사이 경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해석 또한 팽팽했다.

미우 미우의 설치 퍼포먼스 ‘헬렌 마튼의 30 블리자드’.
패션이 만든 새로운 장면
아트바젤 파리의 파트너사이자 공식 후원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브랜드 또한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회사인 루이 비통이다. 루이 비통은 아티스트 협업 프로그램을 매해 아트페어 내에서 전개함으로써 단순한 후원 이상의 문화적 참여를 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새로운 협업,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VII’ 컬렉션을 공개했다. 전시의 중심에는 8m 높이의 거대한 문어 조각이 자리했고, 촉수로 감싸인 공간 안에 배치된 가방들이 빛을 받으며 반짝였는데, 패션 쇼케이스가 아니라 거대한 설치미술이자 브랜드의 미학을 예술적으로 정의하는 완벽한 자리가 되었다. 아트바젤 파리의 ‘퍼블릭 프로그램 파트너’로는 또 다른 패션 브랜드, 미우 미우가 자리한다. 미우 미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한 조각·영상·퍼포먼스를 결합한 퍼포먼스 작업 ‘헬렌 마튼Helen Marten의 30 블리자드Blizzards’를 선보였다. 30개의 캐릭터적 물성과 퍼포머들이 공간을 유영하듯 연출된 연극적 구성은 일상 사물의 조각들과 결합되어 공동체와 상실 같은 정서를 다층적으로 탐구했으며,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면서 기록하도록 유혹하는 퍼포먼스였다. 관객을 수동적 관찰자로 남기지 않고 정서적 개입을 유도하며, 감정적으로 이입된 관객들은 예술성 외에도 작품에 사용된 의상, 컬러, 공간, 로고의 노출 등을 통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렇게 두 번의 성공적인 퍼블릭 프로그램 진행으로 미우 미우는 이제 파리 아트위크 기간 중 대중이 가장 경험하고 싶어 하는 전시의 기획자로 자리 잡았다. 무료로 진행하는 공공 아트 전시는 매장 방문에 비해 문턱이 낮고 교양 있어 보이며 인스타그래머블하기까지 하니까.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에서 장 프루베 작품들을 선보인 라파누르 갈레리 다운타운 Laffanour Galerie Downtown 부스.

이탈리아 디자인을 대표하는 갈레리아 로셀라 콜롬바리Galleria Rossella Colombari 부스.
파리가 보여준 미래
아트 바젤의 파트너사가 아닌 브랜드들은 장외 행사를 기획해 똑같은 기회를 노렸다. 이세이 미야케는 일본인 건축가이자 아티스트 유진 칸가와Eugene Kangawa와 협업해 패션과 디자인, 공예의 경계를 탐구하는 전시

디자인 마이애미 파리 전경.

정원에 설치된 제임스 드 울프 James de Wulf의 ‘뮤지컬 핑퐁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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