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젊은 작가 프란체스카 & 알리사Francesca & Alyssa가 로랑스 그라펜슈타덴의 작품을 꽃을 중심에 둔 구조로 재구성한 ‘Happy Flower’. 자연이 마음에 스며드는 감각을 시각화한 작품으로 아름다움과 감정의 결을 하나로 엮었다.
과학과 의학의 언어가 예술 문법으로 번역되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로랑스 저는 심장내과 전문의고, 마티외는 과학과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로랑스 그라펜슈타덴’이라는 예술 듀오를
먼저 제안한 건 마티외였죠. 그의 제안은 언제나 예기치 않아요. 그가 던진 한마디가 저를 다른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의학적 이미지로 회화적 언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티외 저는
과학 쪽으로는 쓸모없는 사람이에요. 끔찍할 정도로요!(웃음) 몽상가에 가까워 논리보다 상상을 믿는 편이죠. 생각도 이리저리 흩어지고요. 하지만 세포 염색이라는 의학적 절차를 예술적
재료로 변환하자는 발상은 제 몫이었어요. 데카르트식 사고로는 떠올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과학의 목적을 벗어나, 그 안에서 발견된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다만, 의사인 아버지를 설득해 의료용 장비를 작업용으로 쓰게 허락받는 일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작업 속 세포 이미지는 과학적 데이터이자 정체성과 감정을 비유하는 매체로 보입니다. 유년의 경험이나 가족사는 현재의 시각언어에 어떤 흔적을 남겼나요? 로랑스 어렸을 적 어머니는 늘 저를 미술관에 데려가셨어요. 루브르박물관과 오르세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마주하는 일은 정말 환상적이었죠. 색과 형태가 말없이 이야기를 건네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지금도 세포 도상 속에서 형상을 발견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누워서 구름 모양을 맞히듯 미세한 패턴 속에서 인물이나 풍경을 읽어내는 과정이죠. 마티외 저는 수업이 끝나면 종종 아버지의 진료실로 갔습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는 동안 현미경으로 슬라이드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죠. 작은 렌즈 속에서 본 세상은 끝없이 복잡하면서도 놀라운 질서를 품고 있었어요. 흡사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았던 그때의 경탄과 호기심이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Photo: Thomas Vollaire, Styling: Etienne Jeanson
로랑스 그라펜슈타덴 로랑스 오지에르 주르당과 마티외 그라펜슈타덴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미시 세계와 인간의 내면을 세포 이미징을 통해 회화적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A2Z 갤러리와 크래머 갤러리Kraemer Gallery, 중국 선전 현대미술관·도시계획박물관 등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로랑스 그라펜슈타덴에는 대통령의 가족이라는 이름표가 항상 따라다닐 거예요. 예술가의 정체성과 가족 이름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요? 로랑스 무엇보다 저는 브리지트 마크롱의 딸, 프랑스 대통령의 가족으로 불리기 이전에 로랑스 오지에르 주르당이라는 한 사람으로 존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개인이든 예술가든 양쪽 모두에서 큰 부담은 없어요. 미술계에서 커리어가 쌓일수록 대중과 컬렉터, 미술관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가 작품 안에 작가의 삶이 스며 있기 때문임을 실감합니다. 특히 우리처럼 자신의 세포를 드러내는 경우엔 더욱 그렇죠. 마티외 중요한 건 배경이 아니라 진정성이에요. 한때는 이름 대신 가명을 쓰기도 했습니다. 아티스트 듀오명은 각자 이름을 합친 것이죠? 로랑스 이 역시 마티외의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엔 다소 무모해 보였지만, 그를 믿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마티외 그라펜슈타덴이란 이름은 제가 자란 프랑스 동부의 마을 그라펜슈타덴Graffenstaden에 바치는 헌정입니다. 정확히 발음하는 일은 끔찍하지만요.(웃음) 거기에 로랑스의 이름을 더해 우리(듀오)가 동일한 시각언어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아티스트 듀오명은 각자 이름을 합친 것이죠? 로랑스 이 역시 마티외의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엔 다소 무모해 보였지만, 그를 믿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마티외 그라펜슈타덴이란 이름은 제가 자란 프랑스 동부의 마을 그라펜슈타덴Graffenstaden에 바치는 헌정입니다. 정확히 발음하는 일은 끔찍하지만요.(웃음) 거기에 로랑스의 이름을 더해 우리(듀오)가 동일한 시각언어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예술가가 한 세계를 구축할 때 충돌은 없었나요? 로랑스 우리는 서로의 빈틈을 메우는 방식으로 작업 합니다. 마티외는 세포 분석과 기술적 프로세스를, 저는 그래 픽 방향과 시각 구성을 맡아요. 그리고 페인팅은 함께 진행하죠. 또 저는 빠르게 구조적으로 움직이는 편이지만, 마티외는 몽환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던져요. 마티외 저는 ‘날것의 세포 이미징’이라는 초기 개념에 애착이 있어요. 반면 로랑스는 전개 방식에 유연하죠. 이러한 대비가 창작 에너지를 끌어 올리고,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파리 아랍세계연구소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교실, 작품La Classe, l’Oeuvre’.
다양한 배경을 지닌 5학년 학생 36명 및 교사 5명의 단체 사진과 각자의 세포 초상을 병치해 다양성 속의 조화를 시각화했다.
작업 하나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시겠어요? 마티외 우리의 방법은 본질적으로 조작을 배제하는 데 있습니다. 슬라이드에 타액 한 방울을 떨어뜨려 세포를 채취하고, 염색 과정을 거친 후 이미지를 얻어요. 현미경 아래의 세계는 극도로 미세하지만, 그 이미지는 축구장에 비견될 만큼 방대합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그리려는 인물의 초상을 잘 대변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선택합니다. 로랑스 이를 통해 우리는 과학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 즉 모두가 같으면서도 각자 다르다는 진실을 말하고자 해요. 예로, 파리 아랍세계연구소Institut du Monde Arabe에선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이들의 단체 사진과 각자의 세포 초상을 병치해 다양성 속의 조화를 시각화했습니다.
점점 이미지들이 추상적이고 해체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면? 로랑스 새로움, 움직임을 탐구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 때
문이에요. 세포 이미징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의료 현미경의 색은 대개 흰 바탕 위에 분홍, 파랑, 회색의 색조를 띠지만, 우리는 이를 그래픽적으로 자유롭게 변주합니다. 창작이 계속된
다는 뜻이죠. 그러므로 우리 작업은 하이퍼모던하면서 수공예적 감각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티외 애독자라면 작년 9월 <럭셔리> 매거진 아트 북에 나왔던 컬렉터 파비앙 파코리Fabien Pacory를 기억하겠지요?(웃음) 그가 중국 미술계에 저희 작업을 소개해준 덕분에 지난겨울 기술과 예술의 미래 방향성을 논하고자 기획된 선전 현대미술관·도시계획박물관
(MOCAUP)의 전시

베트남 출신 중국계 작가 단후와 협업한 ‘회의적인 정신분열증적 꿈Rêves Schiz O’Sceptiques’(2024).
살바도르 달리의 광기 어린 상상력에 깊이 매료돼 그의 작품 ‘성 안토니오의 유혹The Temptation of St.Anthony’ 속 코끼리를 오마주해 완성했다.
2024년 파리 A2Z 갤러리에서 베트남 출신의 중국계 작가 단후Danhôo와 함께 시공을 넘나드는 문화 예술의 흐름을 살펴 본 전시
최근 출간한

세로네, 미르웨, 밥 싱클레어 등 디제이 10명의 세포 초상을 융합한 작품 ‘French Touch’.
검은 배경 위에서 음악처럼 색이 폭발하는 시각적 경험을 의도했다.
앞으로 기술적·미학적 탐구는 어디로 확장될까요? 로랑스 요즘 뛰어난 무대연출가, 예술가와 연대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가능성의 지평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트바젤 파리’와 ‘웨스트번드
아트 & 디자인 페어’에서는 미국 젊은 작가 프란체스카 & 알리사가 우리의 작품을 꽃을 중심으로 한 구조로 재구성하고 있고요. 202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현대미술관에서 ‘결혼’을 주
제로 한 대형 캔버스 설치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티외 현재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인간 세포와 식물 세포를 결합해 색을 음악적 진동으로 변환하고, 관객의 접촉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설치를 실험하고 있죠. 진지한 연구인 동시에 완벽히 ‘미친’ 실험이에요.(웃음)
Relat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