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기스베르트 푀플러가 레노베이션한
‘더 빌리지The Village’. 우드와 대비되는
민트 컬러 책장이 돋보인다.
Photo: Robert Rieger

SHELVES AS WALLS
거실과 다이닝, 서재 공간이 벽이나 문으로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는 열린 구성은 요즘 주거 공간의 뚜렷한 흐름이다. 고정된 벽 대신 책장을 세워 공간을 구획함으로써, 기능을 나누면서도 시선과 동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식. 책장은 단순한 수납을 넘어 집 안의 중심을 형성하기도 한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5에서 공개한 프라텔리 보피Fratelli Boffi의 공간 역시 이러한 접근을 보여준다. 서재를 경계 삼아 다양한 기능이 공존하는 구조는 집 안에 작은 살롱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가족이 함께 머물며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는 다층적인 생활 공간으로 확장된다.
Photo: Ollie Tomlinson, Ragnar Schmuck
A COCOON OF COLOR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기스베르트 푀플러Gisbert Pöppler가 최근 레노베이션한 가든 홈Garden Home의 응접실 겸 서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휴식을 겸하는 아늑한 거점으로 설계되었다. 출입구는 라운드 아치로 확장되어 시선을 부드럽게 이끌고, 동굴 같은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내부에는 핑크과 머스터드 컬러를 조화롭게 사용해 활력을 주면서도 포근함과 안락함을 불어넣었다. 책장 앞에는 푹신한 소파를 배치해 가족과 손님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Photo: Thea Lovstad
GATHER AROUND
빅토리아 시대 건축 특유의 우아한 비례미를 지니고 있던 런던의 테라스 하우스가 영국의 ‘스튜디오 McW’에 의해 한층 개성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현관 앞에 자리한 전실을 서재로 꾸몄는데, 기존 벽난로 장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를 코르텐 스틸로 마감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것이 특징. 무엇보다 이 서재는 단순히 책을 읽는 곳을 넘어 온 가족이 모여 보드게임을 하고,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집 안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Porro
FROM LIVING TO READING
서재가 집 안의 중심 공간으로 옮겨오며,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열린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포로Porro의 ‘글라이드미루Glide Miru’ 시스템은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디자이너 피에로 리소니가 설계한 이 모듈형 책장은 상황에 따라 배치를 달리하거나 확장할 수 있으며, 하나의 구조물이자 인테리어 요소로 작동한다. 거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은 공간 전체를 서재로 변모시키는 힘을 갖는다. 넉넉한 테이블과 전면 창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은 거실을 단순한 생활 공간에서 벗어나 작업과 사유가 공존하는 아틀리에로 바꾼다.
Ⓒ New Works
SMALL SPACES, BIG IDEAS
요즘 서재는 필요와 상황에 따라 어디서든 구현할 수 있는 개방적 개념으로 바라보는 추세다. 계단 아래, 문 뒤, 벽 한쪽 같은 집 안의 자투리 공간도 곧 서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가구가 월 데스크Wall Desk다. 벽에 고정해 설치하는 형태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칼한센앤선Carl Hansen & Søn의 ‘AB019 월 데스크’와 뉴웍스New Works의 ‘NW 스터디 셸프’는 대표적인 제품으로 규모는 작지만 기능과 집중력은 충분하다. 이는 거실 전체를 서재로 꾸미는 트렌드와는 다른 방향에서, 오늘날 서재가 지닌 유연하고 분산된 성격을 잘 보여준다.