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5년 11월호

THE SEASON OF CLASSICS

2025년 가을, 전 세계 거장과 신예가 함께 빚어내는 클래식의 황홀한 순간들이 펼쳐진다.

EDITOR 김민지 WRITER 박가영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거장들의 묵직한 존재감에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파격적인 활력이 더해지면서다. 새로운 바람의 중심에는 K-팝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며 클래식 시장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클래식 아이돌'이 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예들은 스스로가 롤 모델인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말했듯, 이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클래식 공연장으로 이끌고 있다.


클래식, 아이돌을 만나다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후, 매번 놀라운 횡보를 보여주고 있는 임윤찬은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중심으로 한 리사이틀 투어, 클라우스 메켈레와 함께한 파리 오케스트라 협연, 스승 손민수와 듀오 리사이틀을 통해 상반기 클래식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올해 쇼팽 콩쿠르 우승 10주년을 맞은 조성진은 세계 정상의 무대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해석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발매한 라벨 앨범에서 세련된 감각과 정교한 기교를 입증하며 비평가와 청중의 찬사를 동시에 얻었다. 상반기에는 라벨 피아노 독주곡 전곡을 선보이는 전국 투어 리사이틀을 진행했으며,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부산콘서트홀 개관 무대에 올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황제’를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두 젊은 피아니스트는 세계를 무대로 활약을 이어간다. 조성진은 11월 6~7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안드리스 넬손스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11월 20일에는 런던 필하모닉과 함께 바비컨 센터 무대에 올라 전 세계 음악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으며 12월 3일 뉴욕 카네기홀 공연, 12월 9일 파리 리사이틀 무대 등 하반기 일정만으로도 그의 세계적 위상을 실감케 한다. 임윤찬 역시 굵 직한 무대에 오르며 세계 음악계를 누비고 있다. 11월에는 로마 산타 체칠리아 홀에서 13일부터 15일까지 공연을 펼친 뒤, 11월 25일 타이베이 국립공연예술센터에서 아시아 관객과 만난다. 연말에는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다시 시카고 심포니 센터에 올라 2025년의 대미를 장식한다.


신성과 거장의 공존

지휘와 작곡에서도 젊은 스타들이 부상하고 있다. 상반기에 내한해 임윤찬과 협연했던 29세의 클라우스 메켈레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현재 오슬로 필하모닉과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자, 2027년부터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차기 지휘자로 임명된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다. 떠오르는 또 다른 지휘 신예 35세의 카키 솔롬니슈빌리는 324년 역사의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을 이끌고 12월 내한해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와 협연한다. 이런 흐름은 국내에서도 이어진다. 작곡과 지휘를 겸하는 1994년생 동갑내기 윤한결과 최재혁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 2006년생의 어린 나이로 헝가리 바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하느리가 주목받는 작곡가로 떠오르며 클래식계에 젊은 활력을 더하고 있다. 한편, 클래식 시장의 토대는 여전히 거장들이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새롭게 임명된 정명훈은 제자들과의 실내악 무대를 통해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날 예정이고(11월 12일 예술의전당, 11월 20~23일, 전국 투어), 변함없는 존재감을 이어가는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이탈리아의 실내악단이 무지치와 무대에 오르며(12월 13~20일, 전국 투어), 백혜선은 전국 곳곳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김선욱, 손열음, 선우예권, 클라라 주미 강, 양인모 등 한국 클래식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는 명연주자들도 하반기에 국내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신성과 거장이 공존하는 이 풍경은 한국 클래식 시장의 저력을 보여준다.



깊어가는 가을, 놓칠 수 없는 국내 명공연

올 가을과 겨울은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축제의 계절’이다. 다채로운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잇달아 내한하며 한국을 클래식의 향연으로 물들이기 때문. 특히 11월에는 세계 3대 명문 악단이 모두 내한해, 관객들은 어떤 공연을 봐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있다.





로얄 콘세르트헤바우×클라우스 메켈레

메켈레는 6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아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1888년 창단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악단이다. 11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23년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1위에 오른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슈타인과 협연하며, 이어지는 6일 롯데콘서트홀과 9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와 함께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들려준다.


베를린 필하모닉×키릴 페트렌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사상 처음으로 3회 공연을 확정하며 국내 클래식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부상하고 있는 김선욱과 함께 한다. 11월7~9일 예술의전당.


빈 필하모닉×크리스티안 틸레만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이끄는 믿고 들을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독일 후기 낭만주의 교향곡의 정점인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11월18~20일 예술의전당.


슬로베니안 필하모닉×카키 솔롬니슈빌리

1990년대생 지휘자 카키 솔롬니슈빌리가 펼치는 무대로 신선한 해석과 에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11월 20일 롯데콘서트홀.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다니엘 하딩

다니엘 하딩이 이끄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임윤찬의 만남은 이미 클래식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화제다. 새로운 거장과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하모니가 기대된다. 12월 3~5일 예술의전당.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산투-마티아스루발리

1945년 창단 이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오토클렘페러, 리카르도 무티 등 전설적인 지휘자들과 함께해온 영국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핀란드 출신의 산투-마티아스 루발리가 첫 내한하며 클라라 주미 강이 협연한다. 12월 7일 예술의전당.



가을, 각기 다른 매력의 음악 도시로 떠나는 클래식 여행

축제의 열기로 뜨거웠던 여름이 저물고, 가을의 빛깔이 깊어질수록 유럽은 고풍스러운 정취와 함께 위대한 음악의 선율로 다시 숨결을 채운다. 바로크 시대의 위대한 거장부터 현대음악의 새로운 흐름까지. 고전과 실험을 넘나들며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특별한 음악 축제들이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취향에 맞춰 위대한 거장의 숨결을 따라가거나, 새로운 음악의 미래를 탐험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커뮤니티와 함께 만드는 음악의 향연 – 윔블던 국제 음악 페스티벌Wimbledon International Music Festival

윔블던 국제 음악 페스티벌은 테니스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 남서부 윔블던 지역에서 매년 11월 열리는 가을 음악 축제다. 2009년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실내악, 피아노 리사이틀, 합창 그리고 재즈와 포크까지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와 관객을 잇는다. 학교, 교회, 펍 등 일상적 공간을 공연장으로 탈바꿈시켜 음악을 더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다. 커뮤니티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하며, 클래식이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11월 1~22일.


오페라 황금기로의 여행 – 도니체티 오페라 페스티벌Donizetti Opera

이탈리아 베르가모는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 가에타노 도니체티의 고향이다. 매년 가을, 이곳에서는 그의 음악 세계를 기리는 페스티벌, 도니체티 오페라가 열린다. 잘 알려진 명작은 물론, 무대에 자주 오르지 않는 희귀작까지 소개하며 도니체티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조명한다. 작곡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도시의 역사적 극장에서 울려 퍼지는 벨칸토의 선율은 여행자를 19세기 오페라의 황금기로 안내한다. 11월 14~30일.


미래를 기다리며 – 루체른 페스티벌 포워드Lucerne Festival Forward

포워드 페스티벌은 올해로 다섯 번째 열리는 루체른 페스티벌의 현대음악 플랫폼으로, 젊은 세대의 작곡가와 연주자들을 조명하는 무대다. 루체른 페스티벌 아카데미와 루체른 페스티벌 컨템퍼러리 오케스트라가 중심이 되어 기획하며, 전통적인 공연 형식을 넘어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특히 다양한 국적, 세대, 성별의 음악가들이 참여해 동시대 음악의 다채로운 흐름을 보여주며,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과 새로운 무대연출 방식을 통해 현대음악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11월 21~23일


바흐를 기리며 - 비스바덴 바흐 주간Wiesbadener Bachwochen

독일 비스바덴에서는 바흐의 음악에 헌정된 특별한 축제가 열린다. 1975부터 2년에 한 번 개최되 는 ‘바흐 주간’ 축제로 오르간 리사이틀, 합창 무대, 실내악 공연까지 바흐의 전 장르를 아우르며 깊은 음악적 울림을 전한다. 특히 역사적인 교회에서 열리는 공연은 음향과 공간의 울림이 어우러져 바흐 음악의 본질을 더욱 강렬하게 체험하게 한다. 어두운 겨울을 밝히는 음악적 등불 같은이 축제는, 가을의 낭만을 겨울의 사색으로 이어주는 귀중한 여정이 될 것이다. 11월 2일~2026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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