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넬×리움미술관의
<블랙 퀀텀 퓨처리즘:
타임 존 프로토콜>
(9월 4~28일) 전경.
올해 샤넬은 한국에서 예술의 여러 장면을 하나의 서사로 직조했다. 공예·현대미술·영화·사유의 장이 현장 중심의 협업으로 맞물리며 기획부터 전시·기록·배포까지의 결이 단단해졌다. 그러한 결과물은 종이와 영상, 공간과 감각으로 퍼져 나가 예술이 사회와 만나는 방식을 새롭게 규정했다. 동시에 한국 로컬의 예술 활동이 글로벌 기관들과의 파트너십 속에서 순환 구조를 형성하면서 영향의 반경을 넓히도록 했다. 이 같은 한 해의 축적은 다음 장면을 예고하는 서문이자 동시대 문화생태를 설득력 있게 갱신한 기록으로 남았다.

샤넬과 프리즈가 진행하는 ‘나우 & 넥스트’의 2025년 넥스트 선정 작가인 정유미의 ‘You don’t need to hurry. Take your time’(2022).

‘나우 & 넥스트’의 2025년 나우 선정 작가인 김보희의 ‘The Days’(2022).
NOW & NEXT, FRIEZE
미술 분야에서 샤넬은 프리즈와 손을 잡고 제작하는 영상 시리즈 ‘나우 & 넥스트’를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 현장을 대화 형식으로 기록해왔다. 2022년 첫선을 보인 나우 & 넥스트는 기성 예술가와 신진 예술가에게 시간과 연결성, 서울과의 관계 등을 질문하는 것이 특징. 2025년 나우 파트에는 김보희·김윤철·이진주 작가가, 넥스트 파트에는 정유미·전소정·임노식 작가가 이름을 올렸다. 영상 속 서울은 작품의 배경이자 맥락으로 기능하며, 세대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화두를 드러냈다. 각 에피소드는 프리즈 웹사이트와 SNS 채널에 공개됐고, 이렇게 축적된 콘텐츠는 온라인 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한다.
IDEA MUSEUM, LEEUM
‘샤넬 컬처 펀드CHANEL Culture Fund’는 100년 넘게 예술에 후원해온 샤넬 하우스의 정신을 오늘날 현장에 맞춰 운영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전시·연구·교육·대화 플랫폼을 연계해 창작자의 역량을 최상으로 끌어올린다.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CHANEL Next Prize’는 동시대 예술가를 조명하고, 팟캐스트 ‘샤넬 커넥츠CHANEL Connects’는 다양한 문화 분야의 리더를 소개하며, 협력 파트너로는 런던 국립초상화박물관,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파리 퐁 피두 센터 등이 있다. 샤넬 코리아와 샤넬 컬처 펀드의 인연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움미술관의 퍼블릭·리서치 프로그램 ‘아이디어 뮤지엄’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아이디어Idea라는 단어를 통해 리움미술관이 추구하는 포용성Inclusivity, 다양성Diversity, 평등Equality, 접근성Access이란 가치를 포괄하는 것이 핵심. ‘생태적 전환’이라는 주제안에서 3년 동안 기후 위기와 지속 (불)가능성, 생태학과 여성, 교육과 돌봄 등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지점을 포착해 심포지엄, 필름 스크리닝, 세미나 등을 진행해왔다. 2025년에는 아티스트 컬렉티브, 블랙 퀀텀 퓨처리즘Black Quantum Futurism이 식민주의와 자본주의가 구축한 표준 시간의 규범을 재구성하고 비판적으로 해체하는 실험인 <타임 존 프로토콜> 전시를 공개했으며, 이와 연계해 서울의 장소성을 배경으로 시간과 공간, 대안적 미래를 모색한 강연·워크숍·퍼포먼스 ‘본초자오선 언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025 예올×샤넬
프로젝트’. 올해의 젊은
공예인 이윤정(왼쪽)과
올해의 장인 박갑순(오른쪽).
ARTISAN AND YOUNG CRAFTSPERSON OF THE YEAR, YÉOL
2022년부터 시작된 재단법인 예올과의 협업은 전통 기술을 오늘의 언어로 갱신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장인 정신’이 있다. 대를 잇는 손 기술, 재료의 성정을 읽는 감각, 느린 제작 과정에서 축적되는 시간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일까. 이들이 함께하는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프로젝트에선 공정의 깊이와 기술의 전승을 우선으로 하고, 전통 공예품 기획·개발·모델링·생산 등을 촘촘히 엮어 공예가 삶과 만나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띈다. 그중 2025년 ‘올해의 장인’ 박갑순과 ‘젊은 공예인’ 이윤정은 서로 다른 물성으로 흐름과 균형의 미감을 확장했다. 박갑순은 전통 민화에서 가져온 동식물 모티프를 지호 공예로 변주해 자연과 공존하는 태도를 시각화했고, 이윤정은 주조 공정을 밀도 있게 축적한 주석 가구를 선보이며 ‘쓰임 속에서 성숙하는 금속’이라는 감각을 제시했다. 3년 연속 양태오의 연출 아래 공간 문법과 작품의 리듬을 유기적으로 묶어 관람 동선 자체를 서사로 만든 전시 공간도 주목할 지점.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2025
까멜리아상’ 수상 소감을
전하는 실비아 창.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영화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와의 파트너십이 무게를 더했다. 1996년 영화제 기간 중 열리는 ‘프렌치 나이트French Night’의 파트너로 맺어진 샤넬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연대는 2022년 공식화됐다. 2005년 아시아 영화를 이끌어갈 차세대 영화인 발굴 및 아시아 영화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만들어진 ‘아시아영화아카데미’가 2022년 샤넬의 후원으로 ‘CHANEL×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로 진일보한 것. 아카데미는 아시아 각국의 신진 창작자를 선발, 멘토링·마스터클래스·워크숍 을 거쳐 단편영화 제작으로 전개되는 실전 트랙을 제공하며, 2024년부터는 8명의 연출 펠로가 각자 한 편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결과의 선명도를 높이고 있다. 2024년 제정된 ‘까멜리아상’은 여성 영화인의 공헌을 본격 조명하는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첫 수상자 류성희 미술감독에 이어, 올해는 배우·영화감독·프로듀서·시나리오 작가를 넘나들며 작업해온 대만 출신 실비아 창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업계 전반에서 쌓아 올린 영향력과 필모그래피, 지역과 세대를 가로지르는 멘토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COOPERATION 샤넬(080-805-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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